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많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구나

남성과여성이예요 2022. 6. 16. 20:24

 



남편이 만취해서 들어왔는데 가방을 뒤져보니 차가운 모텔 꼬마캔이 들어있다, 어떻게 하나 조언을 구하는 글을 읽음

읽으니까 생각나는 흑역사가 있어 썰을 풀어보겠음



수년 전 만나던 B의 집에서 아침에 딩굴거리는데, B가 본가에 내려갈 준비를 하며 집정리를 하고 있었음

넌 피곤하면 더 쉬다가 나가고 싶을때 나가라고 하길래 ㅇㅇ하고 더 딩굴거리다
B가 분리수거를 하는 동안 시계를 봤는데 예약해둔 고속버스 시간이 간당간당한 것임

그래서 야 너 뭐하냐 빨리 나가라, 쓰레기는 내가 있다가 나가면서 버릴께 하고 집주인을 내보냄

그러고 더 자다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쓰레기 버리기로 한 거 생각나서 쓰봉을 찾음.

근데 쓰봉이 반도 안 차있길래 뭐 버릴거 없나 하다 화장실 쓰레기통 있던 거 생각나서 들고 와서 부음

쓰레기통을 부으면 밑바닥에 깔려 있던 쓰레기가 맨 위로 오게 되잖음.



근데 거기에

클렌징 마스크가 떡-하니!!!

심지어 뭔 가면처럼 눈코입 모양으로 화장품이 뭍어있음!!!!! 립스틱 색깔도 겁나 특이한 완전 쌩 마젠타




나는 화장을 안 하니까 당연히 내꺼는 아니고 B가 여장취미가 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동작을 잠시 멈추고 어떻게 해야 이 감정을 해소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함.

냉장고에 계란 한 판이 있었는데 그걸 벽에 다 던지고 나오면 좋지 않을까 잠깐 생각하다 그냥 사진을 한 장 찍음
그리고 쓰레기 봉투 묶어서 밖에 내놓고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감



분노의 페달질을 하며 망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생각하기가 넘 귀찮길래 그만두고 집에 도착 후 B에게 잘 도착했냐고 메시지를 보냄

답장이 오길래 내가 니네집 화장실에서 화장품 닦은 클렌징 마스크 발견했다, 뭐니 하고 물으니

B는 뭔지 모르겠다, 잠시 생각해 보겠다 하더니 몇분 후 답장을 보냄



몇 주 전 본인이 집을 비우는 동안 여동생이 모 아이돌 콘서트를 보러 서울에 올라간다길래 그 근처인 본인 집을 빌려줬는데 그 때 걔가 버린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 얘가 걔야. 하더니 여동생 사진을 한장 보냄.

여동생 그 겁나 특이한 채도 100 마젠타 립스틱 바르고 있음

그래서

' 그렇구나, 나 계란 다 깨버릴뻔 했지 뭐니. 그리고 집에 오는 내내 별의별 상상을 다 하다가 동호대교 지날때쯤 넘 머리아파서 관두고 걍 당사자한테 물어보자 하고 너한테 물어봤어 '

라고 심경을 전하니 B가


' 너도 많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구나 '


라고 답장을 보냄

저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음..




https://digthehole.com/1869

 

문자메시지의 추억

휴대전화 뒤지는 남친 용서가 안된다는 글 보고 생각난 에피소드 이십대 초반의 초가을 당시 남친과 우리집에서 놀다가 오침을 즐기고 있었다. 근데 잠결에 몬가 띠룽띠룽 전화기 버튼누르는

digtheho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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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17
  1. Idz 2022.06.16 21:23 Modify/Delete Reply

    비슷한 경험있는데 제 경우엔 가사도우미가 놓고간 저가 화장품이었음. 저 말을 알았다면 써먹었을텐데 아쉽네요.

  2. ㅇㅇ 2022.06.16 22:00 Modify/Delete Reply

    시간이 강간당했다고요?

  3. ㅇㅇ 2022.06.16 22:28 Modify/Delete Reply

    당시 계란한판 던지지 않은 이유는 이성으로 참은건가요.

  4. ㅇㅇ 2022.06.16 23:31 Modify/Delete Reply

    와 소설 한편 본 느낌이네요

  5. ㅇㅇ 2022.06.17 04:31 Modify/Delete Reply

    상대방의 뭔가 초탈한 태도가 인상적이네여
    진짜 캥기는 게 없는 사람은 어떤 이유나 해명 이전에 거리낌없이 '모르겠당' 소리가 나오나봄

  6. ㅇㅇ 2022.06.17 22:24 Modify/Delete Reply

    이 에피만 보자면 비슷하신 분끼리 만나신 것 같네요.

  7. ㅇㅇㅇ 2022.06.18 00:29 Modify/Delete Reply

    여장취미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8. ㅇㅇ 2022.06.18 10:40 Modify/Delete Reply

    와 저렇게 말할 수 있다니 부럽다

  9. ㅇㅇ 2022.06.18 14:53 Modify/Delete Reply

    만나시던 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는 멘트인데요?

  10. ㅇㅇ 2022.06.18 18:43 Modify/Delete Reply

    의외로 많은 일들이 당사자한테 물어보면 별것 아닌일로 해결됨

  11. 김뉸정 2022.06.19 19:01 Modify/Delete Reply

    저도 비슷
    립스틱자국 묻은 꽁초.
    범인은 남친형의여친이었는데
    지금생각하니 진짠지아닌지 모르겠네

  12. 전송실패 2022.06.21 17:15 신고 Modify/Delete Reply

    이거 생각났어요

    https://meeco.kr/files/attach/images/24268070/797/746/032/bd7d272bd73213f3a0f18c1467d4ac80.png

    • 유 진 정 2022.06.21 18:20 신고 Modify/Delete

      웃기네요 ㅋㅋ 뉸정님 답글도 그렇고
      저도 공들인 거짓말일 수 있단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남의 머릿 속을 내가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미친듯이 중요한 사안은 아님으로 gg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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