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예요/정신의 세계 2021. 12. 5. 16:51

위빠사나 명상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아라한이 되어 윤회의 사슬을 끊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고통의 재창조를 그만두는 일 이라고 해석했다)

기독교의 영생추구와 반대되는 개념이라 흥미롭다. 완전한 소멸이 목적이라니 좋지않은가?
나도 소멸하고 싶다. 당장은 말고. 후회로 가득찬 상태말고 평화롭~게~

그런데 번뇌에서 벗어나는게 쉽지않다.
담마코리아에서는 기초적 욕구의 절제 훈련을 한다.

나불거리고 싶은 욕구의 절제는 완전 쉽다.
10일동안 묵언을 시켜버리기 때문에 어차피 말하는 사람이 없음으로

어떠한 성적인 행동도 하지 않기 부터는 난이도가 있을 수 있다. 독방을 주고, 10일은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막 어려운건 아니다.

식욕의 절제 여기서부터는 어렵다.
아침 점심엔 맛있는 것들을 준다. 근데 저녁이 차와 과일 한 조각 튀밥 약간이 다다. 난 튀밥을 싫어해서 안 먹었다.
그리고 밤마다 굶주린 상태로 천장만 노려봤다.

5일째쯤 부터는 아침에 주는 빵에 사과잼과 땅콩버터를 정성껏 발라 접은 뒤 소매에 숨겨서 방으로 들어왔다.
그걸 뒀다가 밤에 소리 안내고 천천히 씹어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번째 방문 부터는 절식이 쉬워졌다. 심지어 구수련생이 되면 저 과일과 뻥튀기조차도 안 주기 때문에 리터럴리 굶는 건데도 괴롭지 않았다.
중간에 저혈압인지 저혈당인지 쇼크가 와서 소금 설탕을 약간 얻어먹긴 했다.


그런데 수면의 욕구. 이게 제일 어렵다.

잠잘 시간을 안주는 건 아니지만 일종의 각성상태가 되어 밤에 잠이 잘 안 올때가 있다. 그래서 낮에 혼자 명상하는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신나게 쳐잤다.
깨어있으려는 노력조차도 안하고 그냥 맘편히 잤다.
제일 마지막 수행때는 조금 덜 자긴 했는데 그래도 꽤나 졸았다.

잠은 정말 너무 유혹적이다. 달콤하다는 표현을 괜히 쓰는게 아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성욕<식욕<<<<<<<<넘사벽<<<<<<<<수면의욕구

재밌는게 센터를 나와서도 이게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이제 성적매력을 느끼는 상대라도 뒷일이 골치아파질 것 같으면 미련없이 패스할 수 있다.
배고픔의 경우 참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잘 오지 않는데 와도 혈당 쇼크만 안 오면 뭐 괜찮을 거 같다.

그러나 잠의 유혹 앞에서는 번번히 패배하고 만다.
20분만 자야지~ 하면 네시간 지나있고 알람끄고 다시 잘때마다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세워둔 계획들이 폭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기때도 삼일 밤낮을 자버리는 바람에 (분유도 최소량만 눈감고 먹었다고) 모친이 공포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데 뭔 뇌손상 같은 거라도 입었나?

오늘도 늦잠을 자버렸기 때문에 이 글을 쓴다. 멀고먼 수행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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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19
  1. 2021.12.05 19:34 Modify/Delete Reply

    고딩때 수학교사가 인간의 최고욕구가 수면욕구라면서 삼풍백화점 붕괴때 구출된 사람들 보면 우선 잠부터 며칠씩 잔다음 밥 먹었다고 한 말이 떠오르네요 저도 지금부터 자려고요

  2. ㅇㅇ 2021.12.05 20:27 Modify/Delete Reply

    잠이 가장 빠르고 손쉬운 도피처 같아요

  3. ㅇㅇ 2021.12.05 20:55 Modify/Delete Reply

    https://www.normalbreathing.com/how-to-sleep-less/

    부테이코(buteyko) 라는 호흡법? 방법 이 있는거 같은데요
    유효한지는 요즘 테스트 중입니다

  4. ㅇㅇ 2021.12.06 08:19 Modify/Delete Reply

    사리

  5. ㅇㅇㅇ 2021.12.06 12:58 Modify/Delete Reply

    옛날 고승들도 참선중의 잠이제일어려웠는지 한겨울에 얼음물들어가서 잠깨는 일화를 본적있네요

  6. 쥐구멍팬 2021.12.07 00:28 Modify/Delete Reply

    https://www.youtube.com/watch?v=VSUfO6odSMw (17:14 부터)
    봉쇄수도원 얘기 들어보셨나요. 재미있네요 이거 보고 다큐 찾아보려고요.

  7. 쥐구멍팬 2021.12.07 00:28 Modify/Delete Reply

    https://www.youtube.com/watch?v=VSUfO6odSMw (17:14 부터)
    봉쇄수도원 얘기 들어보셨나요. 재미있네요 이거 보고 다큐 찾아보려고요.

  8. Sleeper 2021.12.07 02:01 신고 Modify/Delete Reply

    공감가는 글이네요. 저도 예전에 위빠사나 다녀왔었는데 전 늦게 신청해서 2인 1실을 써서인지 성욕은 전혀 없었고 식욕도 평소엔 많은데 거기선 딱히 없어서 신수련생인데도 저녁을 전혀 안먹었는데 잠은 진짜 처음 5일 동안은 내내 쳐잤던 것 같아요. 고엥까 선생님의 말씀을 자장가 삼아...

  9. ㅇㅇ 2021.12.07 02:34 Modify/Delete Reply

    .. 중생은 새벽에 배가 너무 고픕니다

  10. 진정님 2021.12.07 03:56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예전에 고승덕 변호사 관련 글 쓰신 게 생각나 찾아보려는데 비공개로 돌리셨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공개로 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11. n 2021.12.07 16:34 Modify/Delete Reply

    dna에 새겨진 할당 수면량이 있을까요
    잠이라는게 모두에게 중요한데 각자 필요한 수면량은 또 다른 것 같아요

  12. ㅁㅁ 2021.12.07 19:37 Modify/Delete Reply

    참기 힘든 순서가 없으면 빨리 죽는 순서네요.
    번식에 필요한 기간보다 단식할 수 있는 기간이 더 긴 동물은 순서가 역전되려나? (찾아보니 하루살이 성체는 입이 없다네...)

  13. Kkalkkal 2021.12.10 14:58 Modify/Delete Reply

    잠자는숲속의유진정알라뷰

  14. ㅇㅇ 2021.12.22 11:04 Modify/Delete Reply

    명상하실 때 무슨 생각 하십니까?

    저 하는 거
    1) 즉각즉각 떠오르는 생각 바라보기
    2) 이건 명상때 생각해봐야겠다, 싶은 거 떠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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