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유 진 정 2025. 6. 10. 01:15

자전거에 바구니를 담
개편하고 유용해서 도대체 이걸 지금까지 왜 안 달았는지 싶어짐
이제 프로퍼 아줌마가 됐나 싶은게 스타일보다 유용성을 추구하게 되고 자꾸 꽃 사진 찍음

아무튼 바구니 달고 감기도 나았길래 라이딩 다녀옴
작년 명상원에서 딸려온 청개구리를 방생한 논에 찾아감

10일 코스 마치고 우리 동네 사는 분을 만나서 차를 얻어타고 왔는데
트렁크를 열고 캐리어를 꺼내는 순간 동전만한 청개구리가 툭 떨어짐
명상원 주차장에서 트렁크를 열어놓은 사이 잠입한 것 ( 명상원에 개구리 두꺼비가 엄청 많음 ) 

진안 시골에서 졸지에 서울로 워프한 개구리는 혼란스러워 보였고 펄쩍펄쩍 뛰어 차도로 향했음
명상원에서 온 개구리를 죽게 두긴 좀 그래서 일단 잡아서 들고 감. 손 안에서 매우 펄떡거림...

집에 와서 청개구리는 어디에 방생하나요 검색하니 숲도 산도 아니고 논에다 하라는데 하는데 음..
이날 두통도 있고 귀찮아서 그냥 뒷산에다 버릴까 했는데 개구리가 성체로 보이고 (아마도 수컷. 암컷보다 더 작음) 하필이면 그 때가 딱 번식철

뒷산에다 버리면 이 숫개구리는 동족 하나 없는 생태계 속 허망한 구애를 노래를 부르다 홀로 죽게 될 것임
양서류가 고독을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게 생각하니 찝찝하길래
결국 자전거를 달려 논이 있는 무수골로 향함 

개구리가 떼지어 울부짖는게 논은 좋은 스팟으로 보였음
논둑에 개구리를 놓고 머리통에 물을 한 번 부으니 개구리는 제자리 점프를 해 나를 한번 보고 힘차게 논으로 향함

아무튼 그런 추억이 있는 논임
올해는 양서류 이동 기간엔 운전을 조심하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었음
그리고 백로와 청둥오리가 분주히 무언가를 잡아먹고 있었고..

얼마나 많은 조건이 맞물려 진안 개구리가 이 논에 도착하게 되었는가
( 트렁크 연 사이 우연히 들어감 / 짐 뺄 때 같이 뛰쳐나옴 / 주운 이가 평소보다 이타적이 된 상태 /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서울 유일의 논이 존재 )

그가 만약 잡아 먹히지 않고 서울 개구리에게 장가를 잘 갔다면 그건 거의 뭐 국제결혼을 한 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논둑에 앉아 단팥빵을 하나 먹고 돌아옴
아니 사실 두 개 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