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

Crows are White 메탈스님

유 진 정 2023. 8. 23. 19:26

 

스포있음
스포있음
스포있음
스포있음

 

 

 

 

 

 

 

 

 

 

 

 

 

 

 

스포 있다고 볼 사람은 저리가

 

 

 

 

 

 

 

 

 

 

 

 

 

 

OIBFF 불교영화제에 다녀왔다.

윤하님이 알려주셔서 도반들과 함께 갔는데 관객들 절대다수가 중노년의 여성들이라 좀 놀랐다.
젊은 사람은 스탭이랑 우리밖에 안 보였는데 홍보가 넘 부족한 거 아님?
불교계는 단군이래 최대 정병세대인 MZ를 공략하라..

암튼 우리가 픽한 영화는 crows are white 였는데 

 포스터 속 말 졸리 안 듣게 생긴 스님의 표정에 꽂힘

 

영화는 감독 나딤의 <저는 대단한 거짓말쟁이입니다> 이라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함

나딤은 천태종의 센니치 카이호교라는 의식을 촬영하러 일본의 히에이산으로 떠나는데 
이 카이호교라는 의식은 7년동안 매일 산을 30km 넘게 달리는 고행임 (7년차에는 하루 84km ) 

심지어 그게 다가 아니고 중간에 9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않고 진언을 외며 버티는 해병대 지옥주 코스도 있음

이 의식에 참여하는 승려는 단도와 100만원을 허리에 차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단도는 중간에 GG치면 자결을 하는 용도이고 난이도가 난이도라 중간에 병사하는 일도 있어서
저 100만원은 스스로의 장례비용이라고. 스님들 와이라노.. 중도를 지키라는 부처님 말씀을 왜 쌩까는거임 
그렇지만 <죽음을 각오하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라는 젊은 스님의 말은 와닿았음

 

아무튼 감독이 그걸 찍으러 갔는데,
일단 카이호교를 수행할 예정인 승려 카마호리는 묵언 수행 중이라 단 한마디도 하질 않았고
(멀뚱멀뚱 앞만 보는 카마호리 찍은 이 장면이 ㄹㅇ웃음벨)
심지어 수행 촬영 도중 휴대폰이 울리는 바람에 성난 스님들에 의해 절 밖으로 쫓겨나버림

허망해진 감독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절의 입구에서 전화를 받는 최하위 승려 류신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그가 유일하게 감독에게 대답을 해주던 승려였기 때문 (뉴질랜드 살다와서 영어도 잘함)

반골인 류신은 승려들의 이중성과 냉정함에 대해 불만이 많음
어두운 방에서 잠 안자고 하는 용맹정진 뻥이라고 다 쳐잔다고,
자기는 잠을 좋아하기때문에 하루 8시간씩 꼬박 잤다는 폭탄발언부터 노빠꾸로 박고 시작함
(저런 말 하면 안 쫓겨나려나 싶은데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아버지가 전 주지여서 봐주는게 있을지도)

이 씨닠해서 사는게 피곤한 류신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디저트와 데쓰메탈임

나는 여기서 빵터졌는데 류신 ㄹㅇ메탈남 재질이라..
내가 살면서 본 메탈남들은 다 내성적이고 우울했음 억눌린게 많은 남자들이라 과격한 음악을 좋아하는듯

 

필요하지도 않은 아이패드를 갖고 싶다고 트위터에다 난리를 치는 류신은 심지어 술과 고기도 가끔 먹음
근데 그렇다고 완전 땡중은 아닌게 하기 싫은 절 일도 열심히 하고
알츠하이머 걸린 할아버지를 매일매일 헌신적으로 돌보는 청년가장임

지금의 job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이 일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라고..
빨리 승급하여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은근 열혈 류신

 

나딤은 자신의 모순을 전혀 감추지 않고 모순과 나름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류신의 모습에 감명을 받는데
왜냐면 나딤에게는 비밀이 있기 때문임

매우 독실한 무슬림 가정에서 탄생한 나딤은 종교적 가르침 안에서 성장했는데
영화 공부하러 대학을 미국으로 간 뒤 눈이 뒤집힘
사진보면 여장에 마약에 예대생으로써 매우 충실한 학창시절을 보낸 것으로 보임  

그러다 사랑에 빠져 결혼도 했는데 문제는 마누라가 비무슬림 백인. 집에서 알면 호적 파일 상황

 

그리고 이 나딤도 미친놈인게 보통 이러면 걍 부모에게 고지를 하고 손절을 치던가 할 것이란 말임?
근데 그러는 대신 결혼 생활을 비밀에 부치고 부모님에게 마누라를 숨김. 그 짓을 장장 3년동안 함 (연애까지 하면 6년)
완벽한 구라를 위해 폰도 두 개 쓰는 치밀함을 보이는 나딤

당연히 마누라는 결혼 전 부터 (이 때가 처음 카이호교 촬영갔을 무렵) 너는 지금 딜을 해야 한다, 압박을 주는데
부모를 너무 사랑하는 회피형 나딤은 계속해서 결정을 미룸.
후달리니까 집에 방문은 안 하고 일주일에 한번씬 엄빠랑 영상통화를 함

카이호교 촬영을 실패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나딤은 거짓말의 무게에 짓눌려 상태가 매우 안 좋아짐.
돼지가 되었고 수염은 노숙자 수준

