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대한 혐오는 죽음에 대한 혐오

유 진 정 2026. 2. 6. 02:46

어느날 만화 주인공들 나이는 적정 가임기를 넘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번 눈치채고 나니까 현대사회가 노화를 어떤 식으로 취급하는지가 자꾸 눈에 들어오는데

일단 인간의 모든 유쾌한 감각과 연관되는 광고에는 모두 젊은 인간만 나옴
동네 커피체인점 문짝에는 나른하게 쏘아보고 있는 BTS 멤버의 얼굴이 리터럴리 대문짝만하게 프린트되어 있고
안경점에도 아마 아이돌인거 같은 소녀들 사진이 맥락없이 붙어있음

며칠 전에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안경점 앞을 지나치는데 앗 웬일로 박세리가

하지만 이 역시 노안렌즈 광고였다
게다가 얼굴의 모든 주름을 포샵으로 지워놨다..

극히 드문 예외를 제외하면 나이든 인간은 요실금 디스크 임플란트 등 우리가 반기지 않는 질병과 관련된 광고에만 등장한다

광고는 유혹이고 욕망을 자극하는데에는 성적 이미지 만큼 효과적인게 없으니 당연한 방향이긴 하다만
이런 현상 속에서 사람들이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주입받게 되면 결과적으로 불행의 파이가 커지게 된다. 늙지 않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자아의 확장과 경제적 생산성만을 강조하는 체제 아래 노화는 점점 더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가 되어간다 
현대인들이 앓고있는 정신병들의 근원에는 이런 구조적 노인혐오, 즉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노화와 죽음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신성한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젊고 건강할 때 인간은 얼마나 오만한가
고통은 사용하기에 따라 영혼을 성숙시키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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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주변에는 노인들이 있었다
목소리 큰 청/중년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초연한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안심이 됐다
서로 박통 터지게 싸우고 있다가도 그들이 등장하면 갈등이 어느정도 중재되곤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회가 노인을 취급하는 방식이 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리적 지주 역할을 맡고 있던 그들은 집안의 어른이라는 칭호로 불리웠다

물론 불명예를 얻게 된 데에는 노인세대 스스로의 책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품위를 추락시키고 자존감을 상실케 하는 시대의 흐름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그 흐름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을 것이니 하루하루 늙어가는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을 잘 길들이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