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에요

행복행복 그놈의 행복

유 진 정 2023. 6. 28. 16:22

 

 

행복은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단어인데 (쓰긴 씀)  사실 단어한테는 아무 잘못도 없음 

그런데 왜 안 좋아하게 되었냐면 행복행복을 주문처럼 외치는 불행한 인간들을 너무 많이 봐서 이렇게 됨

예전에 K가 일터에 갑자기 술취한 중년남녀들이 쳐들어와 사실은 자기들이 작가고 선생이고 
그런데 뭐가 안 풀려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행복하다,
뭐 그런 주정을 하고 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음 사진도 보여줬는데 뭔 요괴 삼인방 이신 줄

그래서 별로 안 행복하신가 보다. 라고 하자 K는 응 그래 보였어. 라고 우울한 말투로 대답

살면서 만난 안 물어봤는데 자기가 행복한 사람이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기만적이었고
(맛있는 음식 등을 먹고 일시적으로 행복하다, 라고 표현하는 것과는 다름. 포인트는 타인에게 나 = 행복한 사람, 이라는 주장을 주입하는 것)
이걸 반복해서 목격하다 보니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에 꺼림칙한 인상을 가지게 되어벌임

그리고 행복행복을 외치는 사람들일수록 나는 행복해야만 한다 / 어떤 확고한 기준이 충족되어야지만 내가 행복할 수 있다, 라는 사고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는 경향도 가지고 있었는데
솔까말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니잖음? 

도대체 왜 현대인들은 이렇게까지 행복무새가 되어버린 것일까?

- 먹고 살만해져서

- 타인의 삶을 관음하게 만드는 SNS 

- 소비지상주의와 광고. 00를 가져야만 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다. (=가지지 못하면 불행해짐)

- 과잉생산 과잉노동 조밀해지는 업무로 인해 자신의 생산성/영향력 등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음 -> 노동에 대한 불만족-> 불행 -> 보상을 찾게됨

- 만족을 모르는 사피엔스의 본성

등이 이유가 아닐까..
최근 아주 재미있게 읽은 <도파민네이션> 에도 관련 발언이 나오길래 캡쳐

 
(중략)
"행복의 습관", "행복을 위한 수면", "멀지 않은 행복", "더 행복한 당신을 만들기 위한 7일."
각 책자에는 행복을 위한 처방들이 실려 있었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50가지 목록을 적으세요"
"거울 속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일기에 적으세요"
"긍정적인 감정의 흐름을 만드세요".

가장 강력한 문구는 아마 이게 아닐까. 

"타이밍, 그리고 행복에 대한 다양한 전술을 최대한 활용하세요. 언제 얼마나 자주 할지 에 대해선 계획적이어야 합니다.
선행의 경우, 선행을 하루에 많이 할지 매일 하나씩 할지 자가 실험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 책자들은 개인의 행복을 좇는 것이 '좋은 인생'을 둘러싼 다른 정의들을 밀어내고 어떻게 현대의 처세술이 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여기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선행마저 개인의 행복을 위한 전술로 표현되고 있다.
그 자체로 상찬받아야 할 이타심은 우리 자신의 '웰빙'을 위한 수단이 되고 말았다.

20세기 중반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필립 리프Philip Rieff는 이러한 경향을 자신의 저서인 『치료상의 승리: 프로이트 이후의 신앙 활용 The Triumph of the Therapeutic: Uses of Faith After Freud』에서 예견한 바 있다.

"종교인은 구원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심리학적 인간은 기뻐하기 위해 태어난다."

행복을 추구하라고 재촉하는 메시지들은 심리학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 종교 역시 자기인식, 자기표현, 자아실현의 신학을 최고의 선으로서 알린다.
작가이자 종교학자인 로스 다우섯Ross Douthat은 자신의 저서 『나쁜 종교 Bad Religion』에서
뉴에이지에서 이야기하는 “내면의 신 God Within " 신학을

"세계주의적인 동시에 위안이 되며, 이국 정서의 모든 쾌락을 약속하는 신앙으로... 아무런 고통이 없고... 신을 인간보다는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신비주의적 범신론" 이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내면의 신 관련 문헌을 들여다보면 도덕적인 권고가 거의 없다.
'친절'과 '온정'은 자주 요구하지만, 실제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위한 지침은 거의 없다.
그나마 있는 지침은 '느낌이 좋으면 하라'는 식으로 끝나기 일쑤다.

 

이 뒤에 자녀의 행복을 위해 그 어떤 고통과 불만족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더니 아들래미가 우울증 마약중독자가 되어버린 가정의 사례가 나옴

암튼 그래서 녹음파일 틀어놓고 명상할때도 말미에 행복행복행복하세요 멘트 나올 때마다 저 소리 좀 그만하면 안되나? 속으로 궁시렁대다 단체명상 시간에 여기에 대해 말해봤는데 L님이 자신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걍 평화로우세요 라고 해석해서 받아들인다, 라는 말을 하심 (최근엔 자유롭기를 이라고 해석하신다고)

사실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과 고통의 개념은 사회에 통용되는 그것과는 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되는데 이게 언어의 한계 때문에 오해가 발생되기 쉬운 거 같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행복의 개념: 욕구가 충족된 상태
불교의 행복: 집착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획득한 상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고통의 개념: 모든 종류의 세속적 불행, 불만족, 욕구가 좌절된 상태
불교의 고통: 자아에 사로잡힘, 집착,  망상 등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행위 

고통에서 벗어나라 -> 하고싶은 것만 하면서 머가리 꽃밭으로 살라 X
슬픔을 느끼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고 슬픔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라는 뜻 (메타인지)

어떤 부정적 상황이나 감정에 스스로 먹이를 줘서 재생산, 확대시키지 말고 적절한 액션을 취해 거기에서 벗어나라는 뜻

정리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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