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데 유진님은 되게 정신이 건강하신 것 같은데요.
난 모르겠어요. 자기 정신이 건강한지 안 한지 어떻게 알아요?
모르죠. 근데 제가 보기에는 되게 합리적인 생각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합리적인 생각은 잘하죠. 행위를 합리적으로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스스로를 좋아하냐 그러면 엄청나게 좋아하긴 하는데.
뭔가 결핍이 없을 것 같아요
아니에요. 있을 거에요.
최근에 집안 일이 좀 있어서 심리상담 신청했다가 미뤄져가지고.. 그러다 시간 지나니까 기분 좋아져서 안 가겠다고 했더니 기관에서 그래도 그런 일들이 있었으면 오라고 해서 받으러 간 거였거든요? 그 분노나 신남처럼 피상적이고 강력한 것들 말고는 감정을 잘 못 드러낸다는 거 같아요.
그거 어떻게 드러내요?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 그 방법을 상담사분이랑 같이 찾고 있어요.
일단 감정을 인지하는 거 부터가 어려워요. 근데 이게 안 좋은 게 뭐냐면 감정을 인지를 못하니까, 불편한 사람이랑도 하하호호 밥을 되게 잘 먹을 수 있는데 이제 집에 오면 토하는 거죠. 신체적으로 와요. 기하씨도 혹시 그런 거 있나요?
전 오히려 둔감한 편이라 그런 거 잘 못 느껴요.
여자들 생리 전에 엄청 민감해지고 생리할 거 같다, 이런게 느껴진다고 하잖아요. 전 한 번도 못 느껴봤어요. 그래서 그게 되게 안 좋은 점이에요.
허리 디스크 그것도 진짜 허리가 아작이 났는데도 그걸 모르고 그냥 계속 살아가지고 그 지경까지 간 거고..
그래서 지금은 좀 의식적으로 돌보려고 하는데, 스스로의 감정까지 체크하고 그런 거는 저도..
진짜 상담사님이 그때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물어볼 때 마다 머리가 비어버리는 느낌이에요.
근데 그래서 창작이라는 수단이 필요한게 평소에 그 표출을 못 하니까, 그런 수단을 써서라도 표출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이야기 하다보니 드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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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투피어 대담집(2022) 다시 읽다가 이 부분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은 아직 진행 중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감각의 관찰임
어떤 감정이 들 때마다 따라오는 뚜렷한 신체의 감각과 반응이 있음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때는 불쾌한 감각들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래서 가려움을 느끼면 긁듯이 우리가 그 나쁜 느낌을 떨쳐버리기 위해 오만가지 시도를 하는 것이라는데
중독의 기제 역시 여기서 출발함
자극적 활동과 물질에 스스로를 노출시킴으로써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쾌한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
그리고 저 대화 속 둘 처럼 감정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곤란한 이유는
일단 감정을 제대로 인식을 해야 다음 단계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또 감정이 계속 억압되면 그게 일종의 심리적 부채가 되어 삶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충동조절 역시 감정을 인식하는데서 부터 시작됨
명상하는 뇌와 EQ감성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만에 따르면 충동조절의 단계는 아래와 같음
1 감정인식 : 충동이 올라오는 순간 자기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림.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기
2 반응 선택 : 즉시 행동하지 않고 잠시 멈춤. 감정이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지-생각-행동 루틴을 따름 (e.g.화날때 바로 말하지 말고 10초 정도 숨고르기)
3 적절한 행동으로 전환 : 충동을 행동으로 옮기는 대신 장기적 목표와 가치에 맞는 행동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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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많은지 감정카드라는 것도 있음
예전에 도반 분이 자기가 훈련하는 방식이라고 감정카드를 찍어 보내주신 적이 있는데

대충 이런 거임
60장 짜리 카드에 우리가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이 각각 그려져 있고 보다보면 아 이거다 싶은 것들이 있음
그 카드 가지런히 놓고 찍어 보내주신 사진 볼 때마다 어떤 마음으로 보내주셨을까 생각하면 참 고마움
근데 이것도 일종의 차선책인게 이게 불안인지 분노인지 상처받은 건지 보고서도 아리까리 할 때가 있는데
감정이 아닌 감각으로 수행하는 이유도 이거라고 함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에 비해 감각은 객관적이라 혼동이 덜 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