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은 벗고
문 옆에 두라
이 어두워진 예배당의
입장은 맨발로,
상실로 텅 비고
슬픔으로 거룩해진 곳
돌벽은 회색
바닥또한 그러하다
회중의 한 명일 뿐인
당신은 듣기위해 존재한다
노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릎을 꿇고 뒤 편에 앉아
아무 소리도 내지말라
촛불이 스스로 말할 때 까지
—
작년 담마코리아에서 만난 라라 넬슨이라는 도반이 있다. 이번에 다시 만났다.
지난 몇 달 동안 한국어를 배워서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뭔 얘기를 신나게 하고 있었더니
‘재밌냐?‘ 라고 겐세이를 놓았는데 정말 그 그 타이밍과 표정 말투 의외성 모든 조건이 너무 완벽해서 모두 폭소했다.
센터에서도 마주칠 때마다 턱들고 와썹 호미 이러고 있는데 내가 담마코리아에서 와썹호미를 듣게 될줄은..
암튼 상당한 깐돌이 캐릭터라 자꾸 주먹을 쥐게 만들지만 봉사 되게 열심히 하고 활기가 있는 사람
라라는 몇년 전에도 한국에 왔었는데, 할로윈날 이태원에 갔다가 마포대교 쪽으로 이동을 했다고 한다.
초콜렛을 가지고 있어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다고
그러다 대교 중앙에서 가방을 멘 남자가 뛰어내릴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고,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고 한다.
본인은 사회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자살 시도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있어서
인사부터 하며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접근했다고
다행히 남자가 영어를 아주 잘해서 그들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라라가 그에게 직장이 문제인가 보스가 괴롭히냐 물으니 내가 보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던 사람이었고, 메고 있는 가방을 열어 라라에게 보여주었는데
거기엔 현금이 다발로 들어있었다고 한다
경영이 어려워졌고 주변과 세상이 미워서 남은 돈을 모두 자신과 함께 한강물에 처넣을 작정이었다고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쩌면 라라가 외국인이라 좀 더 쉽게 마음을 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그는 대화 끝에 투신을 포기하고 그날 밤은 돌아갔다고 한다.
작년에 만났을때 이 이야기 해주면서 심리적 코너에 몰려있는 사람을 대할때 유용한 시가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나면 말해주겠다고 하더니 엊그제 위의 시를 보내주었다.
아름다운 시라 혼자보기 아까워 의역하여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