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한강 실종 사건을 보고 드는 생각

리뷰예요/현상 2021. 4. 30. 22:35

부친이 쓴 블로그 글 읽어보니 마음이 안좋아짐. 애지중지 기른 아들이던데 부모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을듯

 

그러나 슬픔과 별개로 '술먹고 연락 두절이 된적이 몇 번있어 전화기에 위치추적 기능을 심어놓는 것을 시도하였으나 아들이 성인이라 불가능했다' 는 대목을 읽고나니 몇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정리해봄 

 

주변의 젊고 건강한데 죽거나 인생이 망한 사람들의 케이스를 들여다보면 언제나, 항상 술이 끼어있음

 

음주로 인한 간경변에 걸린 지인이 있었는데 병이 꽤 진행되고나서 그를 만난적이 있었음

얼굴이 검은색 눈은 노란색이 되어 있었음. 치킨집에서 닭먹는데 여자친구가 기저귀 가방에서 무알콜 맥주를 계속 꺼내줌. 내가 맥주 500CC를 마시는 동안 걔는 무알콜 맥주 열한캔을 비웠음

 

왜 삶을 담보로 걸고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없을 만큼의 술을 마시는지 나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어느날 다른 술꾼친구랑 대화하던 중 해답을 찾음

' 만취했을때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그 느낌이 너무 싫잖아 ' 라고 말하자 ' 바로 그게 좋아서 먹는건데? ' 라는 대답이 돌아오길래 납득

 

태생적으로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뇌가 망가진 사람들은 논외로 하고 멀쩡해 보이는데 알콜이슈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 비슷한 이유로 술을 먹는거 같음. 예전에 이런글을 쓴 적이 있는데

digthehole.tistory.com/2993

저기에 나오는 술꾼들 공통점이 다 독자적인 도덕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임. 나같은 사람은 얘기하다보면 속터지는 수준

 

이걸 심리학에서는 초자아super ego가 강하다고 표현한다고 함

초자아는 우리 맘속의 훈장 선생님 같은 것인데 본능적 쾌락을 추구하는 원초아id와 상충하는 개념임 

원초아가 너무 강하면 범죄자가 되고 초자아가 너무 강하면 정신병이 생김

 

그리고 초자아가 강할시 일어나는 대표적 현상이 바로 술먹고 개가 되는 것이라고 함.

적절히 배출해 줘야하는 원초적 욕구를 지나치게 억누르고 살다보니 알콜의 힘을빌어 id를 과도하게 해방시키는 것

이드와 수퍼에고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아주는게 자아ego인데 청소년의 경우 이것이 아직 덜 발달하여 연약한 상태일 확률이 높음

 

여기까지 쓰고 실종학생 사망소식과 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고왔는데

평소 사고 한 번 안치는 모범생이었다, 쟤가 대체 뭘 잘못했느냐.. 라는 말을 들으니 다시 한번 저 초자아와 주벽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게 됨

 

그리고 한국 사회는 술에 너무 관대한 경향이 있음

서구권의 경우 야외 공공장소에서 술을 먹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그래서 갈색 종이백을 사용)

심지어 술집에서도 만취하면 세큐리티 가드가 집에 가라고 내쫓음

 

음주사고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몬가 대책을 체계적으로 좀 세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되어 자료를 찾아봤는데

절주정책 예산은 금연 정책의 1%도 안된다고 함. 왜지?

 

초자아가 지배하는 사회분위기 속 음주산업이 성행하고 -> 술에 생계가 달린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건가?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10271121001

한국 사회, 왜 술에는 그렇게 관대한가요?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비해 턱없이 못미치는 절주정책… OECD 최저수준 불명예 주부 박모씨(34)에게 해...

news.khan.co.kr

 

 

 

 

 

 

 

 

 

 

Trackbacks 0 : Comments 20
  1. 2021.05.01 00:00 Modify/Delete Reply

    지금은 아니지만 술에 꼴아산적이 있었는데 평소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싶어서 많이 먹었던거같아요
    평소에 너무 무감해서 술을 먹어야 그나마 살아있는 느낌

    제 주변은 술친구가 있는 지인들 대다수가 충동성이 높고 도파민 분비가 과도한? 그래서 일상에서 즐거움을 잘 못느끼는 애들이 많았음요
    입버릇은 뭐 재밌는 일 없냐? 였어요

    • 유 진 정 2021.05.01 00:41 신고 Modify/Delete

      !! 저도 그 이유로 어릴땐 자주 먹었던거 같네요 넘 오래돼서 까먹었음; 어떻게 벗어나셨죠?

    • 2021.05.01 01:48 Modify/Delete

      일단 술에 꼴은 자신이... 생각보다 혐오스럽다는걸 주변친구들의 주사를 통해 깨달았고(멘탈에 이상있는 애들이 술에 취하니까 자기의 취약점을 마구 드러냄 ex.애정결핍, 인정욕구 등등)

      그걸 깨달은 이후에는 술에 취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결국 건강하지 않은 멘탈때문이군. 결론을 내리고 술 끊고 멘탈헬쓰에 힘썼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일상의 고통이 술을 불렀던거 같네요 웃긴건 진짜 괴로울만한 일은 없엇고 그냥 형체없는 두려움에 머리가 절여져있는 상태였다는것

      26살을 기점으로 애들이 술자리에서 많이 얌전하고 상식적으로 변한걸 보면 그전까지는 사춘기라 그런가 싶기도 해요

    • 공감 2021.05.03 12:54 Modify/Delete

      매우 좋은 통찰력이네요 ㄷㄷ

      주변에 과도하게 먹는 사람들에게 해주면 좋은 이야기예요.

