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

복잡한 존재

유 진 정 2022. 11. 10. 00:39
출처: http://www.susandwhite.com.au/enlarge.php?workID=30



예전에 법륜스님 즉문즉설 보다가 돈오의 순간이 있었다.
어떤 아줌마가 나와서 스님, 우리남편은요 정말 나쁜사람이에요. 맨날 술만먹고.. 로 시작하는 호소를 하니까
스님이
당신 남편이 어떻게 나쁜사람이에요. 자기한테나 나쁜 남편이지, 술집사장한테는 얼마나 좋은 사람이야!
라고 일갈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후 마음이 편해 질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알려주셨다.)
맞는 말이지 않은가? 나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기쁨을 주는 사람일 수 있다.

예전에 붉은 깃발이라는 펑크잡지 편집할 때 차승우씨의 인터뷰 원고를 받아 읽은 적이 있는데 위와 비슷한 대목이 있었다.
음악은 개떡같이 만들면서 의식있는 척 메시지만 부르짖는 새끼들 다 죽여버려야 된다, 아 근데 사실 죽이면 안되고. 다들 부모님 소중한 아들딸들인데.. 대충 이런 내용

며칠 전 들은 샘해리스 팟캐스트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트럼프에 관한 방송이었는데
'나는 트럼프를 증오하지 않는다, 내가 증오하는 것은 그의 악의적인 스피치가 힘을 얻고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라는 내용이었다. (샘해리스는 낙태와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리버럴이고 그 중에서도 소수에 속한다. 무슬림 비판했다가 벤에플렉 등 진보인사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처먹은 적이 있다. 표현의 자유에 입각해 하켄크로이츠도 법적으로 금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왕정통 리버럴)

블로그 차단 아이피가 이제 200개를 넘었는데 언제부턴가 악플이나 멍플을 차단할 때 차승우씨나 샘해리스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들을 개인적으로 증오하지는 않는 거 같다. 증오고 자시고 사실 누군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아직 수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여전히 허접한 의견을 접할 때면 순간적으로 개빡치고
최대치로 그들을 모욕하고 차단버튼을 누를 때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 아 이런 말 하려고 한게 아닌데

하려던 말은 인간 참 다면적이고 복잡한 존재라는 거다.
표본이 늘어날수록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느껴진다. 요새 쫌 케이스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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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영혼

이사오고 얼마 되지 않아 놀러온 친구와 함께 집 근처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간 적이 있다. 알바가 친절하길래 문 밀고 나오면서 여기 알바 되게 친절하다.. 라는 말을했는데 친구가 야 들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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