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때부터 이십대까지 강박적으로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지 않은 날의 하루는 사라져버리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기쓰기만으로는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여행이라도 가게되면 돌아와서 밀린거 다 써야하는데 문제는 빠쳐먹는 기억이 꼭 있단말이지 그러던 어느날 디지털 카메라라는 효과적인 기록수단이 등장하였고 나는 미친듯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기장과 당시 찍은 사진중 남아있는것은 거의 없다.
일기장은 부모님 이혼 후 이사를 다니던 와중 다 사라져 버렸고 외장하드를 구입하기전 찍은 사진들은 컴퓨터가 망가지던날 사라져버렸다. 카트 끌고다니면서 열정적으로 모았던 만화책 컬렉션도 소실되어 버리고 돌이켜 보면 나의 인생은 무언가를 존나게 모음 -> 하루아침에 전부 잃어버림의 연속이였던 것 같음
일전에 외장하드 정리를 하다가 밍글라바버마기행 원고의 절반이 사라져버렸다는것을 깨달았다.
잠시 패닉이 왔으나 만화책을 잃어버렸을때만큼의 황망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출판을 하지 않았는가?
원본은 소실되었지만 만화의 내용은 누군가의 기억속에 남아있을것이고 어쩌면 결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삶의 허무함이랄까 모 그런게 좀 달래지는것 같다.
(그리고 지아피디님께 부탁해 레진에 보내놓은 큰사이즈 편집본을 다시 받았다)
암튼 주제로 돌아와서, 왜 블로그를 하는가?
나는 나의 병신같은 생각들이 너무 소중하다. 그리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은 즐겁다.
써놓고 혼자 다시 읽으면서 킄킄킄 웃는다. 그리고 글을 읽는 누군가도 킄킄킄 웃었으면 좋겠다.
출판이란 즐거운 행위인 것이다. 블로그 짱짱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