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여성이에요

김현식 feeling sorry for himself

유 진 정 2021. 11. 15. 19:33


이십대 초반까진 김현식 노래를 종종 들었는데 언제부턴가 전혀 듣지 않게 되었다. 내 사랑 내 곁에를 듣다가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온 날 부터인거 같다.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 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노래 전반적으로 흐르는 정서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창법도 잘 들으면 애가 떼쓰는 느낌이다.

파괴적으로 멋대로 살다가 상대방이 떠나니까 자기연민에 빠져 엉엉 우는 한심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인간적으로 그런걸 사랑이라고 부르는건 너무한 거 아닌가?

L은 여자친구의 집에 얹혀 살았다고 했다. 어린 여자친구는 꽤 빡세다는 옷가게에서 일을 했다고 했다.
L은 당시 술에 취해 아는 여자애와 하룻밤을 보내는 실수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여자친구는 어느날 L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그 충격으로 일년간 이를 닦지 않아 L은 어금니가 빠져버렸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본인의 비극적 로맨스에 대해 이야기 하는 L에게 그렇게 살면 차이는게 당연한거 아니야?
라고 말하자 그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순간 나는 L이 노래방에서 김현식 노래를 신나게 불러재끼던 모습을 기억해냈다.

오늘 모 연예인의 이혼기사에 “나도 엄마같은 사람에게 보호받고 싶은데 아내는 자꾸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한다"
라는 대목을 읽고나니 김현식 노래가 떠올랐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