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찐임. 비데이야기 아님
담마코리아에서 열린 쌋띠빠따나 코스를 다녀왔다.
위빠사나 10일 명상수행이랑 비슷한데 법문시간에 대념처경 해석을 해준다.
대념처경이 뭐냐면 살아생전 싯다르타가 가르친 <알아차림을 확립하는 법>에 대한 강의를 기록한 경이다.
(피상적인 설명 쏴리.. 아직 이해를 완전히 못했음)
그리고 싸띠 코스는 3번 이상의 위빠사나 10일 코스를 마치고 적어도 한 번 이상의 풀타임 봉사를 마친,
그니까 짬이 좀 되고 진지하게 수행하고자 하는 구수련생들을 위한 코스임.
나는 비록 쪼랩이지만 어쨌든 올해부터는 여기에 해당되어서 다녀옴
몇 가지 기억남는 것들이 있으니 기록해 둠
사띠는 구수련생들만 참여할 수 있어서 연령대가 높고 (5-60대가 주) 분위기가 차분한 편
일반코스의 경우 데이제로 접수날 사람들 표정이 어두운 경우가 많음
아무래도 삶의 고통을 자각하여 찾아 온 사람들이 많고, 간혹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인 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10일 동안 말도 못하고 전화기도 맡겨야 하니 이상한 곳이면 어떡하나 긴장 상태인 사람들이 많음.
나도 2017년 첫 코스때 수염 왕창 기르고 인도 옷 입은 도사 앉아있으면 바로 돌아 나오리라 결심하고 갔었고
도반 모군은 자기 10일 지나도 연락 안 되면 친구들한테 구출하러 올 것을 부탁하고 왔다고..
아무튼 사띠코스는 그 긴장된 분위기가 적고 학생분들이 다 알아서 척척하심으로
아무래도 봉사자들이나 같이 수행하는 사람들이 맘이 편함
하루의 끝에 고엔카 선생님의 법문이 영상으로 진행되는데 십일 코스때의 자애로운 테디베어같은 모습이 아니라
겁나 진지해서 무서울 지경. 사업하셨을 땐 승질 장난 아니셨을 거 같음
(원래 미얀마의 부유한 사업가 집안 출신. 원인불명의 편두통으로 오랜기간 고통받다 주변의 권유로 명상을 시작함)
암튼 법문시간에 책과 필기도구 등이 지급되어서 인강듣는 느낌이었음
첫날엔 이게 대체 뭔소린가 아니 했던 말을 왜 하고 또하나 하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궁금증도 해결되고 좋았음
특히 QnA시간
집착의 기준이 대체 뭡니까? 하는 질문이 있었는데 나도 오랫동안 궁금해 했던 부분이었음
왜냐면 자꾸 집착과 갈망을 없에야 한다고 하는데,
삶에서 어느정도 집착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히 젊은 사람이 너무 무욕의 삶을 살면 활기가 없어질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집착의 기준이 모냐면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망이다. 개우울함 -> 집착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망이다. 다시 해야지 -> GOOD
여기에 대한 부처님 사촌 아난다의 일화가 감동적이었는데 이건 따로 적겠음
셋째날 쯤에 신체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에 대한 장이 열림
모두에게 필요한 과정은 아니고, 성욕이 강하고 육체에 도착적인 사람은 수행을 할 수 없기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과정
당시엔 묘지로 데려가 사체가 썩는 과정을 지켜보게 했다고 함.
그 과정을 되게 디테일하게 설명해주는데 나도 꽤나 도착적인 사람인거 같은게,
해골까지는 나름의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있단말임. 골격이 참 이쁘군 하면서... 중딩때 고어사진도 많이 찾아봤고..
그래서 법문듣다가 그럼 네크로필리아들은?? 하는 생각도 잠깐 함
아무튼 그후 백골이 흩어져 손목뼈는 여기, 발목뼈는 저기 흩어지는 대목에 가서야 뭔가 좀 가라앉는 것을 느꼈음
여러 욕망 중에서도 성적인 욕구가 가장 강력하며 이 욕구는 끝이 없기 때문에 충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자주 나오는데 매우 동의함.
여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적겠음
아무튼 그래서 담마센터에선 그룹시팅할 때 결원이 생기거나 해서 남녀 단 둘이 방 안에 있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그 시팅은 중지시킨다고 (또는 각 방을 사용하게 함)
AT선생님들도 이성인 학생과 밖에서 따로 만나거나 독대할 수 없다는데 아주 현실적인 조치라고 생각함. 다른 종교단체들에도 이 시스템을 적용시키면 좋지 않을까
날씨가 흐려서 고용량 비타민 D를 매일 복용했는데 맨날 설사함. 입맛도 없어서 아까운 체중을 잃음
(구수련생은 저녁을 안 줌. 의료적 필요가 있는 사람에 한해서 배식)
혹시설마 비타민 때문인가 싶어서 안 먹었더니 다음 날부터 괜찮아졌는데
집에와서 찾아보니 비타민 D과잉 부작용이 설사 변비 식욕부진 구역감이라고.. note to self
근데 또 낮동안 입맛 없어서 깨작거리다가 밤만 되면 먹고 싶은게 막 떠올라서 법문듣는 내내
무상에 대한 지속적이고 철저한 이해 양념치킨 맛있겠다.. 오온이 공하며 쏘세지머스터드에 찍어먹고 싶다
대충 이런상태였음. 나중엔 좀 괜찮아짐
둘쨋날 잠이 안 와서 자정 쯤에 산책을 했는데 그날만 날이 맑아서 은하수가 보였음.
