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추억은 최저시급을 타고

유 진 정 2013. 7. 29. 23:09

주유원

여기는 직영점인가 뭔가해서 차량이 없을때도 직원들을 항상 주유대 옆에 세워 놓는 개같은 시스템을 자랑했음 

여덟시간 동안 내리 서있다가 돌아가면 발바닥이 쪼개지는 것 같았지만 내손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에 흥분해 있던 상태였으로 나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음 

트럭운전하는 아저씨들이 친절했었음. 껌이나 사탕, 우황청심환 같은걸 종종 얻어먹었음 

차가 들어올때마다 어서오십시요 OOOOO 선릉점 입니다를 외치고 나갈때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를 외쳐야 했는데 가끔 정신줄 놓고있다가 어서 가십시요 따위를 외치곤 했음 



KFC 

당시 최저 시급이 1800원인가 그랬고 일은 뒈지게 힘들었음

이층 쓰레기통에 부착된 남은 콜라 부어 내버리는 철제 상자는 우리가 들고 내려가 비워야 했는데 더럽게 무거웠음 

그 상자는 바퀴가 하나 부서져 있었는데 모르고 끌고가다가 엎어서 매장을 콜라로 침수시킨 날이 있었음 

손님들은 의자위로 대피하고 바닥은 종일 끈적거렸음  

좌절하던 나에게 같이 일하던 언니는 처음들어온 애들 한번씩 거치는 행사라며 위로를 해주었음 

그중엔 죽고 싶은 순간이였다며 일기를 쓰던 여자아이도 있었다고 




롯데리아

역시 일은 뒈지게 힘들었지만 또래들이 많아서 함께 하지 말라는짓 하는 재미가 있었음

식사때 밥대신 3000원 이하의 메뉴를 골라서 먹는 시스템이였음. 매니저 이상은 3500원이하로 골라먹을 수 있었음 

매장안에는 식수가 제공되지 않아 물대신 콜라를 마시거나 얼음을 녹여먹어야 했음 

어릴때 본드를 너무 불어서 머리가 나빠졌다는 오빠한테 본드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맨날 들었음

안한다고 암만 말해도 백날 같은 말을 반복하던게 본드란 우리뇌에 정말로 해로운 물질인 모양

무슨 연합 폭주족 소속이라던 여자애도 있었는데 폭주족을 근거리에서 목격한것은 이때가 처음이였음  

과체중 S언니는 하두리 얼짱이였고 사진만 보면 연예인이 따로 없었는데 그것을 볼때마다 촬영기술의 발달과  이미지의 허구성등등에 대한 심도깊은 성찰을 하게 되었음 

햄버거 패티구울때 기름때문에 여드름이 가실날이 없다는 M오빠는 택트 뽀리는 방법에 대해 강의해 주었음

매장 앞에 성인 나이트 클럽이 있었는데 방실이가 가끔 와서 햄버거를 먹곤했음 방실이 얼굴작음

주말 밤엔 나이크 삐끼 & 지배인들이 주고객층이였음 지배인은 가끔 금발의 러시아 무용수들을 양쪽에 끼고 들어오곤 했음

삐끼중엔 다리를 저는 오빠가 하나 있었는데 다른 삐끼들과는 다르게 매너가 엄청 좋고 조용해서 나도 주문을 늘 공손히 받았음 

그때 본사에서 김치버거 판촉하라는 명령이 떨어져서 지지리도 안팔리는 김치버거 파는데 내청춘을 바쳐야 했음

인간들이 햄버거 먹으러 롯데리아 오지 김치볶음밥 먹으러 롯데리아에 오겠냐고 

고객들은 안좋아 했지만 식사때 라이스버거 패티에 김치볶음을 올려 먹을 수 있어 햄버거에 물린 직원들이 몹시 좋아했었음

와가지고 빅맥 찾는 사람 졸라 많았음

와퍼 찾는 사람도 종종 있었음

햄버거는 컷팅해달라면 해주는데 어느날 저기요 햄버거 절단 해주세요 라고한 아줌마가 있었음

당시 엔젤이라고 승무원 같은 복색에 구두신고 접객하는 포지션이 생겼었는데 시급 오백원 더준다길래 점장한테 시켜달라고 했더니 넌 인상이 더러워서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옴ㅋㅋㅋ

하지만 결국 시켜줌. 그래서 난 친절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음 

이때 중국인 팬클럽이 생겼는데(야호) 내가 안나온날 매니저한테 번호를 알아내어 세명이 번갈아가며 전화를 마구함. 그러나 의사소통 불가능 여고생 번호를 남한테 막 가르쳐준 매니저년은 좀 병신이였던것 같음. 

