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2026.2.17- 2.18
인원: 8명
거리와 소요시간 : 1일차 3.47 km 01:50 / 2일차 11.23 km 07:00 (점심시간, 휴식포함)

코스 : 황점마을 주차장 출발 - 삿갓재대피소(1박) - 무룡산 - 동엽령 - 중봉 - 향적봉대피소 - 설천봉 도착 - 곤도라 타고 하산

가방 : 도이터 30L 백팩 / 도이터 5L 슬링백
상의 : 러닝용 반팔 / 하프짚업 후리스 / 경량패딩 / 바람막이 / + 덕다운파카 (대피소,쉬는시간 뒤집어쓰는 용)
하의 : 방풍 기모 트레이너
ACC : 울양말 2 / 등산화 / 아이젠 / 스틱 / 선글라스 / 얇은장갑 1(분실) / 스키장갑 1 / 바라클라바 / 후리스모자(거의 안 씀) / 내복하의 (안 입었음) / 팬티2 / 세탁물 보관백
식기 : 보온병 / 플라스틱 물병 / 코펠 / 버너 / 이소가스 / 라이터 / 수저포크 / 캠핑나이프 / 비닐봉투 (쓰봉)
식량 : 식량을 나눠들고가서 담번에 이걸 참조할 순 없을거 같지만 일단 기록
양갱1 / 오트밀 바이트 / 핫초코 8팩 / 캐모마일 차잎 / 표고버섯 / 대파 / 건자두 / 반건조 오징어 5미 / 비타민,마그네슘
기타 : 접이식 발포매트와 방석 / 귀마개 / 안대 / 플래쉬라이트 / 마사지콘 / 주머니 핫팩1 / 신발용 핫팩1 (안 씀) / 스포츠타올 2 (하나는 닦는용 하나는 건조용) / 폰 충전기 / 노트와 펜 / 이태리 타올 (하산 후 사우나) / 치실 텅클리너 치솔 소금 (치약대용)
올 겨울엔 설산 한 번 가보자 하고 알아보던 차에
도반 B2님이 덕유산 하프종주 제안을 하시길래 감사한 마음으로 합류
단톡방엔 총 8분이 계셨고 다들 별 질문이 없으시길래 산 많이 타보셨나 보다 하고 있었음
그런데!

책상 손바닥으로 내리치면서 웃다가
긴장이 좀 필요할 거 같길래 덕유산 사망사고기사 링크 전달

서울팀은 중구와 남부에서 각각 10시경 출발
주최자 B1님 정릉명상멤버 O님이랑 함께 갔는데 운전 두 분이서 번갈아 하신다길래 자야지개꿀 했는데
전혀 자지 못했고 도착 직전까지 나불거림
B1님 해외 수행처 등에 계시다 최근 속세로 돌아오신 상황이라 들을 이야기가 많았음
휴게소에서 싸오신 잠봉뵈르 후닥닥 먹고 2시 45분경 황점마을 주차장 도착
광주에서 출발하신 K님, 경주에서 오신 L님(크록스맨)이 먼저 도착해 있으셨고 인사
L님이 자기 가방에 든 거 없다고 여러분 무거운 거 있으심 넣으라길래 사양 않고 팍팍 집어넣음
서울 2팀이 제일 막판에 도착했고 화장실 들렀다 바로 출발

설산을 기대했는데 낙엽만 잔뜩임 어제 그제가 워낙 따듯해서..
올라가긴 편했다. 등산 경험이 전무하며 가져온 장비 다 엄빠거라는 K님은 좀 힘들어 하셨음
나: 아니 그런데 어쩌다 겨울산 종주 오실 결심을 하셨어요?
K: B2님이 유 자 들어가는 산은 쉽댔어요..
나: ?
B2 : 아 제가 악 자 들어가는 산 험하다는 말을 잘못 기억하고 있었어요
사기결혼 아니 사기등산 오신 K님 지못미

대피소 도착 전 데크계단 중간에 샘터가 있고 여기서 물을 받아가야 된다
근데 물이 영 쫄쫄 나오다 말다 해서 이걸 어느세월에 받나 싶었는데
S님이 탱크 뚜껑이 열릴 거 같다며 손잡이를 들어올리니 물이 가득
물통을 집어넣어 퍼서 씁시다 했는데 수질이 오염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깨끗한 코펠을 국자로 사용하여 식수확보 완료

