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고서점

유 진 정 2025. 12. 14. 23:44

덕성여대 앞에 무려 4층짜리 헌책방이 있다.
작년 이맘때 도반분이 멋진 곳이라며 알려주셨다. 

과연 그런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성심이 있다.
세월이 빚어낸 차분한 바이브랄까 연세 지긋하신 주인 내외분의 눈빛도 깊고

원래 1985년 이문동에서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몇년 전 이쪽으로 옮기셨다고 

 

 

1층 왼편은 카페로 운영된다. 마셔보진 않았는데 괜찮은 기계를 쓴다고 들었다. 

 

 

 

올라가는 계단에도 헌책이 빽빽
꼬마니꼴라가 꽂혀있길래 몇페이지 훑어봄 

 

 

 

 

 

 

 

 

 

 

 

 

 

2층 올라가면 좋은 위치에 영성-명상관련 서적들이 꽂혀있다. 

80년대 정신세계사에서 출판된 꼬마성자와 성자가 된 청소부를 여기서 찾았다.
어릴때 외갓집에 가면 뽕나무에 올라간 삭게오 그림책이랑 이 두 책을 꺼내 읽곤 했다. 
삭게오 그림책은 재책 방식이 가로에 주색이 주황 보라색으로 세련되어 좋아했고 이 두 권은 내용이 재밌었다.  

한권은 람다스의 스승이자 30년간 묵언한 수행자 바바하리다스가 쓴 것이고
다른 한권은 미국 수피즘 협회에서 엮은 것인데
타 종교에 배타적이던 크리스천 이모들 방에 이 책이 어째서 꽂혀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미스터리
성자 = 당연히 크리스천 이런 사고였을까 싶기도 하고..

전에 왔을땐 쉐우민 센터 아신 떼자니아 스님의 [번뇌를 가볍게 여기지 마십시오]가 있길래 냉큼 집어왔는데
이걸 헌책방에서 찾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점주분 디깅력 respect

 

 

 

느낌과 느낌사이 탈무드

 

 

 

 

 

 

 

 

 

 

 

 

 

놀랍게도 이 모든 장서들이 DB화 되어있음
층마다 마련된 PC로 위치/가격 검색 가능

 

 

 

 

초현실적 구조의 3층 

계단벽을 책으로 꽉꽉 채워넣을 만큼 한칸이 아쉬운 상황에서 여백의 아름다움을 남겨둔 점이 감동적
수퍼맨 포즈로 날아서 통과하고 싶음

 

 

 

4층에 있는 책들은 서점 문 닫으면 자기들끼리 이야기 할 거 같음
한 사람에게서 흘러들어온 거 같은 느낌의 책들이 많아서 전 주인들의 히스토리를 상상해 보게 됨

<그러나 나는 위대한 생각들 틈에 둘러쌓여 있는 것이 좋다>라며
자신의 책 수집벽을 정당화하던 사람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이걸 어디서 읽었더라.. 

인수봉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옥상도 아름다운데 이날은 안 올라갔다.
날씨 좋으면 1층에서 커피 한 잔 사들고 올라가도 좋을듯 

 

 

 

 

 

 

표지가 멋있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3000원 꼬마성자 1000원

책을 구입하면 점주분이 또박또박, 그리고 느리게 수기로 공책에 책번호를 기입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에 알아차림이 있어서 명상적이라고 느낀다.  

담아 드릴까요? 

집에서 안 쓰는 쇼핑백 가져다 놓은 거라 크기가 조금 안 맞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재활용된 LG전자 쇼핑백은 오늘 놀러온 분께 책 빌려드리며 다시한번 재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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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서점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21

영업시간: 

AM 10:00~PM 9:30
(토요일과 일요일은 30분 일찍 마감)

https://singoro.com:40542/store/

 

그러고보니 서점 이름도 문학적이네
새로운 헌책방
The NEW Old Book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