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교가 있으면 좋을 거 같다 라는 말을 세 사람에게 했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루고 나서부터 든 생각이다
1은 자신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bullshit이기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쉽다 라고 말했다
2는 자신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게 안된다는게 문제다 라고 말했다
3은 반색하며 본인이 종교를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어쩌면 우리의 만남도 우연이 아닌 신의 지표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전에 신앙에 귀의한 엄정화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본인은 전혀 종교적 삶을 살지 않았고 점이나 보러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정말 신기했다며 그녀 앞에 나타난 여러 표지들에 대해 말했다
몰랐는데 엄정화씨 매우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의 매력이 나로 하여금 신성을 깨닫게 만들지는 않았다.
점을 보러 다녔다는건 내면의 불안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고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얘기로 들렸기 때문에 본인이 비종교적 인물이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오히려 그 반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교에 투신하게 된 계기와 엄정화의 인터뷰, 그리고 3의 이야기는 모두 비슷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름을 받아 삶에 주님이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공통점을 추려보자면
1. 고통, 또는 큰 변화를 앞둔 순간 찾아옴
2. 이유없이 눈물이 쏟아짐
3. 나를 종교적 장소나 성물聖物로 이끄는 우연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다수의 사람들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삶이 꽤 공허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거 같다
당장 나부터도 뭔가를 하기 전과 실행에 착수했을때는 즐겁지만 해놓고나면 허무감을 느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하는 이유는 안했을때 괴로우니까)
그 공허감을 스무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거 같은데, 후자의 경우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인 경우가 많은 듯
그리고 그런 고통이 누적되어 한계점에 이르는 순간 우리의 정신이 강력한 회복력을 발휘하여 찾아내는게 신앙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예전엔 자기기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새는 이것도 일종의 강함이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신앙은 스스로를 뛰어넘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도 좋은 삶의 도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