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지루했다
전쟁이 끝났기 때문이다
쥐도 지루했다
갇혀 살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의욕없는 발걸음으로 시장을 지나던 용사의 눈이
쥐의 빨간 눈과 마주쳤다
용사는 쥐를 샀다
지루했기 때문이다
용사의 집에 있던 큼지막한 무기상자는 쥐의 집이 되었다
쥐는 별안간 찾아온 환경의 변화에 공포를 느꼈다
어쨌든 평생을 왕진가방만한 크기의 케이지에 갇혀 살았던 것이다
용사는 쥐의 집에 몇가지 물품을 넣어주었다
쥐에게는 숨을 곳이 생겼다
물과 밥을 주었다
쥐는 곧 적응했다
변화에 적응한 용사와 쥐는 다시금 지루해졌다
용사는 쥐에게 말을 걸었다
쥐는 침묵했다
용사는 쥐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알비노 쥐의 시력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예민한 청각과 후각이 다가오는 거친 손을 감지했다
물어야 할까
쥐는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 두 앞발을 뻗어 손가락을 잡았다
용사는 흠칫했다
두 발로 서 자신의 손가락을 쥐고 있는 쥐가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손가락 놀이는 매일 밤 계속됐다
위에서 또는 옆에서 다가오는 손가락을
쥐는 두 발로 잡아냈다
가끔은 살짝 깨물어보기도 했다
어느새 이 리추얼은 쥐에게 있어 유의미한 활동이 되었다
용사는 술을 덜 마시게 되었다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용사는 싸움터로 나갔다
정복지에 불을 붙였다
짚으로 이은 지붕은 활활 잘 탔다
지하실에 숨어있던 가족들은 뛰쳐나와 강가로 달려갔다
용사는 흠칫했다
부리나케 달려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쥐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고 용사는 집으로 돌아갔다
선술집 주인에게 맡겨두었던 쥐는 늙어있었다
용사가 돌아오고 며칠 뒤 쥐는 저승으로 떠났다
마당의 양지바른 곳을 찾아 쥐를 묻어주었다
용사는 생각했다
앞으로 몇 번의 전쟁에 더 나가야 할까
두 번의 전쟁이 더 일어났다
용사는 모두 참전했다
적들을 죽였다
용사는 이제 늙어있었다
마당의 양지바른 곳에 의자를 두고 차를 마셨다
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어 보았다
의자에 앉아 땅을 가르킨 채로 죽은 용사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지하의 마왕을 가르키는 것이 분명하다며
죽을 때까지 투지를 잃지 않았군, 칭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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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 꾼 꿈을 완결지어 보았다
쥐에게 있어 유의미한 활동이 되었다.. 에서 깼는데 문장이 마음에 들어 중얼거리며 일어남

 진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