    • 유 진 정 2021.05.03 20:24 신고 Modify/Delete

      ㄴㄴ본인이 스스로 깨달아야지 말해주면 걍 빡쳐할듯

  2. 2021.05.01 00:48 Modify/Delete Reply

    여자친구와 기저귀가방과 무알콜맥주 열한병
    이 웬 해괴한 조합이란 말입니까

  3. ㅇㅇ 2021.05.01 01:29 Modify/Delete Reply

    그럼 유진님은
    이드랑 초자아랑 어느 사이에 있나요
    전에는 이드쪽이다 느꼈는데
    요즘 글 쓰시는거 보면 둘 다 아닌것같음

  4. 2021.05.01 02:07 Modify/Delete Reply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맥주를 내돈주고 사온날
    할머니가 홀짝홀짝 즐거워하는 나를 보고 말했음
    우리 엄마는 비구니였고 내 형제자매들 중 정신과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너희 외할머니 아버지는 길바닥에서 부딪힌 행인을 패죽여 감옥에 들어갔었다
    그 이후로 술을 끊었어요
    고등학교 시절에 날라리였어서 술먹고 쳐볼 유쾌한 사고는 거진 다 쳐봤기 때문에 별 아쉬움은 없는데
    할머니의 말투가 기억에 남음. 경고하거나 협박하는 말투가 아니고 계약서 쓰는 변호사처럼 말을 했어서. 생각해보니 할머니는 항상 그런 식으로 말을 했음

  5. 쩡이 2021.05.01 14:01 Modify/Delete Reply

    우연히 들러서 글잘보고 갑니다
    부모님의 마음은 물론 고통스러우시겠지만
    평소 술을 그렇게 먹고 다녔으면
    언젠간 예견된 사고였을것 같단 생각도 드네요
    내 자식은 모범생인데...
    술에 필름이 여러번 끊겨 살았군요;;
    공부만 잘하면 모범생인 사회..
    구독하고 갑니다
    맞구독 부탁드려요~

  6. ㄴㄷ 2021.05.01 14:29 Modify/Delete Reply

    https://blog.naver.com/tazimarinon/221964494201
    “일상생활에 문제가 될 정도로 마시나요?”

    “가사 일이나 아이 등하교는 그럭저럭 챙기는 수준이에요”

    나는 지각 있고 상식적인 알코올중독자였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는 절대 취하지 않았고 남편이 보는 앞에서도 너무 자주 마시지 않으려 노력했다. 주량을 넘겨 고주망태가 되는 일도 없었다. 늦어도 새벽 1시에는 잠들고 아침 7~8시에는 일어났다. 심지어 이틀에 한번은 아침에 6~7킬로씩 러닝도 했다. 나는 야생의 꿩처럼 건강한 체력으로 음주와 일상을 균형있게 해나가고 있었다.

    “왜 자꾸 술을 마시게 된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수치심을 느끼며 대답했다. “할 게 없으니까요.”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 넘쳐흐르도록 남아 도는 시간, 시간.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무료한 하루. 오전과 낮과 밤을 나는 무엇으로든 채워야 했다. 그냥 있자면 매 분, 매 시간의 단위 칸 안에 갇힌 채 흘러드는 불안과 우울에 질식할 것이 분명했다.

  7. ㅇㅇ 2021.05.01 18:55 Modify/Delete Reply

    유진님 이번년도 전시 계획 있으세요?

  8. ㅇㅇ 2021.05.01 21:20 Modify/Delete Reply

    한국사회에 주벽이 많은 이유는 사회가 인간을 너무 통제하기 때문에...

  9. ㅇㅇ 2021.05.01 23:47 Modify/Delete Reply

    니가 술 쳐먹고 길바닥에 다 토하던 주말
    쌓인 거 많아 뵈더만 그니까 평소에
    멀끔한 척 좀 덜 하고 살어 그러면 덜 토해

    라는 가사도 그렇고

    제가 술주정 좀 심하단 말 하니까 평소에 너무 억누르고 살아서 그런 것 같단 친구 말도 그렇고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 옭아매는 사람들이 술주정고약한건가 싶네요

    술 마시면 추해지고 다음날 힘든 거 스스로 너무 잘 아는데 조절이 잘 안 되는 거 보면 요즘 참 지루하긴 한가봐요.

  10. ㅇㅇ 2021.05.03 06:55 Modify/Delete Reply

    저도 알콜의존증이라 최근에 정신병원 갔다 왔는데
    글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이 가네요
    다만 술먹고 꼬장 부린적은 없지만

  11. ㅇㅇ 2021.05.12 21:30 Modify/Delete Reply

    와 무알콜 맥주 열한 캔을 .... .... 그냥 술 한 캔당 15000원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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