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

프리지아 논란과 이미지의 시대

유 진 정 2022. 1. 28. 18:37

 

이미지출처: https://www.therecycler.com/posts/retailers-need-to-act-on-fake-reviews/





최근 기묘한 경험을 했는데 모냐면

예전에 뭐 하다 한번 만난 여자분이 있음. 그 후로는 SNS에서 밖에 못 봄. 사람이 미감도 뛰어나고 셀카도 잘 찍음. 볼 때마다 어쩌면 저렇게 깜찍하게 생겼을까, 싶었음

근데 얼마전 길가다 퍼뜩 깨달은게 그 사람 그렇게 안 생겼음. 분명 만나서 봤을땐 평범했단 말이야

충격적이었음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도 한 사람을 상대가 가공해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는게
이미지의 힘이라는게 이렇게 강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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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기사 처럼 프리지아 사태를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는 건가 싶었는데

보니까 요즘 논란되는 사건들은 잘못의 경중이 중요한게 아니더라고.. 사회적 맥락이 있음

그 왜 티핑포인트처럼 집단의 불만와 사회적 병폐 등이 맞물려 누적되어가다가 특정한 시점에서 구멍 하나 내 주면 대중의 분노가 해일처럼 범람하는듯

여고생 위문 편지랑 음주 가장 폭행 사건도 이 경우라고 생각함. 그러고 보니까 공격 대상이 죄다 젊은 여자네

암튼 이 사건에 대한 분노의 본질은 물질 만능주의 풍조 속 대중의 박탈감 + 가짜에 대한 피로감 + 이쁘고 어린 여자 괴롭히고 싶은 심리 등이 합쳐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건 딴 얘긴데 성적매력이 있는 어린 여자가 이목의 중심이 되면 상당히 피곤해지는 거 같음

아줌마가 미워함 (본인의 남편과 아들을 빼앗길 거 같음)

아저씨가 미워함 (본인에게 안 대줄거 같음. 궁지에 몰아넣으면 한번 가능할지도?)

젊은 남자가 미워함 (본인에게 안 대줄거 같음. 궁지에 몰아넣으면 한번 가능할지도?)

젊은 여자가 미워함 (본인 남친 빼앗길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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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미지란 단순한 겉모습일 뿐이고, 그 뒤에 세상 시선과는 무관한 우리 자아의 실체가 숨어 있을 거라고 믿는 건 천진한 환상이야. 이마골로그*들은 철저히 냉소적으로 그 역이 사실임을 증명해.

우리 자아는 포착될 수 없고, 묘사할 수 없으며, 흐릿한 단순한 한 외양인 반면, 너무나 포착하기도 쉽고 묘사하기도 쉬운 유일한 실재는 바로 타인의 눈에 비친 우리 이미지라는 걸 말이야.

그런데 더욱 끔찍한 사실은 자네가 자네 이미지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지.
물론 처음에는 자네 스스로 그 이미지를 그리려 애쓰지.
그러다가 적어도 그 이미지에게만이라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어떻게든 통제해 보려 들지만 헛수고야.

자네를 보기 딱한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데는 적의에 찬 쪽지 하나면 족하니까

* 이마골로그 : 더이상 논리적으로 생각하거나 말하고 행동하지 않고 감성적 이미지의 지배를 받는 존재

<밀란 쿤데라 - 불멸(1988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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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또 명상 얘기로 마무리 하고 싶어지는데 역효과 날 거 같으니까 간략히 적겠음

위빠사나의 뜻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임
이미지의 시대 정신적으로 탈진한 청춘들에게 명상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