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보내버리고 싶은 노래 :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유 진 정 2024. 3. 17. 18:01

 
 
 
음악은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인간의 너무 원초적인 곳을 건드리고 정서에 깊숙히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 맥락에서 요즘은 음악을 신중히 듣고 있는데 WE ARE THE WORLD만큼은 반복해서 듣는다.
일단 너무 좋고.. 노래가 사람을 일시적으로나마 친사회적으로 만드는듯

아무튼 그래서 이 곡의 메이킹 필름이 다큐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기뻤는데 이렇게 흥미롭고 감동적인 과정까지 있었을 줄은

특히 기획을 후닥닥, 녹음은 하룻밤 만에 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상당한 충격을 받음

당연히 이런 미친 캐스팅에 갓띵곡이면 철저한 기획과 무수한 연습이 동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질질 끈다고 꼭 좋은 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벼락같이 떠오른 영감으로 작곡한 노래가 띵곡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점에서 음악의 세계는 영적이라고 느낌

물론 누워만 있는다고 벼락같은 영감이 떠오르는 건 아닐테고 활동 중 쌓아온 데이터들이 누적되다가 계시처럼 튀어나오는 것 인듯

80년대 팝 씬은 그런 면에서 어마무시한 양질의 컨텐츠가 쌓여있던 시장이었던 거 같다

이때 노래들 너무 신선해서 어떨 땐 좀 무섭게까지 느껴짐 ( 90년대 가수들도 말 안들 거 같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80년대 가수들보다는 보통 사람의 범주 내에서 행동 할 거 같은 느낌 )

당시 미국 팝스타들에게선
우리가 대중 가수고 니들 좋아할 만한 걸 만들어 낼 거지만 내 스타일 대로 만들어 낼 것 이라는 곤조가 느껴지고
그런 토대에서 이런 기획도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
 
https://www.youtube.com/watch?v=s3wNuru4U0I


 
여기까지 쓴 다음 WE ARE THE WORLD 영상 다시 보고 오열하고 왓음 

이 뮤직비디오는 아레시보 메시지처럼 마이크로파로 만들어서 우주로 쏴야 됨

만에 하나라도 외계인이 존재하고 그들이 지성을 가진 존재라면
인류가 개같은 짓 많이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면이 있는 애들이라는 걸 이걸 보고 알 수 있을 것임

아래로 영상에 나오는 인물들을 소개해 봄
순서는 기억나는 대로 
 
 
 

 
밥 겐돌프 

위아더월드 기획의 전신 격인 밴드에이드를 조직한 영국락커 (미국 뮤지션이자 사회운동가인 해리 벨라폰타와 퀸시 존스가 이 컨셉을 빌려와 제작이 시작됨 )

집에서 티비보다 이디오피아 기근 뉴스를 보고 벌떡 일어나 곧바로 기금 조성을 시작한 의지의 사나이

유치원생 수준의 거대한 이고를 가진,
게다가 시상식 막 마친 후라 피곤에 쩔어 심기까지 불편한 팝스타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통제를 했으려나 궁금했는데 
PD인 퀸시존스가 영리하게도 녹음 시작 전 이디오피아 막 다녀온 밥 겐돌프에게 연설을 시킴

밥은 락커답게 쿨한 스피치를 짧게 끝내고 그러자 녹음실 분위기가 갑자기 경건해짐 
(지치고 졸려서 눈 막 비비면서 꺼벙하게 말한게 더 잘 먹힌듯) 

 

 

 

다음 라이오넬 리치

say you say me ~

마잭과 공동작곡을 하고, 뮤지션들을 섭외하고, 녹음 전 열린 시상식에서는 진행과 출연을 (상도 자기가 받음)녹음실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노릇까지 함 

여기가 교실이라면 라이오넬 리치는 사회성 만랩 반장임. 영화의 메인 나레이터이기도 함

노래 첫 소절 누구한테 시키지? 하니 농담해? 당연히 나지! 라고 대답했다는 후일담이 있음

 

 

 

 

마이클 잭슨

말투 몸짓 목소리 눈빛 다 인간을 초월한 거 같음
MBTI I 99% 그런데 스타 중의 스타인 부반장

 

 

 

 

어른임 
여기서는 담임선생님 역할을 맡음

아티스트 데리고 일하는 PD는 심리상담사 역할도 겸비해야 된다는 띵언을 남김

뮤지션들 입장 전 녹음실 문짝에
CHECK YOU EGO AT THE DOOR
라는 적절한 급훈을 붙여 둠

굶어 죽어 가는 사람들 목숨이 걸린 프로젝트에 니들 얄량한 EGO 따위 들이대지 말아라.. 잘 끝내자 라는 묵직한 메시지

 

 

 

해리 벨라폰테

어른2
정신적 지주

 

 

 

브루스 스프링스틴

상남자 축구부 주장
지방에서 경기 막 뛰고 dog tired한 상태, 심지어 악천후였는데 비행기 타고 날아와서 다른 이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음 

 

 

 

