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기사식당에 갔다. 1인이라 연탄불백은 안된다길래 판불백을 시킴
난 기사식당을 좋아함. 기사식당은 한식계의 맥도날드임
살아남은 곳이라면 어딜 들어가도 평타는 쳐서 입 베릴 일이 없음
아무튼 판불백을 시켰고 여기는 첫 도전이라 어리버리하고 있었음
밥을 안 주길래 두리번 거리다 뒤에 밥솥 보고 셀프인가 하고 일어나려 하니 친구와 소주 마시던 옆자리 아저씨가
' 밥 쫌 있음 와.. ' 하길래 도로 앉음
그러고 좀 있더니 불백이 익는 동안 이래이래 저어야 된다고 손으로 알려주시길래 아 네 하고 시키는대로 저었음
근데 약간 불편했음. 초저녁부터 소주 마시고 있는 아저씨가 내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는게 좀..
근데 또 아저씨가 점잖으시고 개저씨 느낌은 아니라
불편함 30% 호기심 70% 심정으로 콩자반을 집어먹고 있는데 솥밥이 등장
이 집의 경쟁력은 바로 이것이었음. 어쩐지 주전자에 뜨듯한 물을 담아서 주더라.. 그래서 우와 하고 밥을 받았고
그때 갑자기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 불백판을 손으로 잡고 막 빙글빙글 돌리며 고기를 구워버리는 거 아니겠음?
이건 쫌 선 넘은 거 같아서 아이고 아저씨 제가 할게요를 외친 뒤
단골이신가봐요. 덧붙였더니 아저씨 왈
내가 사장이여..
아무튼 그랬고
술친구가 자리를 뜬 뒤 아저씨 혼자 헬스 유튜브를 보는데
배추머리 손자와 초딩 손녀 둘이 아저씨 앞에 와 앉음
곧 주방에서 애들용 어묵탕을 끓여내왔고 그걸 본 아저씨가 내꺼야~ 를 외치자
손자가 질세라 내꺼야!!!를 외쳤고 손녀는 nope! 이라고 외침
내가 밥 다 먹는 동안 셋이 미니언처럼 계속 내꺼야~ 내꺼야! nope! 반복하면서 어묵 건져 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