해 떨어지기 전 삿갓재 대피소 도착
뒤편으로 보이는게 숙소고 시설이 상당히 좋음
일단 숙소와 취사장이 통로로 이어져있어서 왕편함
슬리퍼 많음
전자렌지 사용가능!
화장실에 휴지가 있음!!!!!!! (충격!)
직원분도 대단히 친절하시고 우리는 단체니까 2층 쓰라고 주심
2층은 1층처럼 개별 침상은 아니지만 커튼을 칠 수 있어 공간 분리가 가능
숙소 전체가 남녀공용이었는데 혼성단체의 경우 이쪽이 편리함 어디서 몇 시에 만나자 안 정해도 되고

저녁밥은 오리고기와 햇반
왜 오리고기를 먹어야 되냐면 DUCK YOU 산이니까요


밥먹는 동안 해가 졌다
산악기상 ㄹㅇ변화무쌍한게 올라올 때만 해도 너무 따듯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해 떨어지자 마자 광풍이 불어재낀다
물을 머금고 있다가 뱉어봤는데 바지에 묻으니 바로 얼음가루가 된다
후식으로 핫초코를 끓여서 들고나갔는데 잠깐 두면 빠삐코가 될 지경

그걸 여기 왜 버려요? 반사시킴

밥 먹고 내일 쓸 물을 길으러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내려오고 보니 자원한게 여자 셋이랑 가장 어린 B2님이길래 이 점을 지적하니
Y님이 몹쓸 인간들.. 중얼거려서 빵터짐
물을 긷고 그 앞에서 죽염으로 양치질을 했는데 하늘이 맑아 별이 잘 보였다
우리 별 보면서 양치해요, 하고 같은 방향으로 돌아섰더니
Y님이 암흑 속에서 하실래요? 하고 헤드라이트를 껐다
까만 하늘 조용히 반짝이는 별빛 아래 치카치카 네 명의 이 닦는 소리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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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단체명상 한 시간 하고 취침
명상 끝나자마자 O님이 갑자기 성시경 톤으로 잘자요~ 하는 바람에 다들 뒤집어짐
이번에도 자는둥 마는둥했는데
대피소 고지대라 신경계 각성 + 호흡 얕아짐 + 난방으로 인한 건조 = 불면
그냥 눈 감고 누워 쉬는 거
근데 잘 자는 사람은 참 잘 자더라.. 여기서 예민충 덤덤충이 좀 갈리는 듯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는데 칼바람에 걸음마저 휘청거린다
후오오오휘오오오하는 무서운 소리 속 얼음가루가 날파리 떼처럼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이런 혹독한 날씨 속 따듯한 방 안에서 잘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낌

눈 보기는 글렀나 하고 있었는데 아침이 되니 이런 풍경이
아이젠 필요한 날씨냐고 전화했을때 직원분이 어이없어 하던 이유가 이거군
아
이젠 아이젠이 필요한 날씨

흐려서 일출은 못 봤고 아침띵상 1시간 + 식사하고 8시 40분쯤 출발
덕다운 파카 껴입고 출발했는데 좀 걸으니 더워서 땀나기 전 얼른 벗음

곰탕 뷰라도 설산은 운치가 있네
채도가 낮아서 설경 수묵화 같음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울 땐 뛰어내려가면 안 넘어지는 거 알아요? /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는 거 알아요?




냉동소나무

한참 걷다 도사님이 앉아 계시길래 신년운세 여쭤보니 잘 될 것이니라~ 라고 하셨다













해가나니 눈발처럼 날리는 상고대의 잔해가 후둑둑 얼굴 위로 떨어진다
좀 더 올라가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설산 풍경은 사라지고 없었다
자연은 무상의 법칙을 학습시키는 선생님이다
동엽령 근처에서 안성 매표소 루트로 혼자 올라온 아저씨를 만났다. 기쁜 안색과 목소리다
그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어떠셨냐 물으니 힘들고, 본인은 초보라 모든 길이 다 힘들다,
의사가 운동하라고 해서 다닐 뿐이다, 라고 하신다
최근 암수술을 받으셨다길래 새로 얻으신 삶을 축하드린다고 했다


광활한 덕유평전
바다도 산도 겨울이 역시 더 멋지군
이쯤에서 K님이 그로기 상태에 빠지시기도 했고 다들 뭔갈 먹고 싶어해서 자리깜
옹기종기 각설이패처럼 모여앉아 바람을 피해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식사빵과 치즈 사과 견과류 보온병에 넣어온 차
그리고 B1님이 러시아 친구에게 받아오신 러시아에서 제일 맛있다는 초콜렛
코스상 점심은 야외에서 먹게 될 수 밖에 없으니 겨울 종주 땐 방석과 보온병을 챙겨오세요
중간에 샘이 없으니 물도 삿갓재에서 퍼오고..
우리도 물이 간당간당했는데 옆에서 쉬시던 부부가 초콜렛과 함께 물을 두 병이나 주셨다
왜 이렇게까지? 싶었는데 뒤에 오던 B1님이 아이젠을 아까 한짝 빌려드렸다고 한다

