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택시 아저씨와의 일화를 적으며 아저씨들이랑 덜 싸우게 되었다고 썼는데 쓰자마자 부딪혔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왼쪽 길로 들어가려고 서행하다 꺾었는데,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던 경주용 자전거 세대가 달려오다 그 바람에 급정거했다.
키기긱 소리가 날정도라 깜짝 놀라서 골목 앞에서 멈췄는데 아저씨가 뭐라뭐라 소리를 지르길래
아니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그렇게 내는 쪽이 잘못이지 얼탱이가 없네!!!!! 라고 개처럼 짖었다.
사실 뒤에 '븅신' 이라고 덧붙이려다가 말았다. 이러면 이제 정말 개싸움 나는거다.
왜냐면 세명 중에 늘씬한 아줌마가 한 명 껴있었기 때문에 븅신소리 들은 아저씨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다.
뭐 그렇게 좀 왈왈거리다 서로 갈 길 갔다.
븅신이라고 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까지는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리고 저 븅신에는 감정이 담겨있다. 의견의 개진이 아니라 '나한테' 소리를 지른게 빡치기 때문에 나오는 방어적 반응인 것이다.
---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있길래 잠깐만요!를 외치고 자전거를 끌고 탔다.
열림 버튼을 눌러준 것은 아주머니였다. 감사합니다. 하고 타다가 이번엔 내리는데,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가 사람이, 네 명이나 타고 있으면, 다음 엘레베이터를 타야지, 경우가 없어, 하고 궁시렁거리길래
그냥 대답 안 했다.
' 아니 그렇게 경우 따지실거면 두 다리 멀쩡하신 분이 계단을 이용하시지 그랬어요~ ' 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말았다.
아저씨는 길이 갈리는 지점까지 같은 내용으로 계속 투덜거렸다.
그것을 들으며 그의 흰머리가 난 옆통수를 바라보았다. 귀까지 새빨게 진게 상당히 화가 난 것 처럼 보였다.
네가 한 욕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그 욕은 온전히 너에게 돌아갔다. 라고 했다던 석가모니의 일화를 떠올렸다.
나의 경우 일단 저 계단을 이용하시지 그랬어요~ 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집에 와서 블로그에 글까지 적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왜 예전에는 저런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빡쳐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위의 일화에서처럼 '나'를 공격해서도 있지만, 그냥 인간의 비루하고 흉한 모습을 보면 짜증이 확 났다.
지금도 그렇다. 혐오와 짠함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인데 대게는 분노로 표출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자기 맘에 안들게 행동했다고 빡쳐하는 저 아저씨나 저 아저씨가 내 맘에 안들게 행동했다고 빡쳐하는 나나 뭐가 다른가? 둘 다 자기가 너무 소중하니까 저러고 있는거다.
일전에 명상원에서 만난 J씨가 한국에 잠깐 들어와 단체명상을 했는데, 사는게 수행같다던 그날 그의 말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