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띵언 중에 <셀카는 내면의 공허를 상징한다> 도 있었는데 마음 속 깊이 동의했음
몇년 전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데 신호가 너무 오래 바뀌지 않는 느낌이었고
달리 할 일이 없다고 생각되어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셀카를 찍었는데 그때 불현듯
셀카를 많이 찍는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지루함을 계속 느끼고 있는 거구나 근데 그런 사람들이 많잖아 얶떡해!!!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고 그날 이후로 셀카를 찍을 때마다 아 지금 내가 재미없는 상태이구나 하고 의식하게 되었음(그래도 찍긴 찍음)
#소통해요 해쉬테그나
데이팅 앱 자기소개 글에 탕수육 찍먹파/부먹파 . 민초단 . 파인애플 피자 좋아요/싫어요
이런 거 떨렁 적어놓은 거 봐도 같은 종류의 공허를 느끼고
연인들끼리 연락에 집착하는 경우를 봐도 비슷한 걸 느낌
나는 연인들끼리 왜 연락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되는지 정말 모르겠음
연락 횟수로 애정의 정도를 가늠하는 것도 정말 완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연락을 자주 한다는 건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만큼의 너의 시간을 나에게 쏟도록 해, 라고 강제하는 이기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왜 연락을 받지 않은 쪽이 나쁜 놈이 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음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그리워할 시간을 가진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건데
사회와 카톡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 이 중요한 걸 잊게 만들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