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화려한 차림의 여자들

유 진 정 2026. 2. 23. 16:11

S선배는 자취방 복도 끝에서 또각또각 소리가 들려올 때면 그것이 점차 큰 울림을 내며 다가와
자신의 방문 앞에서 멈추는 상상을 한다고 했다

전철에서 책을 읽다가 왼편으로부터 또각또각. 들려오는 청량한 울림에 고개를 들었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둥글게 컬을 넣은 머리에 요즘 보기드문 스키니진
하나하나 공들여 흰색으로 칠한 네일 
완벽한 코는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지만 그래서 더 어울리고 

불편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크리스찬 디올의 나무굽 샌들 
그 샌들 끝으로 빠져나와 가지런히 모아지는 흰 발가락들
그 끝에 톡톡 붙어있는 작은 보석

칙칙한 전철 속 황홀한 한 순간 
다시 책을 읽는 척 하면서 얼굴을 한번 더 훔쳐본다. 차가운 표정

번화가 근처에서 다시 한번 또각또각 소리를 들었다
큐빅이 점점히 박힌 빨간색 드레스에 하얀색 퍼자켓을 걸친 키가 큰 미인이다

역시 컬을 넣어 부풀린 긴 머리에 보는 이마저 아찔해지는 스텔레토 힐. 또각또각또각
조금 찌푸린, 아파보이는 얼굴로 작은 백을 달랑거리며 열심히 걷는다

패티시 업소에서 일하던 R의 말로는 성괴에 가까운 아가씨들만 찾는 손님층이 존재한다고 한다
기준에 부합하고자 하는 자세에는 매저키즘적 속성이 있다

또각또각
타인의 욕망에 박제된 소리 
화려함은 자학으로써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