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말 고요한 소리 중도포럼을 참관했다.
역경원에 도착해 거기서 만난 분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사람들이 조용해지길래 고개를 돌리니 활성스님이 나오고 계셨다.
승복에 트레킹화를 신고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오시는데 무척 겸손하고 현명한,
자비로운 쥐 같은 인상이셨다
왜 하필 쥐냐면 승복이 회색이고 발목 부분을 높게 테이핑 해두셔서 실루엣이 알라딘 바지 같았음
그게 쥐들 서 있을 때 모습이랑 비슷함
사람의 존재감이라는게 신기하다.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더 많은 걸 설명해주기도 하고..
포럼 시작 전 팔리어 예경문을 한글로 풀이해서 다같이 합창하는데 아름다웠다.
그 후 스님의 개회사가 있었다. 말하는 매 순간 알아차림이 있으셔서 발언의 내용보다 그게 놀라웠다.
사람이 말을 하다보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도 있고
상대의 기분이나 분위기를 맞추려고 꾸미는 말도 좀 하고 중언부언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게 조금도 없고 한마디 한마디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본인은 산에서 생활하다보니 살림을 늘 알뜰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래서 중도와 경제라는 이번 포럼의 주제가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고 어색한 느낌이 가시지가 않는다,
여기에 토론의 여지가 있는가, 포럼이 우리끼리 모여서 노는 동창회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고 원래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분이시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요즘 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말들을 하는데 그 어른이라는 것도 어느정도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겠나,
정말 어른이 없는 건지 아니면 사회가 어른을 용납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는 말도 하셨는데
이재용 회장을 예시로 드셨고 생각해보니까 나도 이재용 하면 밈 밖에 안 떠오르길래 그런 뜻인가 싶었음
모든 것의 의미가 가벼워지고 친근해지는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 종종함
아무튼 하시는 말씀들의 요지는 계속 같았음
밖이 아닌 안에서 찾자, 남 탓하기 앞서 나부터 뭔가를 하자.
미친 코끼리 같은 마음이 뛰쳐나갈 때마다 그것을 알아차려 계속 다시 붙들어오는 것이 수행이고
이 알아차림이 체화되면 자연스럽게 저런 깨달음이 뒤따라오는 듯 한데
그래서 수행이 만연한 냉소주의와 그 근간에 자리한 무력감에 대한 해독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음
그 뒤로 서울대 박찬국 교수님이 mic를 랩퍼처럼 쥐더니 자유주의 경제학과 행복에 대한 열변을 토하심
서인국 교수의 행복론을 매우 디스하셨고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아리스토 텔레스 행복론 이야기 하심
모두 동의하는 바라 막 눈이 떠지고 이런 느낌은 없었는데
행복 이야기 하시는 분이 되게 행복해 보이길래 그게 좋았음. 눈이 반짝반짝
다음으로 동국대 이상호 교수님의 불교경제학에 대한 강연이 있었고 캐릭터가 아주 솔직한 분이라고 느낌
저출산은 축복이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매우 동의했다
어차피 안 낳겠다는거 국고 팡팡 써가며 삽질하느니 걍 고령화 사회를 잘 살아나갈 대비를 하는게 낫지 않겠나
아 그리고 강연 뒤 토론에서 박찬국 교수님이 한국 행복지수 항상 바닥인 이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셨는데
북유럽 사람들이랑 한국사람들이랑 행복의 기준이 되게 다르다고,
그쪽은 행복한가요? 물었을 때 '뭐 이정도면 행복한 거겠지' 하고 네.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어지간해서 자기가 행복하다고 대답하지 않는다,
기준이 높아가지고 비슷한 수준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아니오. 라고 대답하는 걸 수도 있다고
불교의 행복과 세간의 행복에 대한 정리도 짧게 등장 누가 말하셨는지는 까먹음
팔리어로 둑카는 고통이고 수카는 기분좋음임
세간에서 말하는 행복, 그니까 저 디스당한 서인국 교수님의 행복론은 수카에 해당됨
맛있는 거 먹고 섹스 많이 하면 충족되는 일종의 짐승적 만족감
그런데 불교는 이 수카 역시 사실은 둑카라고 정의함
인간은 짐승이고 그렇기 때문에 짐승적 만족감을 추구하도록 되어있는데
그 만족감이 영원할 수가 없으니 추구의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지고
못 먹고 섹스 못 하고 헤어지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불만족스러운 변화에 필연적으로 고통을 느끼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이 짐승적 고통에서 한번 벗어나 보자, 어떻게? 관찰과 수행으로.
이게 부처님 가르침의 효시라고 알고있음
그래서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수카가 아닌 우뻭카임
평정이라는 뜻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예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으니 링크
행복행복 그놈의 행복
행복은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단어인데 (쓰긴 씀) 사실 단어한테는 아무 잘못도 없음 그런데 왜 안 좋아하게 되었냐면 행복행복을 주문처럼 외치는 불행한 인간들을 너무 많이 봐서 이렇게 됨
digthehole.com
그김에 이것도
남 탓하면 개손해인 이유
이게 왜 나쁘냐면 내 정신의 주도권을 남한테 넘겨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임 그리고 남과 이미 발생한 사건은 내가 뭔짓거리를 해도 바꿀 수 없잖음 내 정신의 주도권을 남이 쥐고 있는데 그 사람
digthehole.com










고요한 소리 구매처
- 온라인
고요한 소리 홈페이지 ( PDF파일 무료 다운로드 가능)
- 오프라인
교보문고
운주사 (성신여대역 3번 출구 인근 불교서적 총판)
고요한소리 사무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7-5 (우 03145) 전화번호: 02-739-6328)
 진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