이때 직접 부인을 인터뷰 하는데, 3년 전 행복했던 신부의  표정이 너무 불행해져서 깜짝 놀람.
인터뷰에서 부인이

< 나는 사실 몰랐다, 니가 왜 그러는지. 이제는 안다. 니가 이슬람의 천국과 지옥의 개념을 실제로 믿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너는 니 자신을 아직 잘 모르는 거 같은데 자신을 모르는 남자와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어렵다. 나는 니가 어느날 부모님이 옳았고 무슬림 여자를 만나야 되겠어 라며 자신을 떠나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라는 말을 하는데 상대를 너무 정확하게 보고 있어서 슬픈 장면이었음.
나도 연애를 하다보면 남자들은 진짜로 자기 상태를 모르고 또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이거 왜 그러는 거임?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위기의 나딤은 다시 일본으로 감. 그 사이 류신은 좀 더 의젓해져 있었음
이유는 카마호리가 카이호교 의식을 완전히 달성해 낸 것을 목격했기 때문임.
자신도 그와 같은 강한 정신력을 가진 승려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기초체력을 다지는 류신

스님들의 분노도 좀 잦아 들었고 카마호리의 묵언도 끝난 상태라
감독은 드디어 15분간의 카마호리와의 인터뷰 시간을 얻어냄

그런데 인터뷰 기껏 잡아놓고 한다는 질문이 너무 수준 이하라 괜히 내가 놀랐음
7년 동안 죽음을 각오하고 만렙 찍은 승려에게
당신은 사랑을 해본 적이 있냐? 내 아내에 대한 비밀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뭐 그런 지한테만 중요한 꾸질한 질문을 던지는데 그 때 마침맞게 카마호리에게 전화가 옴.

카마호리는 전화 받아야 된다고 가 버리고 15분 다 지나감.
첫 촬영 때 벨소리 때문에 쫓겨난 것과 수미쌍관하는 카르마

내 생각엔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라 카마호리가 저런 방식으로 쌩깐 거 같음
부처님은 답할 수 없는 질문이나 쓰잘데기 없는 질문에는 답을 해선 안된다고 가르쳤음 (이 구절 읽고 개같이 동의)

 

비통한 마음으로 7년동안의 추적을 접은 나딤은 다시 류신을 찾아가는데
스포있으니까 보지 말라고 했는데도 부득불 읽었을 님들을 위해 뒤의 이야기는 생략하겠음

디어 재커리처럼 만들면서 중간 중간 주제가 바뀌어가는 다큐임.
카이호교 의식에서 시작해서 감독의 심리치료 영화가 되어버리는데(그래서 약간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함)
뭐가 어떻든 다큐가 사적이 되어 갈 수록 보는 사람 마음의 울림도 커짐
감독은 촬영에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7년간의 수행을 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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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s are White 라는 제목은 고정불변하는 것이 없다는 불교의 공(空)사상을 함축한 것으로 보임

뇌과학에 있어서는 불편하고 숨기고 싶은 사실들이 많다.”

- 또 어떤 것들을 숨기고 싶어 하나.

김대식 : 숨기고 싶은 또 다른 진실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보이는 대로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뇌가 계산해 낸 아웃풋(결과물)이다. 고양이는 컬러를 못 보니 흑백으로 세상을 본다. 박쥐는 세상을 초음파로 본다. 초음파로 보는 세상은 어떨까 인간은 상상할 수 없다. 세상이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있는 게 아니고 뇌가 만들어낸 것이라면, 인간들 간의 소통이 가능할까? 인간 각자가 뇌도 다르고 유전자도 다르고 경험도 다를 텐데.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사과를 보고 ‘빨갛다’고 말을 하지만 빨간색에도 복잡한 패턴과 색깔이 있다. 문제는 언어의 해상도가 생각의 해상도보다 더 낮다. 그래서 언어로는 빨갛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결국 ‘빨간사과’라는 말로 표현하고 서로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출처: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7250103292701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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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영화로 부터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나요?

나딤: 각자 경험에 따라 다른 의미를 찾게 될 것 같아요.
나의 경우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바꾸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류신으로부터 배웠습니다. 네, 그는 승려이지만 가끔 술도 마시고 고기도 먹어요. it's ok!  그리고 거기에 대해 종교적 죄의식을 가지지 않고 있지요. 왜냐하면 인생이 그런 것이기 때문에..
출처: https://iexaminer.org/documentary-film-director-ahsen-nadeem-seeks-enlightenment-on-mt-hiei-in-japan-in-crows-are-white/

출가자가 술을 마시는 게 오케이인가 하면 모르겠으나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와 닿았음.

명상러가 지켜야 하는 오계 중 거짓말하지 않기가 있는데
사실 이 항목은 부처가 아니면 완벽하게 지킬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음
왜냐하면 오계에서 일컫는 거짓말의 범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미화와 아부는 그렇다 치고 함구까지 거짓말의 영역에 들어감

그니까 말을 하는 인간이라면 거짓말을 어쩔 수 없다는 말인데
여기에 대해 항시 죄의식을 가지고 살다보면 사람이 미쳐버릴 것임 
자각하고 노력하되 죄의식에 침잠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