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에요

화엄음악제 후기

유 진 정 2015. 10. 14. 18:41



빠바밤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화엄사라는 절에서 음악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라인업이고 뭐고 암것도 몰랐는데 걍 절에서 음악제를 한다는것이 멋지게 느껴졌고 홈페이지가 예쁘길래 가기로 결정.
나는 책표지나 공연포스터 홈페이지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인데 왜냐하면 포스터 구린 공연치고 좋은 공연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언제 하는것인가 해서 보니 바로 내일이길래 근처 숙소를 찾아보았다.
템플스테이는 마감되어 있었고 근처에는 리조트랑 호텔밖에 없길래 좀 더 알아보니 구례 둘레길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이 등장하였다. 근데 문의를 하니 방이 없다고

텐트 지고가서 불자의 자비를 보여달라며 땡깡이라도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걍 제주도나 가야지하고 비행기 티켓팅을 하는데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도미토리 방이 났다는 것이였다 오예
남부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를 예매하고(3시간 10분 소요, 19900원)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니 머리가 엉망진창이길래 미용실가서 20분만에 뒷머리 잘라주실수 있냐고 물으니 아줌마가 흔쾌히 ok하시길래 머리를 자르고 버스를 타러갔다.

출발 8분전에 도착하여 버거킹에서 머쉬룸 스테이크 버거를 사들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시간이 계산한데로 딱 맞아떨어져서 기분이 좋았음  




버스를 타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






먼저 와있던 할머니가 내자리에 앉아계셨는데 기사님이 지정좌석제라 자리를 바꾸셔야 한다고 하니 혼란스러워 하시고 나도 짐옮기고 수선떨생각하니 귀찮아서 이대로 가자고 하고 걍 앉았다. 할머니가 고맙다고 하셨는데 사실 제 맘 편하자고 하는 일이니깐요

할머니에게 발 받침대 버튼을 누르면 편하게 갈수있다고 하니 매우 놀라워 하셨다. 사실 나도 좀 놀랐음 시외버스에 원래 이 기능이 있었나?
암튼 그래서 할머니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들으면서 안심심하게 잘 갔다.

할머니가 시집오기 전에 사시던 마을은 가구수가 하도 많아서 일년 내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밥을 빌어 먹어도 세집이 남는 동네라 불리웠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생전에 체구가 하도 좋으셔서 B52 라고 불리우셨다고 하는데 그게 뭐예요 물으니 응 농담, 농담 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바람에 한동안 추리를 해야 했는데 할아버지가 출타하셨다가 늦어지시면 사람들이 어이 B52 미국으로 돌아가삤냐며 놀렸다는것으로 보아 B52는 미군 폭격기이름으로 추정됨

한참 이야기 듣다가 연세를 물으니 어어 내나이? 이미 펄펄 넘어버렸지, 라는 문학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펄펄 넘어버려서 그럼 몇살이신데요 하니 8학년 5반이라고 하신다.












버스가 터널을 통과할때마다 정지하던 TV화면





















구례도착







게스트하우스에 전화해 어떤 버스를 타고가야 하냐고 물으니 픽업을 하러 오심







사장님의 느긋한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조수석의 풍경








도미토리는 깔끔하고 냉난방 시설도 잘되어 있었다. 별기대없이 방문하였으나 매우 만족스러운 숙박이였음


다음포스팅에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적을테니 지리산 노고단이나 화엄사 방문 예정이신 분들은 참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음악제가시는 여성분을 만나서 동행하기로 했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였다는 경아씨는 한승석과 정재일을 보러 부산에서 오셨다고 한다.

처음에 00석 00림이라고 들어서 관광지 이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음악제에 출연하는 뮤지션의 이름이였다.
잘하냐고 물으니 전에 우연히 뭔 영상을 보고 전율을 느끼셨다고. 그래서 나도 음악제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금단청이 멋있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영 아니다























화엄사 해우소의 휴지































북을 두들기는 스님








화엄사 각황전 앞에 세워진 무대의 모습


위용이 당당한 멋진 모습이였다. 삼국시대에 지어진 공연장이라니 너무 멋있다ㄷㄷㄷ 우천소식이 있어서 쳐둔 듯한 천막이 좀 깼는데 다행히 비가 안와서 공연전에 바로 걷음






감탄하는 경아씨를 도촬하였다












































사람들이 많이왔다.
앉을수 있는 곳에는 모두 사람이 들이참

















집중하는 경아씨를 도촬하였다







태평소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스님들





































































공연은 개박살이였다.