아니 사실 골탕먹이려고 가르쳐 준것 같음 그 매니저년은 웃으면서 애들 꼬집는게 인생 낛이였기 때문에 얌전한애들은 팔뚝에 늘 피멍이 들곤 했음  

또한 월급나오는 날마다 중고딩 애들한테 만원 이만원씩 빌려가면 절대로 갚지 않았음 (결국 안갚고 그만뒀다고)

여고생 꼬시기에 혈안이 된 남자매니저도 있었음. 볼때마다 눈까리가 꼭 동태눈깔같은게 참 틔미했음

최고참 J언니는 엄청난 건강체에 일도 잘하고 씩씩했음 유머감각이 있어서 내가 속으로 무지 좋아했음 되게 조그맣고 귀여운 남자매니저랑 사귀고 있었는데 언니가 가끔 업고 다니거나 헤드락을 거는 모습이 목격되었음

가끔 옆의 KFC매장 애들한테 햄버거 갖다주고 치킨얻어 먹었음  





리서치 조사원 

사은품으로 주방용행주를 드릴테니 설문조사에 응해달라는 말을 만번씩 해야함

내가생각해도 사은품 정말 구리다 싶었는데 의외로 집착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음

하다가하다가 지겨우면 학교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신원을 감추고 멍청한 질문을 퍼붓곤 했음 

조사원의 불문율은 '응답자가 전화를 끊기 전까지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는다' 였었는데 

덕분에 IMF때 실직했다는 부산아저씨랑 한시간 반동안 통화함 





호프집 서빙 

대학 들어가고 처음 한 알바였는데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버스타고 학교 갔다가 돌아와서 자정까지 서빙보는 생활 삼주했더니 통학버스안에서 쌍코피가 터졌음

여기 사장은 세련되고 알바생들에게도 친절했었음 

사장도 고등학교때 집이 망했는데 자기는 원낙 둔감한 애라서 아 그렇구나 우리집이 망했구나 하고 말았다고 함. 

충격도 별로 안받았다고..  이 이야기가 되게 생생하게 기억이남 

사장은 여자가 많아서 요일마다 다른 여자들이 설겆이 해주겠다고 쫓아오곤 했음 

주방아주머니는 놀거면 젊어서 놀아야 된다 나이들면 노는것도 돈이 많이 든다며 자신이 캬바레에 탕진한 시간과 돈들을 후회하는 발언을 종종 했음

여자 이인이상있는 테이블에서는 혈액형별 성격이 화제로 등장하는 경우가 졸라졸라 많았음 

생일잔치 하고 케잌 남기고 가는 인간들이 많아서 케잌 엄청 먹었음

고등학교 동창이 놀러와 만취상태로 화장실에 똥싸다 잠든날이 있음 (치질 걸릴뻔 했다고)

마감끝나고 사장이 개를 한번 사주었음





이자까야 서빙 

친구 땜빵으로 한 일이였는데 전직 검도선수였다는 사장이 주류납품업자들한테 심심하면 돈을 안주고 싸워대서 이 가게에는 없는 술이 존나 많았음 

여기엔 나보다 한살 어린 남자애가 있었는데 일을 매우 열심히 했음 (생각해보니까 어떻게 미성년자가 술집에서 일을했지)걔는 카운터 밑에소주를 숨겨놓고 일하는 중에 한잔씩 들이키곤했음

어느날 얘가 식사를 제안하더니 밥집에서 소주 두병을 시켜서 혼자 다마시고 개가 됨

존나 놀래서 버리고 도망쳤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쫓아오면서 가지말라며 애원과 협박을 함 

땜빵기간이 끝나고 정산해달라고 하니 사장이 왜 그만두냐며 썽을 존나 냄. 이주치를 500원까고 준다음 더 받아야 될건 다음달 정산할때 주겠다고 함. 물론 안줬음 

전화할때마다 내일 준다고 하다가 결국 찾아가니 돈없으니까 배째던지로 나옴. 주류납품업자들 심정을 알것 같았음 

다음번에 남자애를 데리고 갔더니 받아야 할거에서 삼일치인가를 까고 줌 이유는 기억도 안남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얼굴에 뻑큐날리다가 나왔음





