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에요

담마코리아 네번째 10일코스 후기

유 진 정 2023. 2. 22. 00:21
사일런트힐 아님

 
 
 
2017년 4월 첫 코스를 마치고 이번이 네번째 시팅이었다.
봉사1번, 사띠빠따나 코스까지 하면 해마다 한 번 꼴로 코스에 참여한 셈인데 갈 때마다 느낌이 다름
사띠 코스 후기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digthehole.com/4731

사띠 빳따나 코스 후기

이번엔 찐임. 비데이야기 아님 담마코리아에서 열린 쌋띠빠따나 코스를 다녀왔다. 위빠사나 10일 명상수행이랑 비슷한데 법문시간에 대념처경 해석을 해준다. 대념처경이 뭐냐면 살아생전 싯다

digthehole.com

 
 
저번 사띠코스 때 수동비데의 유용함에 대해 깨달은 것 처럼 이번에도 건강과 관련된 직접적 깨달음이 있었음.
영적 깨달음도 좋지만 이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이라 먼저 적음

작년에 잘 때 기침을 한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음
나도 느끼고 있긴 한데 남이 지적할 정도면 문제가 있긴 한 것 같았고 의식하고 보니까 거의 매일 기침발작 땜에 자다가 수차례 깨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임
천식인가 싶어 가습에 신경쓰는 등 아무튼 찝찝한 상태로 살았음

그리고 몇달 뒤 당시 썸 타던 상대에게 밤에 뭐하냐는 톡을 받고 짜파게티 끓인다고 했더니
자기 전에 먹으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고 염증이 반복되면 암이 된다는 설교를 주구장창 하시길래
아씨 얘는 밥맛떨어지게 왜이러나 하고 <짜파게티 개맛있다> 라고 답장함 

근데 기침의 원인이 천식이 아니고 진짜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었던거 같음
왜냐면 담마코리아에 머무는 12일 동안 기침을 단 한번도 안함
4일째 되던 날 어 근데 왜 기침 안하지? 자각하고 원인을 추리해 봄

구수련생은 12시쯤 먹는 점심 이후로 차를 제외한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대략 17시간 정도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는데 저녁을 안 먹으니 역류성 식도염 증상인 기침이 멎은 것이었음
그러고보니 신물이나 명치쪽 통증 등 다른 증상도 쭉 있어왔는데 그동안 왜 생각을 못했나?

아무튼 밤에 기침 안 하니까 정말 좋았다.
평소 야식을 매우 즐기는 편인데 (왠지 낮에 먹는 거 보다 더 맛있고 굶주린 상태로 잠드는게 싫음 + 밤에 먹으면 살이 찔 거 같다는 기대) 앞으로 가끔씩만 먹기로… 집에 와서도 오후 7시 이후로 안 먹으니까 기침을 전혀 안 함. 그동안 고민한게 허탈할 정도

암튼 기침 제보와 주구장창 설교가 아니었다면 이유를 자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거 같아 메따(자비)명상 시간 때 두 분께 감사의 메따를 보냄

아 그리고 12일 동안 전화기 안보고 살았더니 고질이던 목과 어깨 통증도 사라짐. 진짜 폰 좀 덜 봐야겠음
아무튼 이번 코스에선 신체적 컨디션이 좋다고 느꼈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법도 배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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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법문 때 고엔카 선생님이 이 심도깊은 마음의 수술 과정 중 사람들이 고통을 견디지 못해 도망가는 경우가 있고, 제일 많이 도망가는 날은 대체로 2일째와 6일째라는 말을 하시는데 (그 자신도 학생 시절 2일째에 탈주 시도)

사실 첫 코스 마친 후엔 사람들이 왜 도망간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음
육체적으로는 빡셌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점은 크게 없었기 때문에

근데 그동안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번엔 6일째에 나도 한번 움.
정말 별의 별 슬프고 빡치는 기억들이 다 떠올라서 (그 중엔 정말 사소한 에피소드도 있어서 혼자 씩씩대다 그런 자신이 너무 찌질해서 명상하다 몇 번 처웃음) 사람들 왜 도망간다는 건지 이제야 이해됨.
되돌아보니 인생에 험악한 사건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 동안 일종의 마비가 된 상태로 살아서 크게 와닿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고.. 무튼 지나간 일들이라 아주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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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했던 코스 중에 집중이 가장 안 됐는데, 좀 매너리즘에 빠졌나 싶음.
요즘 너무 들뜨고 급한 마음으로 살아서 그 영향도 있는듯. 4일째가 되어서야 좀 가라앉음

그리고 이제 신체감각을 지켜보는 훈련이 되어 있어서인지 명상 중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감각이 느껴짐 =  동시에 딴 생각을 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짐

다른 구수련생분이 같은 상황이라 선생님께 질문했더니 생각을 최대한 멀리하고 감각에 집중하라는 답을 주셨다고 함.
기계적,의식적인 수행이 되는 것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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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스 AT 들은 Bill Crecelius 와 Ann Crecelius 라는 미국인 부부셨는데
고엔카 선생님과 동시대에 수행하신 왕고들이시자 아시아지역 담마 센터를 총괄하는 분들이라고 함.