2003년 이대앞에서 본 We are the PUNX 공연 이후로 가장 충격적인 경험이였다. 짧막하게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1. 무대조명이 멋있었다


2. 타카다 미노리라는 분과 음악제 총감독 원일이라는 분의 타악기 연주가 오프닝 + 공연 중간 텀마다 진행되었는데 처음 보는 악기들의 신기한 소리를 감상할수 있었다. 그리고 타카다미노리라는 분의 포스가 굉장했다


3. 첫번째 무대는 토마스 슐츠라는 피아니스트의 무대였는데 아름답고 섬세한 연주였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 (4분 33초동안 암것도 안치는 연주)도 공연함. 실제로 보게될줄이야?
개인적으로는 취지설명을 처음에 하지 말고 연주 끝난 다음에 사실 이런거였지롱 했으면 관객들의 충격이 배가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 아쉬웠음.
화엄음악제의 4분 33초는 아이폰 카메라 셔터음 + 왜 암것도 안치는거야 + 엄마 추워 로 꾸며졌다.


4. 아이폰 셔터음 왜이렇게 크냐?????????? 아이폰 바닥에 깔아놓고 망치로 뿌수는 상상을 계속했다

특히 내 왼쪽에 앉은 아줌마가 눈치 하나도 없이 제일 조용한 순간마다 삑삑삑삑 초점 맞추고 사진을 계속 찍어대서 힘들었다..

결국 앞에 앉은 아가씨가 한소리 했는데 아줌마가 적반하장으로 씨끄러 이기지배야를 시전하고 있길래 솔직히 너무 씨끄럽다고 스피커 부분을 막고 찍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친절히 말해주었으나 나보고도 조용히하라고 하길래 아가씨랑 얼굴마주보고 웃고 말았다

근데 그랬더니 아줌마는 일어서서 나가버렸음. 사실은 여린사람이였나 싶기도 하고..


5. 두번째 무대는 가야금과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숨이라는 여성듀오의 무대였다.
연주가 아름다웠고 외국인 보컬은 지루했다

그리고 이쯤에서 난 졸리기 시작했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났더니만..
배경과 조명에 비해서 공연은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지는 않군하고 있는데 세번째 무대가 시작되었다. 바로 경아씨가 전율을 느꼈다고 하는 한승석&정재일의 무대였는데


울었어

우는 사람이 꽤 있었다. 심금을 울리는 판소리ㅠㅠ 그리고 피아노치는 사람이 미친놈처럼 잘쳤다.


6. 공연 보다가 하늘이랑 산에 눈을 돌릴때마다 기분이 오묘했다.


7. 마지막무대는 에비안이라는 밴드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보컬 아줌마는 등장부터 미친년 포스를 팍팍 풍기더니만 사정없이 공간을 장악하고 관중들을 마구 휘어잡았다.

어떤 공연이였는지 내가 써봤자 전달이 안되고 궁금하면 영상을 찾아보길 바란다. 까마귀 흉내낼때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해서 입이 딱벌어졌는데 웃는 사람들도 많았다. 관점에 따라 웃기게 느껴질수도 있을것 같긴하다. 아무튼 즐거웠음

마지막에 아줌마가 관객들한테 아-리- 라는 음을 주고 반복하게 한다음 즉흥적으로 노래를 막 불렀는데 참 이런말 하긴 싫지만 모랄까 영적인 느낌을 주는 공연이였다

암튼 조명도 그렇고 화엄 음악제 꾸민 사람들이 사이키델릭이 몬지를 아는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불이 다 꺼진다음에 빔프로젝트로 우주의 영상을 쐈다.







그리고 피날레






끄아악









여기서 쏜 조명은








산으로 가서 부딪힌다







기가 멕혔던것 중 또 하나는 비온다고 해서 우비가 지급되었는데 공연중에는 한방울도 안내리다가 공연 다 끝난 뒤
뮤지션들 무대인사 하고 내려가는 도중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막 우와 거리면서 감탄함





















화엄사의 해우소는 줄 기다리다가 외려 근심이 생길것 같길래 밑으로 내려와서 화장실에 감. 화장실 표지가 귀여움

그리고 내려오는길에 친구인듯한 아줌마와 스님무리를 보았는데 아줌마가 스님한테 용돈을 주니까 스님이 왜 만원짜리를 주고 지랄이야 씨벌 하더니 서로 허허 웃고 헤어졌다





내려와서 들어간 식당에서 얼마전 신해남 주최 술자리에서 만난 기자언니를 만났다. 이런 우연이
안그래도 한잔 하고 싶었는데 혼자시키기가 그래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호호








화엄음악제 후기 끝.

매년하는 모양이니 이번에 놓치신 분들은 내년을 기약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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