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명상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아라한이 되어 윤회의 사슬을 끊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고통의 재창조를 그만두는 일 이라고 해석했다)
기독교의 영생추구와 반대되는 개념이라 흥미롭다. 완전한 소멸이 목적이라니 좋지않은가?
나도 소멸하고 싶다. 당장은 말고. 후회로 가득찬 상태말고 평화롭~게~
그런데 번뇌에서 벗어나는게 쉽지않다.
담마코리아에서는 기초적 욕구의 절제 훈련을 한다.
나불거리고 싶은 욕구의 절제는 완전 쉽다.
10일동안 묵언을 시켜버리기 때문에 어차피 말하는 사람이 없음으로
어떠한 성적인 행동도 하지 않기 부터는 난이도가 있을 수 있다. 독방을 주고, 10일은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막 어려운건 아니다.
식욕의 절제 여기서부터는 어렵다.
아침 점심엔 맛있는 것들을 준다. 근데 저녁이 차와 과일 한 조각 튀밥 약간이 다다. 난 튀밥을 싫어해서 안 먹었다.
그리고 밤마다 굶주린 상태로 천장만 노려봤다.
5일째쯤 부터는 아침에 주는 빵에 사과잼과 땅콩버터를 정성껏 발라 접은 뒤 소매에 숨겨서 방으로 들어왔다.
그걸 뒀다가 밤에 소리 안내고 천천히 씹어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번째 방문 부터는 절식이 쉬워졌다. 심지어 구수련생이 되면 저 과일과 뻥튀기조차도 안 주기 때문에 리터럴리 굶는 건데도 괴롭지 않았다.
중간에 저혈압인지 저혈당인지 쇼크가 와서 소금 설탕을 약간 얻어먹긴 했다.
그런데 수면의 욕구. 이게 제일 어렵다.
잠잘 시간을 안주는 건 아니지만 일종의 각성상태가 되어 밤에 잠이 잘 안 올때가 있다. 그래서 낮에 혼자 명상하는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신나게 쳐잤다.
깨어있으려는 노력조차도 안하고 그냥 맘편히 잤다.
제일 마지막 수행때는 조금 덜 자긴 했는데 그래도 꽤나 졸았다.
잠은 정말 너무 유혹적이다. 달콤하다는 표현을 괜히 쓰는게 아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성욕<식욕<<<<<<<<넘사벽<<<<<<<<수면의욕구
재밌는게 센터를 나와서도 이게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이제 성적매력을 느끼는 상대라도 뒷일이 골치아파질 것 같으면 미련없이 패스할 수 있다.
배고픔의 경우 참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잘 오지 않는데 와도 혈당 쇼크만 안 오면 뭐 괜찮을 거 같다.
그러나 잠의 유혹 앞에서는 번번히 패배하고 만다.
20분만 자야지~ 하면 네시간 지나있고 알람끄고 다시 잘때마다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세워둔 계획들이 폭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기때도 삼일 밤낮을 자버리는 바람에 (분유도 최소량만 눈감고 먹었다고) 모친이 공포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데 뭔 뇌손상 같은 거라도 입었나?
오늘도 늦잠을 자버렸기 때문에 이 글을 쓴다. 멀고먼 수행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