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옆자리 아기가 보내오는 시선을 좋아한다
아무런 판단 없이 나를 스캔하는 투명한 눈빛 앞에 마음의 무장은 일순간 해제되어 버린다
일본에는 몇살 이전의 아이는 인간보다 신에 가깝다는 말이 있다는데
그 눈을 들여다보노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장소가 우리를 순간적으로 그런 아이와 같은 상태로 돌려놓기 때문이다
통제와 판단의 스위치를 잠시 내려두고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현존의 상태
그러나 여행자가 되기 위해 여행을 꼭 떠나야 할 필요는 없다
마음의 파도가 잠잠할 때 무심코 지나치던 풍경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곤 한다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지하철, 산을 오르는 노인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트롯트 가락에도 고유함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