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쓴 블로그 글 읽어보니 마음이 안좋아짐. 애지중지 기른 아들이던데 부모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을듯
그러나 슬픔과 별개로 '술먹고 연락 두절이 된적이 몇 번있어 전화기에 위치추적 기능을 심어놓는 것을 시도하였으나 아들이 성인이라 불가능했다' 는 대목을 읽고나니 몇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정리해봄
주변의 젊고 건강한데 죽거나 인생이 망한 사람들의 케이스를 들여다보면 언제나, 항상 술이 끼어있음
음주로 인한 간경변에 걸린 지인이 있었는데 병이 꽤 진행되고나서 그를 만난적이 있었음
얼굴이 검은색 눈은 노란색이 되어 있었음. 치킨집에서 닭먹는데 여자친구가 기저귀 가방에서 무알콜 맥주를 계속 꺼내줌. 내가 맥주 500CC를 마시는 동안 걔는 무알콜 맥주 열한캔을 비웠음
왜 삶을 담보로 걸고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없을 만큼의 술을 마시는지 나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어느날 다른 술꾼친구랑 대화하던 중 해답을 찾음
' 만취했을때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그 느낌이 너무 싫잖아 ' 라고 말하자 ' 바로 그게 좋아서 먹는건데? ' 라는 대답이 돌아오길래 납득
태생적으로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뇌가 망가진 사람들은 논외로 하고 멀쩡해 보이는데 알콜이슈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 비슷한 이유로 술을 먹는거 같음. 예전에 이런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저기에 나오는 술꾼들 공통점이 다 독자적인 도덕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임. 나같은 사람은 얘기하다보면 속터지는 수준
이걸 심리학에서는 초자아super ego가 강하다고 표현한다고 함
초자아는 우리 맘속의 훈장 선생님 같은 것인데 본능적 쾌락을 추구하는 원초아id와 상충하는 개념임
원초아가 너무 강하면 범죄자가 되고 초자아가 너무 강하면 정신병이 생김
그리고 초자아가 강할시 일어나는 대표적 현상이 바로 술먹고 개가 되는 것이라고 함.
적절히 배출해 줘야하는 원초적 욕구를 지나치게 억누르고 살다보니 알콜의 힘을빌어 id를 과도하게 해방시키는 것
이드와 수퍼에고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아주는게 자아ego인데 청소년의 경우 이것이 아직 덜 발달하여 연약한 상태일 확률이 높음
여기까지 쓰고 실종학생 사망소식과 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고왔는데
평소 사고 한 번 안치는 모범생이었다, 쟤가 대체 뭘 잘못했느냐.. 라는 말을 들으니 다시 한번 저 초자아와 주벽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게 됨
그리고 한국 사회는 술에 너무 관대한 경향이 있음
서구권의 경우 야외 공공장소에서 술을 먹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그래서 갈색 종이백을 사용)
심지어 술집에서도 만취하면 세큐리티 가드가 집에 가라고 내쫓음
음주사고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몬가 대책을 체계적으로 좀 세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되어 자료를 찾아봤는데
절주정책 예산은 금연 정책의 1%도 안된다고 함. 왜지?
초자아가 지배하는 사회분위기 속 음주산업이 성행하고 -> 술에 생계가 달린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건가?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102711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