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님은 요즘 부군께서 차려놓은 코인세탁방을 운영 중이시다.
코인세탁방이니 동전을 바꿔주는 기계가 있는데, 지폐가 가득차면 바꿔준 동전과 함께 지폐를 도로 뱉는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그러면 손님들이 돈을 도로 받았다, 라며 연락을 주신다고.
부군께서는 당연히 ' 아니 그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몇 건이라면 안 온 경우는 더 많을 것이 아닌가?! 당장 기계를 처리해야 한다 ' 라는 현실적 반응을 보였는데 M님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비는 돈이 크지 않고 부업처럼 하는 일이니 일종의 소액로또처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버리자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상상도 못해본 발상이라 신선한 한편 아니 부업이라도 사업이잖아요! 그래도 되는 겁니까? 하는 마음의 외침이 있었는데 맞은 편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S님이 생각에 잠긴 표정시길래 의견을 여쭤보았다.
S님은 신호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본인의 집은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고 집 앞 길엔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신호등도 없었다고 한다. 자유롭게 길을 건너다녔었다고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 신호등이 설치되었고, S님은 매우 못마땅하셨다고 한다.
차도 거의 안 지나다니는 곳에 예산 낭비가 아닌가, 게다가 차량 통행이 전혀 없어도 빨간불에 길을 건너면 괜히 신경이 쓰이는데 그렇다고 기다리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원망과 딜레마가 시작되셨다고
그러던 어느날 이 신호등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사실을 깨달으셨다고 한다.
또 빨간불에 신호를 건너며 규칙을 어길때 느끼는 찝찝함 > 아낄 수 있는 몇 초
라는 결론을 내린 뒤 부턴 차가 오건말건 편안한 마음으로 신호를 지키신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가끔 눈을 감고 사색에 잠기기도 하시고..
오우 울림이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떠오른 기억인데 모 국가의 노부부가 운영하는 숙소에 두 세달 정도 머무른 적이 있다.
어느날 일주일 치 방값을 결제하는데 부인쪽이 YHA 멤버쉽 있었죠? 라며 카드를 리더기에 넣었고 나는
순간적으로 네, 라고 대답했다. 거짓말이었다.
YHA 유스호스텔 멤버쉽이 있으면 일주일치 숙박비의 1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카드는 처음 한번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었고 부인이 내가 그걸 보여줬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숙소에 머무는 내내 10%의 할인을 받았는데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친절하기 그지없는 은퇴한 노부부를 속인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어제도 떠올라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 심지어 죄책감 때문에 10%를 20%로 올려 기억하고 있었다 )
고작 몇십달러 아끼고 심리적 타격을 입은 것이니 상당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이 외에도 살면서 부도덕한 짓을 꽤나 저질렀는데 이 사건이 기억에 크게 남는 이유는 나에게 상대를 속일 것이라는 명확한 의도가 있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나에게 잘 대해 준 사람들을
아무튼 다시 코인세탁방으로 돌아가서
나는 동전교환기의 소액로또 이벤트는 사람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했다는 찝찝함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으니 기계를 바꾸는게 좋지 않을까요? 라는 수정을 거친 결론을 내렸고
M님은 그 돈을 가져가느냐 마느냐는 손님에게 맡기겠다.
나는 몇 천원 몇 만원에 전전긍긍 하느니 마음편하게 살련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가져가셔도 괜찮다. 이익을 얻었다는 즐거움을 드렸으니 됐다, 라는 결론을 굳히셨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 결론을 다르게 내렸지만 거기에 딱히 틀린 의견도 없고,
'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 ' 라는 접점이 있는 것이 흥미로웠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