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

무신론자 카페의 추억

유 진 정 2023. 7. 24. 18:47

 
십년 전쯤 너무 심심해서 소규모 무신론자 카페에 가입한 적이 있음
그 카페엔 한번뿐인 이번 삶을 충실히 살자라는 의미에서 미래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거기다 한국에 돌아가서 여행기로 데뷔할거다 그런 걸 적었던 것으로 기억함. 그 외엔 걍 눈팅만 함

그 카페엔 본인을 여고생이라고 밝히고 활발한 활동을 하던 유저가 있었음 
저 계획글을 올린 며칠 뒤 무신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라며 여고생이 글을 하나 올림
그 글은 개인의 경험와 주장이 조화를 이루는 논설이었기 때문에 인기글이 됨
아직 어린 학생이 깊이 있는 생각을 한다고 칭찬하는 답글들이 달림
나 역시 여고생쟝의 주장에 100%동의했음. 왜냐면 그거 내가 쓴 거니까

여고생쟝이 회원정보에 링크해둔 내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복사한 뒤 접속사 등을 수정해서 자신의 의견처럼 올린 것이었음
지금이라면 님 왜 사기침 ㄹㅇ음침 이라고 답글 달았겠지만 그땐 미성년자를 공개적으로 쪽주면 안될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걍 뭐하는 짓이냐 쪽지를 보냈음. 그러자 네? 무슨 소리세요?^^; 라는 답장이옴
그래서 미친년이라고 생각했고 기분 나빠져서 카페탈퇴함

그런데 어쩌면 네 무슨 소리세요 가 진심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어젯밤 들었음 
왜냐면 내가 어떤 사람한테 한 말을 다음에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나한테 고대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단말임
나의 착각은 아닌게 보통 카피되는 문장의 경우 말을 하기 전에 이거이거 단어선택 오졌다~ 자뻑하며 내뱉는 문장들이라 나는 내가 그 말을 그 사람에게 하던 상황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암튼 이럴 때마다 흥미를 느낌과 동시에 상대방과 약간 거리를 두고 싶어짐. 이 사람 혹시 정신이 와리가리 하나 싶어서

물론 나도 다른 사람의 강력한 주관에 감화가 되어 어휘가 닮아가거나 하는 경우는 있지
근데 저 사람들은 그런 수준이 아니라 되게 디테일하게 문장 전체를 베껴버리고 심지어 그걸 반복하는데 거기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어 보이니까 그점이 무섭다고
일단 주장을 먼저 학습한 뒤에 그게 남에게 들은 말이라는 상황을 지워버리는 거 같음

스티브 잡스는 남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놓고 그게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하도 믿어재껴서 주변인들이 저새끼 주위에 현실왜곡장이 존재한다고 흉을 봤다는데 이것도 나르시즘의 일종인가? 
그리고 여고생쟝은 지금도 블로그 들어오고 있을까? 

https://digthehole.com/2810
 

 

왜 따라쟁이가 싫을까

아기때 같이 놀던 엄마친구 딸이 있었는데 나를 자주 따라했음. 입는 옷이나 색칠공부를 할때 색을 배껴칠하는 모 그런 소소한 모방들이였는데 나는 그게 너무너무 싫어서 그때마다 왜 따라하

digtheho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