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세계

oman 2

유 진 정 2025. 11. 5. 17:39

겸손은 내가 취약한 분야인데

평소 자주 하는 생각 : 역시 나다, 역시 정유진
아침에 세수하고 거울 볼 때 : 잘생겼네 짜식 하면서 감탄함

이런 자뻑에 별 타당한 근거도 없음 ㄹㅇ근자감임 
그리고 자뻑을 쿨하게 긍정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뻑이 또 있음

근데 띵상이 하면 할수록 이 근자감을 훼손시키는 면이 있단 말임
그래서 가끔 열받음. 마치 자아가 날 내쳐버리지 말라며 아우성을 치는 느낌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현상이라고 느끼고 있는게
왜냐면 스스로의 빻은 면이 자각되니까 남의 빻은 면에도  약간 관대해지게 됨

아니미친얶떢게저럴수가미친거아냐????? <-- 이 상태 사실 엄청 괴롭단 말임

10일 코스 마지막 날 이상한 말 듣고 개빡친 상태로 단체명상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명상 하는 내내 상대방 얼굴에 니킥 꽂는 장면 떠오르고 뭔 폭룡이 내장 속에서 발광하는 느낌이라 너무 괴로웠음
분노가 초래하는 신체적 반응이라는게 엄청나더라고

근데 이제 뭔가 킹받는 상황이 생겼을때 감각을 관찰하다가 좀 잠잠해지면
저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내가 알 수 없고 걍 나올만한 조건이 갖춰져서 나오게 된 행동일 뿐이다, 라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되게 편해짐. 화내면 안된다고 억압하는 거랑은 또 다름

그런데 이 과정에서조차 스스로의 오만함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ㅎ
요즘 '아니미친얶떢게저럴수가!?' 하며 빡쳐하는 사람을 볼 때면 '화낼 일까지는 아닌데'  라는 생각이 종종 드는데
그 순간 갑자기 소름 돋아서 기억을 짚어 보면 불과 몇 달 전 나는 더 사소한 걸로 빡쳐하고 있었음

뭔가 뇌가 내 흑역사는 바로 지우고 남의 빻은 점은 순식간에 추적하는 방식으로 발달한게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