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코리아에서의 하루는 고엔카 선생님의 법문으로 마무리 되는데
센터내에서 묵언을 하기도 하고 별다른 자극제가 없기 때문에 빔프로 쏴주는 영상 법문시간이 상당히 기다려짐
나는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들어야 하는 상황을 극혐하지만
법문은 1년에 한 번 듣는 것이기도 하고 들을 때마다 기억나는 파트가 다른 거 보면 뇌가 그때그때마다
크게 와닿는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저장하는 것 같아 괜찮음
이번에 가장 기억남는 건 석가모니 생전에 군림했던 인도의 한 왕과 왕비 수행자의 일화
하루는 왕이 명상을 마치고 왕비에게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건 누구요?>
라고 물음. 그러자 왕비는
<헐 나도 명상 중 바로 그 생각이 떠올랐는데요 제가 사랑하는 건 제 자신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라고 대답했고
여혐고대인도왕국에서 이것은 넘나 무엄한 왕비 참수ㄱㄱ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위빠사나 수행자였기 때문에 왕도
<헐 완전 이해됨 사실 나도 나밖에 안 사랑함>
이라고 대답한 뒤 둘이 손 잡고 석가모니한테 가서 이 사실을 보고했다는 미담
이 일화를 듣고 피어투피어 홍기하 작가와의 대담이 떠올랐음
그때 DMN과 한병철 얘기하면서 기하씨가 자기도 나르시스트인거 같다, 남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라는 말을 하셨는데 나는 그 말이 되게 맘에 들었음
왜냐면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나르시시스트들은 모두 그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임
심지어 자신이 정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아상을 짓고 상대에게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컨프기질도 쩔었음
남녀막론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면서도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이 놀라운 지점이고
걍 자신을 주인공으로 각본 짠 연극에 주변인들을 강제동참시키는 뭐 그런 느낌
근데 나르시스트 아니더라도 살면서 모은 인간데이터를 총합해봤을 때 대부분의 인간은 남한테 별 관심이 없음
자기가 젤 소중하고 그게 팩트임 난 사실 가족에 대한 끈끈한 애착도 나르시즘의 연장같음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걍 남한테 관심이 없다, 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오히려 진정한 인류애가 싹틀 가능성이 1이라도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음
실제로 기하씨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땐 거기에 자기자신을 그다지 집어넣지 않고 주제에 온전히 집중한다고 느꼈음
찐 나르시스트들 특징은 공룡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결국 화두를 본인 얘기로 끌고 온다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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