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 카페 타셋

유 진 정 2026. 9. 5. 12:04

- 혹

적당히 붐비는 전철
누가 빨리 내리려나 후닥닥 스캔 뒤 핸드폰 안 보고 있는 중년여성 앞에 섬

그런데 이 아줌마 매너가 별로인게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앉아있음
결국 아쥼니 두 발 사이에 오른발을 넣고 왼발은 바깥 쪽에 두고 서로의 발을 지그재그 형태로 교차한 채 어색하게 서 있게 됨

승객은 점점 더 늘어났고 한정된 공간에 갇혀 미남도 아니고 중년의 여성과 자꾸 발을 부딪혀야 되는 이 상황에 점점 더 짜증이 나기 시작함

아니 무슨 나랑 기싸움하자는거야 꼭 저렇게 올백으로 머리 묶은 아주매미들은 성격이 이상하더라
까지 생각이 갔을 무렵 퉁명스런 말투로 발 좀 넣어주세요 요청했고 그 순간 세 가지 상황이 동시에 펼쳐졌는데

1. 옆에 앉은 안경낀 아저씨가 내 부인인데 다리가 불편하다고 사과함

2. 전철 손잡이가 출렁 하면서 그 삼각형 모서리로 내 미간을 꽝 때림

3. 듣고있던 E북에서 ‘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가 그때보다 굳건했던 적은 없습니다.. ’ 라는 문장이 흘러 나옴

ㅈㄴ 뭔 계시인줄;

그와중 아주머니가 불편한 다리를 움직여 어떻게든 공간을 확보하려 애쓰시길래
으아이고아니에요를 외치고 게처럼 옆으로 이동. 내리고 보니 때려맞은 미간에 멍들고 혹남

근데 발 집어넣어달라고 안 했으면 영원히 이상한 아줌마라는 나의 생각을 믿어버렸을 거니까 물어보길 잘 한 거 같음
글고 이런 상황에서 기싸움하는 거 같다 -> 빡치네 로 사고가 흘러가는 경우가 꽤 있는 거 같은데
걍 내가 맨날 세상이랑 기싸움하고 있어서 하는 투사인듯






- 카페 타셋.  TACET


일요일 담마하우스 하루코스를 마치고 신용산으로 이동
도반 분이 인스타로 카페 가오픈 초대를 해주심 상호는 TACET(타셋)

카페의 성격이 충격적인데 핸드폰 못 쓰고 시끄럽게 말도 못하고 조용히 드립커피 마시고 가야 된다고 함
그니까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 공간임

어쩌다 이런 발상을 하신 거냐 물으니 카페 옆이 클래식음악 연습실이고
원래 이 연습실을 확장하려고 공사를 하시다 10일코스 다녀오신 뒤 컨셉을 바꾸셨다고

상호인 타셋은 악보나 관현악 곡에서 특정 악기가 해당 부분 동안 연주를 멈추고 쉬라는 뜻이라는데
음악과 띵상의 접점같은 네이밍

가오픈날은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침묵의 순간이 있었고
그 때마다 상당히 주변이 의식되던데 그래서 일부러 100초씩 뮤트를 넣으신 거라고 함

타셋이라는 상호명이 이래저래 적절하다고 느낀게
박작박작한 용리단길 올라오다가 딱 이 건물 쪽으로 꺾으면  갑자기 조용해짐
상수동 살 때 극동방송국 기준으로 몇 발자국만 더 가면 소돔과 고모라 홍대 분위기 싹 사라지고 공기 바뀌던 거 생각도 나고




인간이 고자극 환경 속 마비된 채 살아가다보면 알아차림의 순간을 오히려 어색하게 느끼게 되는 거 같길래 
침묵을 견디는 능력이라는 문장을 떠올림

돌아가신 외할머니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티비부터 켜시길래 왜 그러냐고 여쭤보니 그냥, 조용하면 안 좋은 생각이 나니까.. 라고 하시던 것도 생각나고..



스피커 좋음 방석 편함


오픈 끝나고 7시부터 8시까지는 단체명상 했음

월요일 오후 7시에는 단체명상을 하실 거라고 하고
조건은 10일 코스를 1번 이상 마친 고엔카 전통의 담마센터 구수련생. 따로 신청절차는 없고 걍 오시면 된다함

근데 신생공간인 만큼 운영시간과 방침 등은 유동적일 수 있으니 문의를 한번 해보고 오는게 나을 듯

https://www.instagram.com/tacet_____?igsi=dnNqN212ZnRobm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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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간판이 아직 없고 진입로가 약간 트릭키하니 지도 찍고 찾아와야 된다
여기여? 싶은 거기가 맞음

 
 

 


바로 옆 천주교 성지 들렀다가



아우어라는 빵집에서 초코더스트? 대충 그런 이름 빵 뿌시고 전쟁기념관 야경 보고 집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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