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에요

사회성에 대한 단상

유 진 정 2023. 8. 30. 16:33



 
 
 



예전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성 박살난 케이스들을 목격하고 나니 

사회성
존니 중요한 거 였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던 이유는 사회성이 한 인간의 실력이나 선량함을 보장해주는 지표가 아니기도 하고,
사회성이 좀 떨어지나 싶은 인간들 중에 순수한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인데 이게 혼모노들을 못 겪어봐서 쉽게 생각했던 거 같음
그리고 인간이 순수하다는 것은 걍 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공개한다는 소리인데 그 속에 있는 것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암튼 사회성에 대해 생각하다 예전에 펑크씬에서 만난 Y라는 친구가 겪은 에피소드가 떠올랐음
그땐 공연장에서 밴드가 무대 말미에 공연 끝나고 같이 놀아요~ 라는 말을 하는게 일종의 관례 같은 것이었는데
어느날 Y가 공연장 자주 나오던 남자애의 싸이에 들어갔다가
< 맨날 공연 끝나고 같이 놀자고 하지만 지들끼리만 놀고 절대 안껴준다. 그럴 거면 멘트는 왜 하나, 가식적이다 >
라는 글을 읽었다고 함

Y는 그 말이 매우 맞고 씬 안에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남자애를 만나보았고
어땠냐고 물어보니 < 아 근데 저도 걔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더라고요 > 라는 대답이 돌아옴

그니까 그런게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임
나쁜 놈은 아닌거 같으면서도 만날 때마다 어쩐지 찝찝답답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교류를 단절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일종의 무능

인지적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말과도 같은데 이게 몬소리냐면
사고가 매우 자기중심적이라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뜻임

그리고 이게 안타까운 이유는 자기중심적이라 시야가 좁음 -> 상대의 미묘한 사회적 제스처 등을 놓치고 결례를 저지름 ->  배척당함  ->  학습의 기회를 놓침  -> 시야가 더욱 좁아짐

의 악순환이 시작되기 때문에









 <아니 사회성 좀 떨어진다고 배척하는게 사회성이 좋은 거냐 좀 봐주는게 좋은거지. 배척하는 새끼들이야 말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듯>
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사회성을 동정심/전체주의적 사고관 등과 혼동하였기 때문에 저지르는 오류임

호주 거주 시절에 다른 여행자들과 다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은 적이 많았는데 어느 날 쥰이라는 투실투실한 일본인이 우리 테이블에 오더니 그게뭐야!! Give me that!! 하면서 음식을 손으로 막 집어먹은 적이 있음

쥰은 본인의 캐릭터를 광대로 잡아놓은 상태였고 뭔가 컨셉질을 시도했던 거 같은데 별로 웃기지 않았고
사실 좀 짜증나는 행위였음

그래도 걍 다같이 먹자고 만들어놓은 음식이니까 동양인들은 그냥 웃고 넘어갔는데
영프독 유럽 애들은 아니라고, 우리는 지금 서로를 위해 모두 노동을 해서 이걸 마련했는데 쥰의 행동의 일종의 무임승차라며 딱 짚고 넘어감

실제로 전체주의 문화권 사람들이 사회성 떨어지는 짓에 대해 더 관대한 경향이 있고
개인주의 문화권의 사회 구성원일수록 같은 집단이라고 억지로 어울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사회성 빻은 짓을 하면 더 쉽게 도태될 수 있다고 함

나도 개인주의적 사고가 강한 편인 거 같은데 (인간의 빻음에 대한 면역도 약함)
같은 이유로 상대방이 선을 반복해서 넘는다 싶으면 신속하게 거리를 두는 편임 (이게 맞다는 소리는 아님)

그리고 상대가 사회성 박살난 언행을 시전하면 결국 주변에서 그만큼 더 사회성을 발휘해 파국을 막아야 하는 경우들이 생기는데 이거 꽤나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라고.. 귀찮다 이 말이야

그래서 결국 사적 관계에서는 사회성 레벨이 비슷한 인간들끼리 어울리게 되는 듯



타고난 외모나 지능 등에 비해 사회성은 후천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스스로의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본인을 이런저런 사회적 상황에 던져보고 구르고 깨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학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함

나이를 먹을수록 요구받는 사회성의 레벨이 높아지고, 가족이나 보살이 아닌 이상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사회성 떨어지는 언행들을 이유없이 용인해 주는 사람은 적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과정 중 본인과 호환성이 좋은 커뮤니티를 찾아내어 정착할 수도 있음
집단마다 요구하는 사회성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예술충이라거나 저지능/고지능자 등 암튼 소수자인 경우 더 열심히 정착할 집단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아니 걍 좋은게 아니고 이거 존나 중요해.. 중요하다고!@!@!!!

 

 

+ 추가

사회성 박살을 내향성과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다름
당장 맨 위의 맨스플레인 예시만 봐도 저건 남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일종의 외향성에 가까움
찐따 중에 가장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것은 외향찐따라는 말을 상기해 보3

 

+ 추가2

그래서 뇌의 구조 탓에 인지적 공감능력을 발달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자폐,
그중에서도 멀쩡해 보이기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경우가 더 많은 고기능 자폐가 안타까운 경우라고 생각함

인지적 공감능력은 박살났는데 감정적 공감능력이 멀쩡하다는 소리는 왜 따돌림 당하는지 이유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 개선이 어려움 ) 미움받고 있다는 것만큼은 절실히 느낀다는 소리이기 때문에 사는게 넘 빡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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