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연질 캡슐

유 진 정 2026. 6. 10. 00:01

을 하나 삼키고 쓴다
레진으로 때워놓은 어금니가 살짝 깨졌길래 치과에 갔다
치아 윗부분이 멀쩡하고 아프지도 않아서 몰랐는데 이빨 두 개가 옆쪽으로 조용히 썪어가고 있었다

한무현 치과의 한무현 선생님은 이제 여든을 넘기셨을듯 한데 정정하시다 
몸의 선이 둥글어지고 눈빛은 더 따듯해지셔서 사제복이 어울리실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이 한 분 줄었고 누군가 반짝이는 종이로 학을 접어 통에 넣고 '한무현 선생님 감사합니다' 리본을 달아놓았다

선생님 대단하십니다, 라는 아저씨의 공치사에 네 30년만 더 하려고요 허허 웃으신다
내가 이는 이제 틀니지만.. 눈 하나는 엄마가 잘 주셔서.. 라며 입 안을 들여다 보셨다 
의자에 무당벌레 스티커가 두 개 붙어있었다 

여기서 여러번 이빨 고치는 동안 아픈 적이 없어서 정말 신묘한 의술이다 생각했었는데 이번엔 디지는 줄 알았다 
신경뿌리 두 개가 붙어 있다나 아무튼 선생님도 나도 한시간 내내 고생했다
잇몸에 빠루질을 당한 느낌이 들길래 나오자마자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사서 두 개 먹었는데
1도 안 듣고 머리통 전체가 우리하게 아픔

덕분에 알게된 좋은 정보 : 치과치료 후 통증에는 타이레놀같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보다 이부프로펜이 잘 듣는 모양

참고참다가 밤에 이브400이라는 저 파란색 약을 하나 더 사서 까먹고 나니 바로 괜찮아짐 note to self

순간적으로 통증이 사라지는게 대단한 안락감을 준다
왜 셀럽들이 진통제 오버도즈로 죽어버리기 까지 하는지 알 거 같다 
삶에 너무 많은 쾌락이 존재하면 작은 고통도 견디기 힘들어질 것이다

쾌락과 고통은 동일한 신경망에서 처리되며 저울의 눈금이 쾌락 쪽으로 기울면
뇌는 항상성을 위해 고통 쪽에 추를 메달아 균형을 맞추려 한다

강한 쾌락을 자주 반복하면 뇌는 고통의 추를 더욱 무겁게 고정하고
그 상태에서는 평범한 일상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지며
씹딱구레한 기분을 물리치기 위해 더 큰 자극이 필요해지는, 이른바 중독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예전에 독순언니와 통화 중 그땐 왜 그렇게 우울했을까? 질문을 하니
언니가 맨날 술처먹고 담배피고 새벽에 잤으니까.. 라는 대답을 했다. 즐거운 시절은 딱 그만큼 고통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