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

경멸감에 대한 생각

유 진 정 2017. 1. 29. 16:33

일전에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가족심리치료사가 40여년에 걸쳐 여러부부사이의 표정 목소리 바디랭귀지등을 조사하였는데 상대방에 대한 경멸적 표정을 드러낸 커플의 경우 94%의 확률로 이혼을 하였다는 내용이였다.
관계에 있어서 최악의 신호는 경멸이라는 것이였다.

나는 경멸감을 자주 느끼는 편이다. 웃으면 안면비대칭때문에 자동으로 썩소를 짓게 되는데 이게 사실은 안면비대칭 때문이 아니라 걍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표정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임

어릴때는 어른들이 반말로 말을 거는게 너무 싫었다. 존댓말을 할때 굳이 혀짧은 소리를 내는것도 우습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아동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특별한 성조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동이 무슨 공룡도 아니고

하지만 유아는 약한 존재임으로 어른들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 암튼 되풀이 되는 그런 과정끝에 나는 경멸감이 심화되는 과정은 아래와 같은것이 아닐까하고 추측하게 되었다.

1. 상대방을 얕본다
2. 그러나 관계를 단절시키기 어렵다
3. 상대방을 얕보는 감정에 분노가 축적된다
4. 관계의 단절을 더욱 절실히 원하게 된다 (2로 돌아가서 반복)

분노랑은 또 다른게 분노가 으윽!같은 폭발적이고 1차원적인 느낌이라면 경멸감은 오랜기간에 걸쳐 공들여 건설된 차가운 느낌? 분노를 느끼는 상대에겐 공격을 하게 되지만 경멸감을 느끼게 만드는 대상은 그냥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게된다.

경멸감은 주의해야 할 감정중 하나다. 내가 상대에게 심한 경멸감을 느낄때 엥간히 둔감한사람이 아니면 그것을 쉽게 눈치채버리기 때문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대방은 적이 되기 쉬움으로 사는게 귀찮아질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부수적인 이유일 뿐이고 경멸감의 정말 나쁜점은 그 감정의 화살이 종내에는 스스로를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과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싶은 욕망이 극에 달했을때의 선택지는 두가지이다. 거대한 부를 축적하여 자기만의 성을 만든뒤 은둔하던가 아니면 죽던가

두번째 방법이 좀더 쉽고 완벽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후자를 선택하게 되는것 같다. 아무튼 아주 후진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경멸감을 완화시키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 경멸감을 받아들인다
나 따위가 대체 뭐라고 남의집 귀한자식을 경멸하는가 따위의 자기반성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 굴레에 빠지게 되면 답이 없다. 자기기만에 통달한 종교인따위가 아닌이상 누구나 경멸감을 느낀다. 우리가 뭔 부처도 아니고 남들 다 느끼는 감정 쫌 느낄 수 있는거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안느껴야지 안느껴야지 하다보면 외려 심화가 되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시도한다
과학자같은 시선으로 상대방의 행동 기제에 대해 분석한다. 습관화 되다보면 분석까지도 안가고 그냥 응 이사람은 이렇구나 정도에서 생각이 마무리되어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안생김

* 사람을 가려 사귄다
예전에 누가 자기는 병신들이랑은 안논다고, 왜냐면 본인이 줏대가 없어 병신이랑 같이있으면 병신이 되어버린다는 말을 한적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경멸감을 자주느끼게 만드는 대상과 거리를 두는것이다. 나의 경우 저능한데 계산적이라 속이 빤히 보이는 타입이랑 오래 같이 있어야하는 상황에 처하면 마음이 우울해지는데 이런사람은 사실 정말, 정말 많다.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동만 하기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권태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 상대와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해야한다거나 하면 2의 태도를 견지하며 냉정을 유지하기가 쉽지않다. 마음속에 경멸감이 독처럼 쌓여가는 것이다.

* 인류애를 기른다
궁극의 해결책. 저능하던 계산적이던 하는짓이 저질스럽던 다 각자 주어진 조건들을 이용해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막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안들게된다.
이것은 경멸감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에게도 적용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