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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증오할 때 패배한다 서울의 봄

유 진 정 2024. 2. 6. 22:46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위키피디아에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을 검색해본 적이 있다.

일단 심심했고.. 몇 년 동안 한국말 안 쓰고 한국 뉴스도 안 보고 살았더니 근대사에 대한 정보부터 다시 구성하고 싶었음

갓기피디아에는 대통령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책 수준으로 자세히 나와있었고 읽다보니 꿀잼이라 몇시간을 내리 읽었다. 대한민국 격동의 근대사 진짜 오진다. 이러니까 일본 아저씨들 제 5공화국에 미치는 거

그 중 박정희 김대중 편을 유독 흥미롭게 읽었는데 
정적으로 인한 죽을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기고도 복수 대신 평화를 외친 킹대중 선생님의 행보에 감동을 느꼈고
한 마디로 평가하기 힘든 박정희의 복잡한 캐릭터성에 매력을 느낌
 
아무튼 그랬는데
읽다보니까 좀 이상한게 박정희가 독재를 했고, 저격 당했고, 그럼 민주화가 되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왜 다음 대통령이 전두환이고 518이 일어나고 그 잠깐 사이 권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이양되었던 것인가, 
근대사 배울때도 굵직한 시위들에 비해 이 사건은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됐네요~
느낌으로 대충 넘어갔기 때문에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지점

그래서 서울의 봄 아주 집중해서 봤다. 아래로 좋았던 점 빡쳤던 점 정리
 
빡쳤던 점 :


- 황정민 연기 너무 양아치 같음
하이톤 발성에 희번덕거리는 비열한 시선 동네 깡패 대빵도 그딴 식으론 말하지 않는다고?
사상은 천박하더라도 어조만은 묵직해야 남초 대가리 (그것도 난다긴다 하는 군 수뇌부의) 캐릭터로써의 설득력이 생기는데 이거 굉장히 거슬렸음

제 5공화국 이덕화가 너무 카리스마 넘치게 전두환을 연기한 나머지 엔젤두환 카페가 생겨버린 선례가 있고
그래서 감독이 배역에 지나친 스타성을 부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말이 있던데 책임의식이 연기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어버린 듯

- 정우성은 말을 안 할 때 가장 멋지다

- 바지락 된장국 끓여놨어요.. 목도리 짜 넣었어 시발!시발!!!
내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믿기지 않아 영화관에서 육성으로 제발을 외침 실미도 알사탕 신파 이제 그만 할 때도 돼짜나~~!~~~~~ 

 

국방장관 개그캐 설정도 너무 지겨웟다.. 쌍팔년도 영구와 땡칠이도 아니고 진짜 구만좀훼

 
반면 좋았던 점은 :

-  두시간 반이 정말 후다닥 지나감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뛰어난 연출
나 원래 콜라 마시면 한시간 마다 화장실 가야되는데 너무 몰입해서 화장실도 안감
 
- 조연들의 호연 

특히 공수혁 소장 역
격분장면 넘나 자연스럽고 멋있었음
 

문일평 대령 오진호 소령도 기억에 남고
품위있지만 무력한 지성인 최규하 대통령 연기도 좋았음
 
 
기타: 
영화에 남자만 나오고 감독이 남자만 사랑한다는 페미니스트 평론가의 글을 읽어봤는데 어쩔 수 없지 않나 실제로 그랬을 테니까? 여성은 ㄹㅇ부수적이고 평면적인 역할로만 나오는데 저 상황에선 진짜 그랬겠지 나야 뭐 유니폼 입은 남자 많이 나와서 좋았다

또한 알탕연대의 한계에 대한 교훈을 얻음
권력을 향한 남성들의 하이에나 같은 야욕 넘 만악의 근원임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인데 여초는 남초든 한가지 성으로만 이루어진 집단 넘 불건전해지기 쉬운 듯 음양의 조화가 괜히 있는게 아니렷다

글고 정치야말로 여성이 활동하기 좋은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판이 너무 야만스럽게 짜여져 있어서 소시오패스 아쥼니들 아니면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문제
 
최규하와 전두환이 마주보는 장면에서 원칙과 변칙의 대결이라는 문장이 떠올랐는데 작금의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업보 빔은 오랜기간에 걸쳐 쌓아올려진 것들이란 생각을 함

예전에 형제 복지원 사건을 접하고 상당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학살의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주범의 당당한 태도가 너무 놀라웠고 곧 그 당당함의 이유를 깨달음

니들이 하기싫은 일 내가 처리해 주지 않았나, 누군가는 손을 더럽혀야만 했다, 

이 정도 레벨의 범죄에서 대의를 면죄부로 내세우고,
실제로 정권과 주범 사이의 암묵적 협의가 존재했던 야만의 시대였다는 점이 ㄹㅇ 충격적으로 다가옴

속도와 윤리 중 속도 스킬만 계속 찍으면서 렙업한 무한경쟁사회에서 사람들이 자꾸 죽고 싶어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함


 
실제 이태신 역의 장태완 장군의 삶에 대해서도 알아봤는데 매우 비극적임
부친 억울감에 술로 연명하다 과음으로 사망, 아들 의문사, 부인은 자살

이태신 광분하며 철조망 넘어오다 구르는 장면에서 생각한건데 정의는 증오할 때 냉정을 잃고 그래서 패배하게 됨 

일전에 동물권 운동 하시는 분을 명상원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동물권 운동하면 인간 싫어지지 않냐고 했더니 그래서 왔다는 대답을 하셨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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