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릭 달집 태우기

유 진 정 2025. 2. 20. 22:40

 

저번 주 화계사에서 하는 달집태우기를 보고왔다.
이런 풍습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는데 불교신문 기사 읽다가 한다길래 가봄

--

달집태우기의 유래와 역사는 분명치 않다. 다만 달집태우기가 예축적(豫祝的) 의미를 지닌 기풍의례(祈豊儀禮)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아 오랜 농경문화의 터전에서 생성되고 전승되어 온 풍속의 하나로 생각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고대사회 이래로 달은 물·여성과 연결되어 농경의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의 질서와 시절의 운행, 자연의 섭리까지도 아울러 상징한다. 이처럼 생산력과 생활력의 기준이 되는 달은 농경 및 어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상원(上元)은 그 주술력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이므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유독 정월 대보름에 달과 관련된 세시풍속, 곧 용알뜨기·달맞이·달점·삼신달받기·달불음 등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https://folkency.nfm.go.kr/topic/detail/3554

--

놀이의 기원들이 제례라는 사실은 매력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불을 중앙에 두고 타악기를 두들기며 원형으로 돈다는게 뭔가 엄청 원시적이랄까 근본이랄까
인간은 DNA에 이런 행위를 좋아하라는 오더가 새겨져있는 거 같음 

 

 

 

 

사람들이 이렇게 소원지를 매달았다. 동행한 Y님이 펜을 빌려 주셔서 나도 몇자 적었다.
00하게 해주세요는 어쩐지 안 내키길래 00한다. 라고 적어서 묶었다.
그리고 나서는 트롯트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졌는데 승가에서 민감한 여자에요~~ 를 듣는 기분은 희한했다. 

사당으로 가서 삼배를 올렸다.
Y님이 그걸 보더니 절을 할 때 사람이 좀 겸손해 진데요, 라는 말을 해주셨다.
무릎 꿇고 손을 모으는 기도 자세도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데
삼배도 기도자세도 자아라는 허상을 잠시 내려놓겠습니다 를 표현하는 동작라는 생각을 했다. 

공연이 안 끝나길래 다른 사당들 돌며 구경하다 좀 조용한 곳에 앉아 참선을 했다.
사당 안에는 극락왕생과 합격성공을 비는 이름 적힌 등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트레이닝복을 입은 젊은 여자분이 거친 숨을 몰아쉬여 엄청 빠른 속도로 108배를 올리고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무대 쪽을 보니 가수 분이 제 이름은 00에요! 00! 외쳐주세요 00!!!
라고 몸부림을 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큰 가슴이 흔들흔들 

미치도록 인간적인 풍경들을 보고 있자니 인생이 고통이라는 사실이 새삼 절절히 와닿았다.
분별심을 내고 있던 스스로도 한번 돌아보게 된다.
마지막에 나온 가수 분이 남행열차를 부르길래 자리 박차고 나가서 떼창을 했다. 춤도 조금 추고.. 

가무라는 예열이 끝나자 분위기가 싹 바뀌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예아 미드소마

 

 

 

 

불이 얼마나 큰지 이 위쪽까지 훈훈해짐
모르는 아줌마들이랑 손잡고 강강수월래 돔
아주머니들 표정이 되게 신난 소녀들 같았고 불에 발갛게 비치는 얼굴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덕담들도 해주셨다.  

손을 뻗을 때 마다 아줌마들이 저리가요! 하던 아저씨 손을 잡고도 좀 돌았는데
손 놓고 보니까 술냄새가 엄청 났고 양쪽 콧구멍에서 콧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했다. 

 

 

 

 

 

 

 

 

 

 

 

 

 


따듯하고 밝고 불 진짜 인류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다룰만한 사이즈라는 전제 하에)

아무튼 이걸 절에서 하는게 맞나 하는 생각은 여전히 좀 들었지만 행사 자체는 좋았음 그래서 Y님이랑 단오제도 가기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