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화장품

유 진 정 2014. 3. 17. 21:17

일년마다 니베아로숀75ml 한통사면 화장품구입은 끝인 나인지라 화장대 앞에 빼곡히 들어찬 엄마의 화장품들을 보면 굉장히 정신이 없다. 세수하고 나와서 뭘 발라야 할지 모르겠어. 

비 베놈 미스트는 도대체 어따 쓰는 것이란 말인가. 석류엠플수는? 발효원액수는? 달팽이 추출물이 들어간 멀티펑셔널 크림은?  세어보니 총 스물 여섯개의 병과 통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건 마치 알케미스트의 실험실을 방불케 함

엄마에게 안헷갈리시냐고 여쭈어보니 굉장히 자신만만한 말투로 한~개도 안 헷갈린다! 하고 외치심 

물론 엄마가 나이에 비해 괜춘한 피부를 가지고 있으시긴 한데 스물여섯개의 화장품통을 늘어놓고 사느니 난 그냥 팍삭 늙고 말겠어. 솔직히 그거 챙겨바르느라 주름살 더 생길거 같아


뉴질랜드에 있을때 화장품 행사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음 

지진 잔해에 깔려있던거 막 떨이로 팔아치우는 거라 샘플향수나 포장 벗겨진 화장품 그런건 공짜로 직원들한테 나눠주기도 하고 그랬음 나도 그래서 한개 챙겼지 까만색 매니큐어 한통 

근데 문제는 매니큐어가 생기니 네일 리무버가 필요함 네일 리무버를 잘 사용하려면 화장솜도 있어야함

뭐든지 간에 딱 한개만 가지고 다니고 싶은데 화장품은 그게 잘 안되는 품목이더라고 워터 프루프 마스카라를 사면 그거 지우는 전용클렌저가 필요한것 처럼 하나를 구입하면 줄줄히 뭔가가 딸려오게끔 만들어져 있었음

그것을 눈치챈 후 여기서 네일리무버까지 사면 정말 끝이야 화장품 업계의 마수에 걸려들게 된다구 하는 마음가짐으로 일년동안 손톱칠하고 지울때되면 칼로 긁었는데 이건 좀 병신같네ㅎ

그리고 색조화장류는 뭐 그렇다 치고 기초화장품 류는 솔직히 효과가 의심됨 

그 광적인 가격에 상응하는 만큼 정말 피부에 좋은것인지

걍 식사 잘하고 선스크린 바르고 담배 안피우고 화장 적게 하고 피부 숨구멍 틔워주는게 더 좋지 않을까 

그리고 솔직히 막 셀룰라이트 제거해 준다는 슬림크림같은건 걍 딱 들어도 말이 안되잖아 그거 제거하려면 크림이 진피층 밑까지 침입해야 한단 말인데 이건 뭔 황산도 아니고

무튼 화장품류에 대해선 이렇듯 회의적인 시선을 견지하던 나였으나

엄마 화장대 한켠에 꽂힌 에뛰드하우스의 립스틱 케이스를 보는 순간 무언가 깨달음이 있었다.

너무나 예쁘고 귀여워........

진주빛이 도는 분홍 에나멜 도색,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보라색 플라스틱 리본까지 달렸는데 어찌나 앙증맞은지으윽

그래 화장품회사는 기능을 파는게 아니였어 그들은 꿈을 파는 장사치였던 것이였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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