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에요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생각

유 진 정 2023. 7. 31. 01:31

 

왼쪽은 인도적인 소 도축 방법을 개발하여 유명해진 자폐인 템플그랜딘의 뇌,
오른쪽은 평범한 사람의 뇌 스캔 결과물임
자폐인의 뇌는 일반인의 뇌에 비해 과활성되어있고 시각적인 면에서 특히 더 그렇다고 함

나는 이걸 보고 좀 놀랐음. 자폐라고 하면 무표정하고 소통이 잘 안되니까 일반인에 비해 무감각한 사람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오히려 반대로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이라는 것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가 많으면 개꿀아닌가 싶기도 한데 문제는 우리가 살면서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들을 하나하나 다 처리를 하려면 엄청나게 피로해지게 됨
(뇌는 우선순위를 정해 필요없다고 여겨지는 정보를 누락시키는 기능을 갖추고 있음. 이 기능 덕분에 전철에서 독서가 가능하고 시끄러운 번화가에서도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자폐인은 이 감각과민과 타인과의 소통부재 등으로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게 되고,
그 결과로 발작이나 자해를 하는 멜트다운 증상을 주기적으로 겪게 됨

자신을 어느정도 통제 가능한 고기능 아스퍼거의 경우 멜트다운이 오려고 할 때 실리콘으로 제작된 목걸이를 깨무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과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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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자폐아동의 아버지가 나와서 하는 TED 강연을 들었음

아들이 아기 때 부터 이상행동을 보였는데,
누워서 아무 반응도 없이 허공을 쳐다보고 있거나
단단한 음식을 아예 거부하는 바람에 이유식을 뗄 때가 됐는데도 모든 음식을 갈아서 숟가락으로 떠먹여 줘야 했다고 함

병원에 데려가니 자폐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충격을 받은 부모는 다방면으로 치료책을 찾았으나 자폐는 병이 아닌 컨디션이기 때문에 걍 평생 가는 거라는 응답을 받음
그 와중 부친은 의사들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그래서 부부는 직접 조사에 들어감 

절박한 부모 등쳐먹으려는 과대광고와 사기꾼들에게 지쳐갈 무렵 부부는 이스라엘 시골에 위치한 작은기관을 하나 알게 됨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아이를 그곳으로 데려간 부부는 매우 놀라게 되었는데,
과정 중에 딱히 치료행위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고 걍 3주 동안 직원들이 애랑 하루 6시간 정도 놀아주는게 전부였다고 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상태가 엄청 좋아졌고
심지어 센터 도착 몇 시간 만에 웃으며 처음으로 혼자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음

센터의 특이사항이라고는 하나 뿐이었음
바로 환경에 신경을 매우 써두었다는 것

감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배제시켜 두었고 (그래서 위치도 시골인듯)
치료사들은 아이를 감정적으로 자극시킬만한 언행을 삼갔으며 부모에게 돌아가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철저하게 훈련시켰다고 함

이 과정 중 아버지가 한 가지 깨달은게,
아 그동안 마누라와 나의 초조함이 예민한 아이한테 그대로 전이가 되어서 불안해 했던 거구나,
환경과 주변사람들이 안정적이면 애도 바로 좋아지는 구나, 였다고 함


그 뒤로 인도에 있는 하트풀니스 명상센터에도 방문을 했는데 고요한 분위기 속에 애가 안정적으로 행동하니까 아무도 자폐를 눈치채지 못함 (명상센터니까 자극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됨. 담마코리아의 경우 센터 내에서 뛰거나 박수를 치는 등의 행위조차도 금지되어 있음) 

아무튼 그런 과정 끝에 아이는 말도 잘 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자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함 

예전에는 자폐인들이 주변을 냉담하게 차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주위에 과몰입하게 되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그리고 민감한 만큼 주변 사람들이 애를 이상하게 취급하면 그것을 감지하여 상태가 나빠지고,
반대로 배려하고 수용해주면 그것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함
(한때 미국에서 사회성 부족한 아스퍼거놈들 범죄자 될 가능성이 높겠지 하고 추적조사를 실시했는데 반대로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는 결과가 나옴. 원리원칙과 루틴에 집착하고 과잉공감하는 자폐 특성상 오히려 초도덕적 인간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다수 https://digthehole.com/2560)  

그래서 이 아버지는
<자폐가 정말 문제냐, 아니면 삶에 불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 고자극 사회가 문제인 거냐>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여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영상이 끝남
 


이 맥락으로 봤을때 한국사회는 자폐인들에게 꽤나 가혹한 환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폰가게서 울려퍼지는 유행가, 지나치게 밝고 하얀 형광등, 중구난방으로 매달려있는 간판과 플래카드, 정상성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 등등 보통인간도 기가 빨리는데 과민한 사람에게는 지옥같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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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iz.net/pt/7420443 

주호민 부인 웹툰에 나오는 주호민과의 대화

주황 부인연두 주호민

www.instiz.net

 
주호민 이슈 터진 뒤 위 만화를 봤음

한국의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곳도 상당한 고자극 환경일텐데 아동이 스트레스 상태라면 주호민 말처럼 일단 쉬게하고 평정심을 찾게 해주는게 낫지 않을까

나라면 단기이민도 고려해볼 거 같음
왜냐면 자폐/아스퍼거 관련 자료 검색할 때 영어로 검색할 때와 한국어로 검색할 때의 결과가 너무 다름

영어 페이지에는 자폐/아스퍼거와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 아스퍼거의 특징과 장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많이 등장하는 반면
한국어 결과는 아스퍼거 남편이 내 인생을 망쳤다, 아스퍼거 직장동료 때문에 미쳐버릴 거 같다, 자폐 만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등등 극단적 내용 위주

타인이 봐주는 대로 영향을 받고 행동하는게 자폐라면 그들에겐 꽤나 유독한 환경

별개로 자폐를 기피하는 한국인들을 마냥 빌런취급을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 영어권 인간들의 톨레랑스도 결국 행복과 정신적 여유에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니까

한국같이 빡센 경쟁시스템 안에서 방해는 곧 생존의 위기로 여겨지게 되고 방해가 되는 존재는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기 너무 쉽다고

혐오당하는 자폐 부모의 고통이 특수반선생의 실직이라는 가혹한 결과를 이끌어 내고,
그것이 이슈화 됨으로써 자폐인과 부모에 대한 혐오가 깊어지고. 악순환이라는 생각이 듬


그리고 주호민이 욕을 먹는 이유는 영향력이 필요이상으로 커졌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아니 그냥 만화가고 방송인이고 세상 때 묻은 아저씨잖아? 왜 팬덤은 그를 성인군자마냥 추앙하는가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도 생각해보니까 그만큼 한국 젊은이들 주변에 롤모델이 부족하기 때문에 파생된 당연한 결과였던 거 같음
카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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