신디로퍼

귀요미 
시상식 끝나고 몸도 안좋고 남친도 가지 말라고 했는데 와서 처음엔 좀 부루퉁해 있음

솔로 녹음할 때 자꾸 웃는 소리 같은 게 잡히니까 짜증내는데 알고보니 자기 귀걸이 짤랑거리는 소리였다는거 눈치채고 바로 고멘네 외치면서 귀걸이 허겁지겁 빼는 거 짱 귀여웟음

평소에도 뭔가 사람 자체가 신 들린 느낌이랄까 찐 퍼포머이신 듯.. 조상 중에 샤먼 있을 거 같음


 

 

밥딜런

문제아 (말도 안 해서 무서움) 
미친 가창력들 사이 혼자 음치이기도 하고 일단 이때 상태가 많이 안 좋음

 

 

스티비 원더 

으아~ 제일 기억에 남는 캐릭터
킹받는데 미워할 수 없는 매력덩어리

첨에 작곡시키려고 음성메시지 남기는데 라이오넬 리치가 음.. 걍 스티비 연락은 기다리면 되는거라고, 올 수도 있고 안 올수도 있고.. 라는 말을 함

그동안 얼마나 당했길래 저렇게 해탈했을까 싶었음
(그러다 노래 다 만들고 나면 뜬금없이 나타나서 헐 나한테 왜 연락 안 했음??? ㅇㅈㄹ하는 타잎)

녹음실에서도 시간 없어 죽겠는데 가사 바꿀라 그래서 뮤지션 한 명 빡쳐서 집에 가버림 

근데 문제는 재능이 쩔고 마음이 고움

밥 딜런 뭔 마약 중독자 처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손 붙잡고 개쩌는 밥딜런 모창으로 자, 이대로 따라 부르면 돼~ 하고 프로듀싱 해줌

뮤비 볼 때마다 밥 딜런 노래 참 못하는데 자기 쪼대로 부르니까 멋있다 싶었는데 스티비 원더가 다 짜준 거였음

사람들 처져 있으니까 갑자기 헤리 벨라폰타 바나나 보트 송(데이 오~ 미세떼 오~) 열창해서 분위기 반전시킴
이거 오늘 못 끝내면 나랑 레이 찰스(둘 다 장님)가 니들 운전해서 집에 데려다 주는 수가 있다고 가사 바꿔서 드립 치는데 개웃김


 

 

 

레이찰스

어르신
의견 어수선 할 때 자자 고만 하고 이리로 갑시다~
교통정리 딱 해주시는
말수 적지만 한 마디 할 때 포스 있는 윾쾌한 노인

스티비 원더랑 레이찰스는 너무 캐릭터가 신기함
앞을 못 보는게 사람을 거침없게 만들어주나?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신경 1도 안 쓰는 거 같은 느낌이 엄청 매력적



 

 

 

실라 E

기억에 남는 인물

사실 캐스팅한 이유가 프린스가 실라 E를 엄청 좋아해서 프린스 섭외하려고 일종의 미끼로 데려온 거였음 (밴댕이 소갈딱지 프린스 결국 안 옴. 하지만 음반 낼 때는 참여함)

녹음 도중 그 사실을 눈치채고 창작자로써 엄청 속상했을 텐데 어른스럽게 대처하는 거 보고 여성적 관대함을 느낌
그 속상함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도 좋았고..
나래이션 할 때도 보면 사람이 크고 부드러움

CHECK YOU EGO AT THE DOOR 의 정신을 보여 주었음

 

 

 

 


다이애나 로스

교실의 뮤즈 (마잭이 엄청 짝사랑했다고 함)
녹음 끝나고 사람들 나간 다음에 갑자기 오열함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고 엉엉 우는데 보면서 나도 이 영화가 안 끝났으면 좋겠어요 하고 같이 울부짖음

그러고 보니까 입으라고 준 굿즈 티 입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



 

 

 




불교에는 연기론이라는 개념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의존하며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좋은 의도는 좋은 업을 짓고 나쁜 의도는 나쁜 업을 지으며
세상만물은 모두 깊게 맞물려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청정한 마음은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에게 중요하다는 이론이다. 

영화를 보면서 여기에 대한 생각을 했다.
간절하고 순수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추진하니 안 될 것 같은 일들이 기적처럼 해결되고,
말 그대로 선의와 우주의 기운(?)이 일을 되게 만드는 느낌


위아 더 월드는 미국 최초로 400만장 이상 판매된 싱글이라고 한다.
공연 등의 부수입까지 합치면 8000천만 달러의 기금이 조성되었고 (출연진과 제작진은 모두 무보수로 일함)

무엇보다 그들은 이 이벤트를 목격한 지구촌 사람들의 정신에 이타성의 아름다움을 각인시켰다.  

기금이 전달되는 과정 중 이디오피아 군부의 횡령 등 약간의 소음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굶주린 사람들이 빵을 먹을 수 있었고 ( 그 빵을 마이클 브래드 라고 불렀다고 )

현재 이디오피아는 과거에 비해 정치가 안정되었으며 GDP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미래가 기대되는 국가로 발전 중이라고 한다.

 


https://c-straw.com/posts/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