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
마닐라 시티의 북쪽에는 고스트타운이 있다.
걍 음침해서 고스트 타운이 아니라 실제로 망자들을 위한 마을임
정확히 말하면 화교 묘지인데 무덤의 양식들이 매우 독특하다. 어떠한 모습인지는 밑에 곧 나옴 기둘
난 묘지를 좋아한다. 묘지특유의 고요함과 넓찍함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무덤사이를 거닐다 보면 모든 것의 끝이 있다는 사실이 축복처럼 다가옴
그래서 가끔 사후세계 영업하는 종교인들이 아주 괘씸하게 여겨짐. 죽고나서도 뭘 또해야 된다니 진짜 너무한거 아니냐??
암튼 그래서 마음의 묘지를 몇군데 만들었는데
하나는 해변과 가깝고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곤 하던 모투에카 세메터리이고
또하나는 북한산 둘레길에 위치한 개인의 무덤이다. 이곳은 조경이 아기자기하게 되어있어 가을에 가면 정말 좋은데
예전에 사람 데려갔다가 통화를 무덤떠나가라 큰소리로 하길래 살인충동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야생딸기가 잔뜩 달려 있던 타즈메니아 깡촌의 방치된 묘지도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고
절두산 순교성지내의 서양식 묘역도 충전이 필요할때 들르면 좋다.
LRT1 라인을 타고 북쪽으로 향한다. 전철탈때마다 사람들이 가방을 앞으로 메고 있는것이 인상적이였음
전철티켓은 이렇게 생김. 예전에 쓰던 마그네틱 표처럼 기계에 슥 집에넣으면 됨
목적지 아바스 산토스역에 내렸다. 역주변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였는데 여기도 안전모를 안쓴다
역계단을 내려오면 트라이시클 기사들이 차이니즈 세메터리!! 라고 외치며 알아서 다가온다.
먼 거리는 아니라 걸어가도 되지만 위치를 정확히 모르니까 일단 탄다.
목욕통안에서 아기가 졸고있음
입구
들어가면 시큐리티들이 다가와 묘역의 지도를 보여주며 내부가 매우 넓으니 카메라로 지도를 찍어가라는 팁을 준다.
그리고 가이드한테 돈주지 말라는 말을 덧붙임
그 다음엔 바로 옆에 서있던 가이드들이 다가와 이런저런 풍경을 보여줄테니 자신을 몇불에 고용하라고 제안함.
저 표지판을 가르키며 자신들에게 아주 네거티브한 정책이라고 투덜거리는데
재미있는 건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시큐리티와 가이드들이 걍 같이 한자리에 서있다는 점이다.
쫓아내거나 언성높이는 일도 없이 서로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선택은 관광객의 몫으로 놓아둠. 흠..
암튼 난 조용함을 즐기러 온것이기 때문에 가이드는 고용하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펼쳐지는 풍경
아까 무덤의 양식들이 매우 독특하다고 말했지요?
길 양쪽에 늘어선 집들이 모두 무덤이다.
내부장식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인데
무덤의 모습으로 가문의 부나 종교관, 더 넓게는 고인의 취향까지 짐작가능하게 되어있다는점이 흥미롭다.
대부분의 무덤이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특이했는데 참배 오는 후손들을 위한 배려일까
그리고 세간이 갖추어져 있는 곳에선 고용인이 상주하는 듯 했는데 뭐 거의 집이나 다름없는 구조라 살만할듯
인구폭발 마닐라시티안에 이렇게 넓고 사람이 없는곳이 존재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님 줄바꿈 좀..
암튼 내가 이러쿵저러쿵 설명하는거보다 눈으로 보는 편이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을것 같으니
밑으로 쭉 사진을 올리도록 하겠어용
으아니 이것은
삶의 유한함을 목격하자 번식 본능이 자극되었나봄
입구근처로 돌아오니 생기가 느껴진다
묘지투어 끝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마음의 묘지리스트에 차이니즈세메터리를 추가하기로 했다
ㅎㅎ
유령마을에 있다가 나오니 바깥세상의 활기가 더욱 생생하게 와닿았다.
묘지도 좋지만 이렇게 삶의 냄새가 팍팍느껴지는 풍경 역시 좋다!
검표(?)하는 아저씨가 사진한장 찍자길래 찍음
동남아 아저씨들은 몬가 희한한 요구를 가끔 하는데 이상하게 미운 구석이 없단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