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기

유 진 정 2017. 1. 15. 17:53

꿈을 엄청나게 꿨다. 요새 꿈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는데 향신료를 많이 먹어서 그런거 같다. 어떤 종류의 향신료들은 매우 생생한 꿈을 꾸게 만든다고 한다. 

오늘 꾼 꿈에는 정기적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나왔다. 면식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상당히 친숙하게 느껴진다. 꿈에서 깨고나면 오랫동안 그립다.


주말이라 안가본데서 저녁밥을 먹고싶었기 때문에 센트럴 페스티벌 플라자라는 대형 쇼핑몰로 향했다.

걸어서 한 2-30분정도 걸리는것 같다. 이 동네에서 한가지 아쉬운건 산책로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큰 길 뿐인데 매연이 심해서 걷고 나면 항상 가벼운 두통이 느껴진다. 페스티벌 플라자로 가는 길역시 자동차가 즐비했다. 근처에서 타투샵을 하나 발견했는데 치킨배달을 겸하고 있는 듯 했다.


페스티벌 플라자는 마치 심즈 플레이어가 이것도 만들고 저것도 만들어야지 하며 야심차게 지어놓은것 같은 느낌의 공간이였다. 

내부에 인조식물을 가득 설치해 정글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고 쇼핑몰 한가운데에 모래사장과 연못, 놀이기구등도 설치해 두었다.

돼지고기밥과 망고스무디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옥상에 스카이런이라는 조깅코스를 만들어 두었는데 거대한 에어컨 환풍기에서 폭포수처럼 소리가 울려퍼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쾌적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이 쇼핑몰의 특이한 점은 애완동물의 출입이 허가된다는 점인데,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동물을 데리고 다닌다. 더위에 헥헥거리는 시베리안 허스키 세마리가 많은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중앙의 휴식공간에 소파그네가 매달려 있길래 한동안 앉아서 무엇이 이렇게 신경을 거스르는가 정리를 좀 해봤다.

올가닉 시리얼과 수입 초콜렛, 버르장머리 없는 애새끼들이 질러대는 괴성, 방사능 물질이라도 묻은양 호들갑스럽게 아이의 몸에서 모래를 털어내는 젊은 부부, 유모차를 타고 두리번거리는 고양이, 트롤리를 끄는 주부의 하이힐과 두꺼운 메이크업, 프릴 치마를 두른 치와와, 중산계급의 파라다이스 

그렇다고 내가 시장바닥을 좋아하는것은 아니지만 치와와가 등장했을땐 무장강도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았다. 

그네를 앞뒤로 흔들며 우울해지려고 마음만 먹으면 끝도없이 우울해질 수 있겠구나 하고있는데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한 여성이 분홍색과 주황색 줄무늬가방에 푸들을 담은채 앞으로 지나갔다. 

그 순간 머리만 쏙 나와 있던 푸들이 고개를 획 돌려 나를 응시했는데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몇년전 애시드먹은 C를 데리고 대형쇼핑몰에 간적이 있다. 가기전까진 먹은줄도 몰랐는데 선글라스를 안벗으려고 해서 눈치챘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달 장식물을 구경하는 도중에 C를 잃어버리고 말았는데 상태가 상태인지라 걱정이 좀 되었다. 미아찾기 방송을 해야하나 하는 와중 DVD무더기 옆에서 발견된 C는 얼굴이 시뻘게진채로 떨고있었다. 살거 다샀으면 빨리 여기서 나가자고 말했다. 

다음날 제정신으로 돌아온 C는 다시는 애시드먹고 쇼핑몰에 안갈거라며 다짐을 했다. 사람들이 무서울정도로 못생겨보였다고 한다.

그 말을 들었을때 어쩌면 그 모습이 진짜에 가까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암튼 그날 일이 떠올랐고 대형쇼핑몰 배경으로 라디오헤드류 밴드 뮤직비디오를 만들면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줄무늬 가방속에 담겨있는 푸들이 고개를 획돌려 정면을 응시하는 장면은 꼭 들어가야 할것이다.  


숙소 앞에 노란색 길고양이가 앉아있길래 한동안 같이 놀았다. 너무 격렬하게 좋아하길래 그만 쓰다듬고 일어나려 했더니 펄쩍 뛰어올라 오른팔을 콱 깨물었다. 팔에 구멍이 네개 뚫렸다. 리셉션 레이디에게 포비돈 용액을 빌려서 칠하고 방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