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저녁에 미니 스프린터를 끌고 나갔다. 좀 익숙해졌으니 멀리까지 나가본다.
작은 천을 따라가니 큰 천이 나오고 큰 천을 따라가니 한강이 나오길래
이렇게 바다까지 갈 수는 없나 싶어서 지선생한테 물어보니
1. 가장 쉽고 빠른 루트 – 아라뱃길 끝까지
코스: 여의도 → 행주대교 → 아라한강 자전거길 → 아라서해갑문
거리: 약 45~50km (편도)
특징: 바다와 만나는 수문이 있어, 서해 수평선을 살짝 볼 수 있음. 하지만 해변은 아님.
그렇군요 하지만 밤이니 패스. 잠수교까지만 달려본다.
나가는 느낌이 전기 자전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웬만한 MTB는 추월킹능 따릉이 다 비켜
차도에서 우웅우웅 타고 내려오는 엔진소리를 박자삼아 규칙적으로 페달을 밟는다.
앞으로 나가는 것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즐거울까 싶다.
가만보니 자전거 도로 위에 별의별 이동수단들이 다 등장한다.
누워타는 리컴번트
이래도 되나 싶은 오토바이에 가까운 스로틀 전기 자전거
가장 압권은 형광색 조화를 빼곡히 꽂아 꽃상여처럼 보이는 어르신용 네발 스쿠터. 그 위에 할머니와 의젓한 황구 한 마리
로드 타는 사람들은 두 종류로 구분되는 거 같다.
쫄바지 입고 장비 풀세팅한 라이더들 그리고 쓰레빠 신고 책가방 멘 무법자들
남쪽으로 향할수록 웃통 벗고 달리는 남자들이 늘어나던데 하나같이 몸짱이라 고마웠다.
러너에게 유방이 없다는건 정말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오세이돈의 역작 새빛뚠뚠섬에 도착하니 반포대교 위에서 무지개색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랍계로 보이는 두 남자는 그 모습을 찍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각자의 sns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둘의 행색과 자세가 너무나 동일해서 싱크로나이즈 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
편의점에서 코코넛 드링크를 한 통 사서 마셨는데 너무 괜찮아서 깜짝 놀랐다.
차바 코코넛 스무디 : 코코넛워터 75% + 코코넛밀크21%
동남아 섬에서 마체테로 팍팍 잘라주는 것보다 낫던데 이렇게 훌륭한 제품을 단돈 2500원에 소비가능하다니!
마리나 쪽으로 조금 걸었다.
안경 낀 중년남성이 구명조끼에 팔을 꿰어넣더니 신이 난 표정으로 크루즈에 올라탔다.
도넛처럼 생긴 요트에 탄 사람들은 노란 조명과 함께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석유처럼 검은 수면 위로 빛들이 반짝였다.
일전에 샘해리스 팟캐에서 들은 현대의 미국 하류층이 루이 14세보다 물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있다. 는 대목이 떠올랐는데 정말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물질적이라는 기준 하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행복을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는 경향이 있다.. 뻔한 얘기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다시 안장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요만큼 탔다고 건방져져서 이어폰 귀에 꽂고 러닝용 플레이리스트 들으면서 왔다.
대충 60km정도 달린 듯
https://www.youtube.com/watch?v=RkDV3GJE_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