롯데백화점 주차안내원 

거대한 미로와도 같던 주차장에서 자기차를 못찾아 헤메는 가여운 중생들을 구제해주는 일이였음

가끔 입구에서 손모으고 서서 인사하고 주차권 빼주는 일도 했었음 

용역소장은 이마의 큰점에 털한가닥, 마치 만화에 나오는 악당캐릭터같이 생긴게 볼때마다 웃겼음

유니폼이 이뻤고 목에서 까만 가래가 자주 나왔음 

애들은 일끝나고 나이트를 가거나 남자 주차요원팀이랑 호프집가며가며 스트레스를 푸는것 같았음

제일 나이많은 언니는 미스코리아 뺨치는 미인이였는데 나사가 하나 빠진것도 같은게 묘한 캐릭터였음

혼자 후훗후훗 하면서 웃기도 하고 어느날은 옷갈아입는데 갑자기 붙들고 자기 프로필 사진좀 보라며 건네주기도 했음.

그 언니가 조장이 되자 애들이 욕을 엄청 하기 시작했음 다른 언니가 더 오래했는데 왜 저여자가 조장을 하냐며 소장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는데 조장자리는 팔만원인가 더받고 일은 훨씬 많았음 

이런일로 아귀다툼하는 인류를 지켜보는것은 정말로 우울한 일이였음 얘네들도 돈 적당히 주고 환경좋은 곳에서 일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갈등이 불거지고 나서부터는 집단히스테리가 시작되었음 

휴게실은 지옥으로 변하고 여자들은 머리끄댕이를 잡기시작

결국 두달만에 조직이 와해 되고 스무명 남짓이던 팀에 조장언니와 방관자이던 나 둘만 남게 되었음

여러모로 광적인 경험

  



   

서초동 회전초밥집 서빙 

스포츠 신문 등에 맛집으로 소개가 많이 되었다고 하는데 돈주고 하는 광고였음 

주방에서 칼잡는 사람들 목소리가 엄청컸고 그안의 위계질서는 매우 살벌해 보였음 다들 캐릭터가 강했음 

누군가 거대한 생선을 거꾸로 들자 생선 입에서 피가 좌악 하고 쏟아지던 장면이 기억남

점심때 올렸던 스시들은 안팔리면 저녁 전에 모두 폐기 처분 되었는데 덕분에 평생 먹을일 없을것같은 식재료들을 맛보았음 

대가족 손님이 오던날 대머리 지배인이 쌓여있던 접시에 비싼 접시(접시색깔별로 가격이 달랐음)를 마구 끼워 넣던것을 목격함 그 사람들 아마 못해도 십몇만원은 더 결제 했었을 거임

가끔 나오던 늘 무표정 하던 사장은 지배인 이하 직원들에게 절대로 말을 걸지 않는 중세의 귀족과도 같은 도도함을 보였음

북한사람들이 가게에 딸린 룸에서 접대를 받고 간적이 있었음 뭐하는사람들 이였을까?





고문서 보정

스캔한 고문서의 얼룩들을 포토샵으로 지우는 일이였음

점 하나 하나를 클릭하다보면 정신병 걸리기 딱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듬





고서적 관리

노란 조명이 설치된 사무실에 홀로 앉아 고서적에 약품처리를 하는 일 

조용하고 혼자할수 있는 일이라 좋았음 사무실 창문이 큰점도 마음에 들었음





졸업앨범 편집 

사진사가 사진을 잘찍어오면 편했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죽어났음

프리랜서 사진사중에는 예술가의 미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애들 얼굴을 보라색으로 만들어 오기도 하고 명암처리를 아수라 백작마냥 해서 찍어오기도 하고 

사무실은 지하였고 사장은 파이프 담배를 물고 다녔음 

사장이 한나라당 행사사진 찍는 일거리를 종종 물어오곤 했음 

사장은 인맥만드는것에 필사적이였는데 그것이 결국 수입과 연관되는것 같았음.

영어 유치원 졸업앨범도 종종 만들곤 했는데 권당 십만원이라던가? 무튼 미친 가격이였음 

그러고보면 학교들 졸업앨범 만드는거 졸라남는 장사일거임

일할때 맨날 위저노래 들어서 지금도 위저들을때마다 여드름난 남자 고등학생들 얼굴이 스쳐지나감 

사진찍는날 결석한 아동이 엄마손잡고 사무실로 사진찍으러 온적이 있었는데 엄마랑 영어로 말을 했음

엄마는 당연히 영어를 졸라 못했지만 무척 뿌듯해하며 오이지같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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