깜짝 놀라서 잠깐 산책로에 누워 별구경을 함. 별똥별이 세 개 떨어짐
보면서 이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나타난게 아니고 원래 그 자리에 있는 건데 낮 동안은 태양의 빛에 가리워져 있는거군, 하는 생각을 하다가 수행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음
존재하지 않는 어떤 특별한 것을 얻고자 하는게 아니고,
이미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방해되는 불을 하나씩 꺼가며 스스로를 정화하는 과정
개개인이 em용액 하수구에 흘려보내서 하천을 정화시키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참여할수록
이런저런 사회문제들이 해결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음
특히 요즘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되는게 다들 먹고 살 만해져서 내면의 문제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정보가 과잉 공급 되며 혐오 역시 깊어진 시대라..
명상의 종류는 사이비나 장사 하려고 가르치는 곳 아니면 위빠사나든 마인드풀니스든 족첸이던 다 괜찮은 거 같음
담마 센터에서는 다른 명상수행을 해도 되지만 하나 정했으면 수행법을 섞지 말고 그걸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게 좋다는 점을 강조함
실제로 이 명상 저 명상 뒤섞어 하는 사람들을 센터에서 가끔 만났는데 대체로 좀 불안정한 느낌이 있었음
최근 들은 샘 해리스 팟캐스트 중 dont do meditating coz its good for you. its more than that.
이라는 문장이 기억났는데 뭔 말인지 좀 알 거 같음
하루 세 타임, 각 1시간 동안 자세를 바꾸지 않고 앉아서 명상을 하는데
첫 시팅때는 고통에 이를 박박갈았고 (불구될까봐 대걱정) 두번째 땐 좀 덜했고,
세번째 때는 아파서 구역질 했다가 겨우 넘긴 이후로 끝까지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요새 명상 열심히 안해서 그런지 다시 아프길래 어이쿠 하고 있었는데 5일째부터 다시 괜찮아짐
근데 문제는 고통이 없고 마음도 편하고 달리 할 일도 없으니까 별의 별 미친 아이디어나 인사이트가 막 떠오르고
(머릿 속으로 거의 책 한권 쓴 듯) 이게 또 막 신이 나면서 수행에 방해가 되는 거 같은 거임
그래서 AT선생님께 이래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목적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생각은 한 편에, 가구처럼 뒤에다 그냥 두고 감각에 집중하라고 하셨음
코스 끝나고 침착한 소녀같은 분위기의 중년여성 분과 얘기를 했는데,
느낌이 굉장히 좋은 분이라 같이 사는 남편은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본인 남편 성격이 정말 지랄맞다는 말을 하시길래 빵터짐
그 지랄맞은 성격때문에 삼십대 때 이혼 생각하고 6개월간 집을 나간 적이 있는데,
남편이 그 반 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차를 몰고 와 돌아가자는 권유를 했고
그때마다 지금은 아니야. 하고 돌려보내다 이런저런 우연 끝에 위기를 극복하셨다고 함 (그 당시에 명상을 시작하셨다고)
자식이 장성한 지금은 부부 둘다 유아퇴행해서 집에서 애 둘이 놀면서 재밌게 살고 있으시다고 하는데 바로 직전에 비혼 관련 이야기를 들어서 더 귀기울여 들은 거 같음
비혼족들의 사고과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갔다가 돌아오는 일이 있더라도 가능하다면 결혼은 한번 쯤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상대가 최악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인간이 타인과 그렇게 깊은 관계를 맺어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고. 그 안에서 확실히 성장이 있기도 하고.. 연애도 마찬가지
아 그리고 저 인생선배님에 의하면 완벽한 남자는 없지만 남자의 멘탈만큼은 겁나 중요하니 잘 봐야 한다고 강조하심
맞말인게 멘탈이 약하면 관계를 지속하기 힘드니까
그리고 남자의 멘탈은 특히 더 중요한거 같은게 무책임 폭력성 이런 크리티컬한 요소들이 다 멘탈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게 재밌는 게 여자 쪽이 좀 유약해도 남편이 강하면 가정이 지탱되는 경우가 많던데 (부인도 나아지고)
그 반대는 유지 자체가 안되거나 모두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봄 가장이 괜히 장이 아닌듯
그래서 젊은 부부가 명상하러 같이 오는 거 아주 좋다고 봄. 이것도 사실 멘탈강화 훈련이니까...
회사다니는 남자들 시간 빼기가 넘 힘든게 문제네
법문에 양자론이랑 자유의지, LSD 트립 내용 나옴. (물론 저 용어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님)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나온 이론이라는게 정말 놀라울 따름임
그래서 잠깐 든 생각이 부처님 탁발음식에 혹시 곰팡이 같은 게 폈던 건 아닌가..
그 LSD가 맥각균이 분비하는 알칼로이드 물질이랑 비슷한 거라..
상한 돼지고기 먹고 식중독으로 돌아가신 거 보면 음식 상태 별로 안 가리신 거 같고..
아무튼 이건 내 뇌피셜이고 별로 중요한 건 아님
꿈을 엄청 꿨는데 가로쥐랑 세로쥐 새끼 때 모습이 나옴. 수박을 먹임. 식사 때 수박이 자주 나왔고 맛있게 먹어서 그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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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의사 선생님 차를 얻어타고 서울 왔는데 중간에 휴게소에서 선생님이 같이 타고 온 간호사분 사주를 봐주심
사주 얘기 시작하니까 옆에 있던 공대생 동공지진오는게 진짜 웃겼음. 이과지옥 현실판 (봐주는 사람도 이과인 상황이 더 웃김)
나도 간단하게 봐주셨는데 잘 맞길래 재밌었음. 좋은 말만 해주셨고.. 하지만 센터에서는 사주같은 거 보지 말라고 함
그런 말들은 정확하지 않고 무의식 중에 영향을 미치기때문에
아무튼 공대생도 결국 사주를 보고 맘. 연애운 31살때부터라고 해서 좀 그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