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초반까진 김현식 노래를 종종 들었는데 언제부턴가 전혀 듣지 않게 되었다.
내 사랑 내 곁에를 듣다가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온 날 부터인거 같다.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 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노래 전반적으로 흐르는 정서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창법도 잘 들으면 애가 떼쓰는 느낌이다.
파괴적으로 멋대로 살다가 상대방이 떠나니까 자기연민에 빠져 엉엉 우는 한심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인간적으로 그런걸 사랑이라고 부르는건 너무한 거 아닌가?
L은 여자친구의 집에 얹혀 살았다고 했다. 어린 여자친구는 힘든 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L은 당시 술에 취해 아는 여자애와 하룻밤을 보내는 실수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어느날 이별을 통보받은 L은 그 충격으로 일년간 이를 닦지 않아 어금니가 빠져버렸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본인의 비극적 로맨스에 대해 이야기 하는 L에게 그렇게 살면 차이는게 당연한거 아니야?
라고 말하자 그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순간 나는 L이 노래방에서 김현식 노래를 신나게 불러재끼던 모습을 기억해냈다.
오늘 모 연예인의 이혼기사에 “나도 엄마같은 사람에게 보호받고 싶은데 아내는 자꾸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한다"
라는 대목을 읽고나니 김현식 노래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