다시 출발



짭클리 이번에 역할을 톡톡히 함



향적봉 (1,614m ) 도착

잘 나왔군
무릎 뒤로 무주리조트 스키 슬로프가 보임
이쪽은 정상석 뒤 더 높은 암반인데 바람이 불자 그 위에 서 있던 아주머니의 모자가 휭 날아갔고
아주머니가 반사적으로 바위 위를 막 달려 모자를 잡으려고 시도
모자는 그대로 낭떠러지로 향했고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
남편으로 보이는 분이 달려가 미식축구 태클 걸듯이 아주머니를 뒤에서 꽉 붙들어 제압
평정심을 잃고 터널시야에 빠진 인간이 어떤 자살적 행위를 벌일 수 있는지
더 거리를 두고 보는 타인이 어떻게 냉정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관찰한 순간이었다

한 마리 매가 되시겠다는 B2님

이쪽에는 물범들이
여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설천봉 곤도라가 나오는데 하산은 그거 타고 할 거다
곤도라 놓치면 세시간 걸어서 내려가야 되는데
하산길이 후덜덜 하니 웬만하면 놓치지 말라고 중간에 만난 아저씨가 아까 말해줬다
곤도라 막차 오후 4:30 (기상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고) / 인당 2만원 / 탑승시간 15-20분 / 편도는 예약불가 당일 줄서서 티켓팅
시간이 꽤 널널하길래 향적봉에서 노닥거리다 내려갔다
속도가 빠른 Y님과 B2님이 먼저가서 티켓팅 한 뒤 연락을 주셨다
내려가는 길은 빙판이었지만 아이젠 또 차기 귀찮아서 줄 붙들고 간다
사람들이 눈 위에 발자국을 꾹꾹 파놔서 그걸 홀더로 삼아 이동
말 그대로 follow in one's footsteps 이네요 라고 누가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길이라는게 누가 일단 걷고 남들이 그 발자취를 따라 걷다보면 나는 거잖아.. 거인의 어깨에 서서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문~명~~

1박 2일 동안 올랐는데 내려가는 건 20분

스키장에 누워계시는 분들 많았음
다 내려온 뒤 콜택시 불러 자원 운전자 두 명 출발지점으로 차 픽업하러 보내고
광주의 본가로 돌아가는 K님, 경주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크록스맨님과 작별인사 하고
남은 인원은 무주리조트 사우나로
그 과정 중 B1님이 운전자한테 토스하려던 차키가 실종되어서 좀 후달렸는데
일단 차에서 키 빼는 걸 아무도 못 봤고 평소에 차키 차 안에 두고 다닌다시길래 일단 키 없이 보냄

곤도라 하차 위치에서 15분 걸어가면 나오는 세인트 휴 사우나. 호텔 티롤 앞에 위치 이용료 1만 5천원
곤도라 이용객 사우나 20% 할인인데 티켓을 버림 아까비
하지만 포기할 수 없지
곤도라에서 찍은 사진 보여드릴테니 할인 안 될까요 비굴하게 부탁해서 할인받음

남자 사우나엔 남체가 걸려있나? 싫을 거 같은데
욕탕은 작고 깔끔
드라이기 유료 아니라 좋았는데 치약이 없음 (남자 쪽엔 있다고 함)
목욕 마치고 흐늘흐늘해진 상태로 나오니 차키 역시 차 안에 있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그리고 등산 직후 사우나 되게 좋은 거 같음 왜냐면 다음날 근육통이 없음 물론 종주거리가 짧기도 했지만

운전자들과 합류해 Y님이 찾아놓으신 버섯전골집 안식당에서 식사. 160시간 우렸다는 국물이 끝내줌
운영을 가족끼리 하신다는데 마젠타색 누빔저고리 입은 백발 할머니가 화장실 거울을 세심히 닦고 계시던 모습이 인상적
월급받는 사람한테서는 잘 안 나올 거 같은 정성
아무튼 이렇게 덕유산 하프 종주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주최자 분들이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다른 분들도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해주신,
모두의 footsteps을 따라 편하게 다녀온 감사한 여행이었다
 진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