용모단정하고 똑똑한 A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일도 공부도 열심히 했고 주말에 열리는 파티에는 빠짐없이 참석했다.
만나자 해서 나가면 A는 이미 헤어진 후의 일정까지 모두 짜놓은 상태였다.
A의 집에서 나가는 즉시 그의 남자친구가 릴레이 바톤을 전달받듯 여~ 하며 들어오곤 했다.
A는 시간을 절대 낭비하지 않았다.
스케줄이 타임터너를 사용해 호그와트의 모든 수업을 뿌수고자 했던 헤르미온느를 방불케했다.
손목에 주저흔이 있고 귀여운 말투를 사용하는 A와 단둘이 있게되면 숨이 막혔다.
A가 베푸는 대접은 절대 공짜가 아니었다.
밝고 생산적인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어두운 감정을 쏟아낼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
자유영혼 B는 노동을 거부했다.
대신 인도로 떠났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그의 육체는 수년에 걸친 여행기간 동안 점점 더 보기좋은 갈색이 되어갔다.
어린 조카들은 B를 동경했고 그 역시 본인에게 주어진 the cool uncle 롤에 흡족해했다.
여권의 스템프가 늘어갈수록 B는 점점 더 정치적이 되어갔다.
인류학과에 진학해 RATM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 잘생긴 사회주의자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학교는 곧 그만두었다.
몇년 뒤 B는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고 윔호프의 콜드 테라피로 부활했다. (고 주장했다)
아들이 태어난 뒤 그가 올린, 수상소감을 방불케 하는 장문의 글을 읽고나서 생각했다.
A와 B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닮아 있었다.
둘 다 시스템의 메시지를 민감하게 수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산적인 나, 자기관리가 철저한 나, 자유로운 나, 카운터 컬쳐럴한 나, 가치있는 나
외부적 시선을 의식하는 만큼 타자의 요구에 부응하려 자신을 조율해나갔고
나라는 상이 정교해져갈수록 존재는 축소되어갔을 것이다.
갓생이라는 단어에서 드는 거부감의 원인은 학습된 자기착취적 구조를 긍정성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삶이 과정이 아닌 성과물로 전시될 때 인간은 스스로를 존재가 아닌 기능으로 평가하게 된다.
그 상태에서 매순간 다가오는 죽음은 완성이 아닌 폐기예정 통보에 가까울 것이다.
 진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