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애와 안 우는 애

유 진 정 2026. 8. 23. 00:08

구립 헬스장 등록에 실패해서 근처 운동장으로 뛰러 다닌다 
5년 전 원인 불명의 구토로 병원검사도 받아보고 심리상담도 받아보다가 뛰기 시작한 곳이다.
달리기만 해도 심신의 고통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장소

그 사이 운동장 시설이 굉장히 좋아져서 트렉 옆 공간엔 웬만한 헬스장에 있는 기구가 다 있고
우천을 막아주는 천장에 선풍기까지 달아놨다. 한겨울이 오기 전까진 헬스장 재등록을 안 해도 될 듯 
아무래도 하늘 아래서 달리는 편이 쓰레드 밀 위에서 숫자 힐끔거리며 달리는 것 보다 즐겁다

아무튼 오늘도 뛰는데 뒤에서 걷는 부녀의 대화가 들려온다  
..살 빼려고? / 아빠는 살빼려고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근육짱이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야 / 그럼 왜 해 / 건강해지려고 하는 거지 

뒤를 흘긋보니 얌전하게 생긴 아버지와 한 2-3학년쯤 되어 보이는 통통한 딸의 모습이 들어온다 
저녁시간 헬스장에도 저런 인상의 아저씨들이 있었다.
너무나 평범한 얼굴과 체형의,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 남성들이 열심히 쇠질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엔 일종의 비장미가 있었다. 내가 쓰러져선 안 되지, 하는 가장의 각오가 느껴지던 풍경

일곱바퀴 쯤 돌고 나오는데 아까 그 부녀 중 딸이 엉엉 울고있다. 집에 가려고 자전거에 올라탔다가 넘어진 모양이다 
뭔가 위화감이 들어서 뭐지? 했는데 공공장소에서 엉엉 울기에는 애가 좀 큰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던 거 같다.
아버지는 한쪽 손에 핑크색 자전거를 붙들고, 다른 한 쪽 손으론 우는 딸의 손을 붙잡고 조용히 서 있었다.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울 수 있었던가 기억을 짚어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옆 건물 애 엄마는 불행한 사람이다.
샴푸대신 비누를 썼다고 개새끼 소새끼 찾으며 아들을 쥐 잡듯이 잡는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이가 한번도 울지 않는다는 것이다.
폭언이 쏟아지는 수십 분 내내 대꾸도 안하고, 숨소리도 내지 않고 그걸 듣고만 있다.
울지않는 아이 대신 애엄마는 주기적으로 집에서 통곡을 한다. 

이 소리를 반 년쯤 듣고 있다가 일전에 아동학대로 신고를 했다.
더 심해지는 거 아닌가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경찰이 오고 난 뒤론 아직까진 잠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