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나 위쳐 같이 자유도 높은 게임 하다보면 스스로의 스타일을 알게되던데
내가 잘 못하는거 : 퀘스트 순서대로 하나하나 숙제하듯 깨기
ㅈ노잼........
그래서 그냥 끌리는 쪽으로 달리다 우연히 나온 퀘 받아서 진행하는데
랩업보다는 게임 속 세계를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니며 무언가를 발견하는 데에서 희열을 느낌
그리고 또 그러다 보면 진행이 어찌저찌 됨
그 기억을 떠올리며 어제 저녁 무작정 나갔음
국중박에서 하는 조선전기 미술 전시 볼까? 늦었나? 했는데 마침맞게 수요일 = 야간개장 하는 날이길래
전철역으로 향함
전철타고 가는데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 가방에서 사람을 미치게 하는 냄새가 나기 시작
구운감자와 고기에 양념을 한 것 같은 따듯하고 묵직하고 고소한 냄새
이대로 넘어가면 이게 뭔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겠다 싶길래
선생님 가방에 들은게 대체 뭔가요 냄새가 너무 좋아서 저도 사먹고 싶어요. 하니 아주머니가 반색을 하며
전기구이 통닭인데 이집이 너무 이걸 잘 해서 이사 한 뒤로도 전철 타고 가서 사 온다, 중복이라 닭이 먹고 싶기도 하고
하시더니 통닭 트럭 위치를 자세히 알려주셨다.
놀랍게도 집 근처길래 카톡에 메모를 해 놓고 아주머니와는 작별을 했다
이촌역 내리니까 배가 고프길래 잠깐 내면에 집중해봤다
가~츠~동~ 이라는 울림이 떠오르길래 근처 가츠동집을 검색해보니 44m근처에 파는 곳이 있었다.
붐비는 집이라 합석을 해야했다.
박근혜 닮은 우아한 아주머니 (일본인)가 안내해주셨는데
손님 뿐아니라 알바생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너무나 공손한 태도로 연발하시는 것이 한국에서 보기 힘든 풍경
가츠동 맛은 평범했지만 배가 고팠기 때문에 기분 좋은 식사였다.
어딘가에서 전화가 걸려오자 박근혜 아주머니가 받아서 한국말로 할까요? 일본어로? 사쵸 바꿔 드려요?? 하이, 사쵸! 사쵸! 를외쳤고 얼굴에 일본사람이라고 쓰인 백발의 사쵸가 밖으로 나왔다.
일본 대사관이오 / 오. 하고 전화기를 받아 일본어로 통화를 시작했고 옆자리 커플이 라무네를 마시는 모습이 이국적이었다.
단무지까지 다 씹어먹고 계산을 하러가자 아주머니가 천원을 빼주셨다.
왜요? 하니 너무 죄송해서, (합석 후 다른 자리 나서 내가 옮겨도 되냐 하니 2인 손님 올 수 도 있어서 안되겠다 했음)
라길래 깜짝 놀랐다. 그런 쌉리즈너블한 이유로 거절했음에도 할인까지 해주다니 횡재한 기분
게다가 나와서 보니 민생소비어쩌구에서 돈 빠져나감. 붐비는 집이라 당연히 안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득본 느낌
전시는 아름다웠다. 이건 나중에 따로 기록
다 보고 나니 문 닫는 시간이길래 그 남산 보이는 계단 뒤쪽으로 내려가봤음 그쪽으론 안 가봤으니까
박물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사무동 건물이 나왔다.
이 웅장한 시설을 가동하기 위한 인력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다. 관람객들이 오가는 곳 처럼 깔끔하게 관리되진 않은 대신 일터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불 켜진 사무실 창가에 직원들이 놓아 둔 화분과 인형들이 보였다.
.. 그새끼는 빵을 사다줘도 잘 먹겠다는 말을 한 번 안 해
.. 애도 있는 양반이 욕을 왜 그렇게 하지?
.. 다들 힘들다고 하면서도 보면 꼭 낳더라구요
퇴근하는 직원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엿들으며 보도를 따라 걷다보니 전철역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