오피스에서 금테안경을 쓰고 두꺼운 녹색 스웨터를 입은 호호백발의 빌 선생님을 보고
<당신이 빌이군요 센터 일을 원거리에서 지시하시는> 이라고 인사했더니 
< 그래 내가 원격으로 너희들을 조종하지 > 하시더니 2초 가량의 침묵 후
갑자기 손가락을 키보드 두들기는 것 처럼 팔랑거리시며 입으로 삐리리리맆! 하는 소리를 내셨는데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개그라 빵터졌음 

 

 저런 느낌


참고로 센터 마스터 플랜 짜시는 분 한테 우영우 봤냐고도 물어보셨다고 (퀘백에서 온 넬슨도 나보고 부부의 세계 봤냐고 물어봤는데 K컬쳐의 힘을 담마코리아에서도 느꼈다)

인간적인 풍모의 빌 선생님에 비해 앤 선생님은 굉장히 차분하셔서 평범한 복색에도 불구하고 보통사람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본 AT 선생님들이 대체로 성별에 따른 경향성이 있으신 것 같은데 여성 분들은 압도될 정도로 침착하고 이성적 풍모를 지닌 분들이 많았고 반면 남자 선생님들은 푸근한 인상에 유머감각이 있으신 분들이 많았음
이유가 뭘까? 각 성별의 장점이 수행 끝에 더 부각되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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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코스를 간 이유는 오계와 관련된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 있어서
그걸 상담시간 때 선생님께 여쭤보려고 한 것도 있는데
거기에 대해선 따로 정리하는게 낫겠음. 좋은 답을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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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감사하게 읽은 <명상가의 핸드북> 저자가 빌 선생님이었음. 이럴 줄 알았으면 가져가서 싸인 받는건데
이 책의 장점은 굉장히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과 쉽게 읽힌다는 것임.
10일코스를 끝낸 사람들에게 개추함.  PDF 링크는 여기

봉사자로 오신 노년의 한 여성분은 준비성 좋게도 책을 들고 오셔서 싸인 받아감.
책 내지에 그 분 성함을 빌 선생님이 한글로 적어주시는데, 하도 삐뚤빼뚤 하길래 애가 쓴 거 같아요 하고 웃었더니 잠시 후 선생님이 만원짜리를 들고와서 자기 책을 두 권 사심

그러더니 이름을 잘 적어드리고 싶다며 이면지에 봉사자 분 이름을 열심히 연습하시더니 새 책에 다시 반듯하게 써서 가져다 드림. 삐뚤뻬뚤한 글자가 적힌 옛날 책은 본인이 수거
봉사자 분은 책이 갑자기 깔끔해졌다는 걸 눈치채셨을까? 

아무튼 인품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고 기억해두고 싶어서 연습하신 이면지를 들고와 현관문에 
자석으로 붙여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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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밤 민경님이라는 분과 이야기를 하다 민경님이 내방 가서 더 얘기해도 되냐길래 좋아요 하고 같이 들어가는데
복도에 서 계시던 다른 젊은 여성 세 분이 그걸 보고 꺆 우리도 가자~ 이런 느낌으로 도도도 따라 들어오심
이 장면이 강력하게 기억에 남음
남자들한테서는 잘 안나오는 무해하고 girly한 순간이었달까 지브리 영화 한 장면 같기도 

암튼 그래서 여자 다섯이서 작은 방에 무릎을 맞대고 앉아 이야기를 실컷 했고 아주 멋진 대화였음.
최근 피어투피어 때도 그렇고 젊은 여성 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나 때에 비해 여성들이 훨씬 주체적이고 컨텐츠가 풍부해졌다는 느낌을 받음

독순언니를 만나기 전까지 꽤 오랜기간 동안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재미가 없고 감정적으로 의존하려 드는 경향이 있어 귀찮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그리고 언니도 바이라 헤테로 여자들이랑은 좀 다른 면이 있었던 거 같음) 정말 시대가 변한듯.. 또는 나의 관점이 바뀐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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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rimp말고 새우를 부르는 다른 영단어가 뭐였지?
이 질문이 첫날 뜬금없이 떠올랐는데 끝까지 기억 안나서 상카라(마음의 습관.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임) 끓어오름 
(정답: Prown) 
 
 
 
 

왼쪽부터 노부(존맛탱비건스시만들어줌) 토일님 어머니, 넬슨, 토일님, 연주님, 진효님

 
 
 
 

최우측 앤 선생님. 감사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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