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에요

일베 탐방기

유 진 정 2015. 12. 1. 20:59


난 온라인 유머사이트를 좋아한다.

익명으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정말 순수하게 웃기지않냐 하고 올리는 뻘글들이라니 아름답지 않은가?
예술의 무용성을 부르짖던 오스카와일드가 현대에 나타난다면 4chan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즐겨찾던 사이트의 계보를 정리하자면 지룡하우스 -> 딴지일보 -> 디씨 미스테리 갤러리 ->
오늘의 유머 -> 개드립 -> 9gag -> 루리웹 순이였는데
뭔가 구려지기 시작한다 싶어질때 쯤 다른 사이트로 갈아탔던 것 같다.

가장 최근 정착한 루리웹은 관리자가 유겔에 정치글 올리면 쫓아낸다는 글을 공지로 올려놔서 수질이 비교적 청정하다.
유머사이트에 정치글이랑 시사글 올리는 인간들을 쥬겨야 한다
웃긴 글 보러 들어왔는데 자살자들의 유서.txt 이딴거 올라와 있는거 보면 넘 빡침


암튼 최근 며칠간은 일베를 탐방해보았다.

요새 온오프를 막론하고 그 누구를 만나도 일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한번씩 나오고
방문기록에 일베있는거 걸리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길래 들어가보고 싶어졌다.

2013년 경에도 들어가 봤지만 그땐 내가 귀국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 뭔 소리를 하는건지도 모르겠고
재미가 없어서 바로 나왔는데 이번엔 몇 십 페이지를 봤으니깐 탐방기를 쓸 수 있을 듯 하다.

지금부터 일베라는 사이트에 대해 내가 느낀 감상을 요약해보도록 하겠다.




1. 노무현 팬사이트


같은 합성이라도 박원순 합성은 굉장히 역겹고 추악하게 되어있지만 노무현 합성은 몬가 귀엽고 유머러스하고 정성스럽게 되어있음.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게 아햏햏시절 개죽이랑 신구합성 보고있는 느낌?
그러고 보면 노무현이라는 캐릭터는 일베의 성향과 부합되는 면이 있다. 필터없는 스피치라던가
재임기간 중 쌍수를 하고오는 파격성, 절벽 위에서 투신을 해버리는 과격성 등이 그러하다.




2.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가 별로 없는데 가끔 주옥 같은 글들이 등장한다


정치관련글이 너무 많고 걍 민주당 인사 병신같이 합성해놓으면 베스트로 가는 글이 넘 많다. 타성에 젖어가고 있는듯

근데 가끔 지인짜 웃긴글이나 답글들이 등장한다. 아이서울유 패러디 보고 숨 넘어갈 뻔 했다
그리고 횽아들 이거 진짜야..? 나 좆이 부들부들 떨려 라는 답글을 보았는데 이유 없이 웃겨서 한참을 웃음




3. 비교적 멀쩡한 자들과 일베충이 구분된다


소라넷 류의 마경을 기대하였으나 정상적인 글도 꽤 있어서 의외였다.

이러니까 우리가 욕을 처먹지 병신아 류의 자성적 목소리도 눈에 띈다.
아이유 물어뜯는 글에 너도 먹고 싶은데 너보다 잘난 새끼랑 연애하니까 빡쳐서 이러는 거자나 라는 답글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지적수준이 참담하다 싶은 글들도 많았다.
사실 어떤 집단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현상이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일정비율로 병신이 등장하게 되어있다.

정상인과 병신을 나누는 기준은 자기가 병신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것을 알고있는 자는 정상,
온라인 커뮤니티 하면서 지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구국이라도 하고 있는줄 아는 새끼는 병신이다.




4. 여혐


예전에 개드립하다가 9gag로 갈아탄 이유가 이거였는데
모쏠아다일 것 같은 꼬꼬마들이 돈주앙이라도 되는 양 야부리 털어대는게 꼴배기 싫어서..

근데 사실 9gag에서도 여혐러는 자주 보인다.
이것은 인터넷 유머사이트의 주 이용자가 이성과의 경험이 전무하거나 어린 남성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듯 하다.
가질 수 없다면 부셔 버리겠어 라는 느낌




5. 전라도


경향성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나의 외가는 쌍도이고 친가는 라도인데 어릴 때 명절 방문하여 그들을 관찰할 때마다 스타일이 확연하게 구분되어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언어의 구사방식이 매우 다름

쌍도는 대놓고 부루털하다.
어릴 때 마산가면 넘 무서웠다. 사람들이 하루 웬~~~종일 소리를 지르니까ㅠㅠ
그래서 엄마한테 왜 사람들이 자꾸 싸우냐고 하면 엄마가 응 그냥 말하는거야~ 라며 설명해주던 기억이 난다.

근데 엄마도 평소엔 서울말 쓰다가 마산도착하는 순간부터 갑자기 목소리가 겁나 커지고 소리를 막 질러서 너무 싫었다.
오락실 갔을 때 친척 초딩들이 니 와 지는데!! 그럴꺼면 눈깔을 뽑아삐라!! 하는 소리 듣고 충격받았던 것도 기억이 난다.

반면 라도는 앞에서 들을때는 별 생각 없다가 돌아서면 씨뿔 이거 욕이였잖아?? 류의 능구렁이 화법이 일품이다. 
최근 순천 여행 갔다가 인포센터 아저씨에게 버스시간표를 물어봤는데 아저씨가 막 가르쳐 주다가 눈을 치뜨더니
근디.. 서울에는 세탁소가 없나비쥬? 하길래 헐 제 몰골이 그 정도인가요 되물으니 아저씨가 잘 알아들었다며 칭찬을(?)해 줬다.

한반도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전라도는 많은 피해를 당해왔다.
지속적으로 당하다 보면 피해의식이 생길수 밖에 없고 우리끼리 뭉쳐야 산다는 가족주의 등이 발달하게 되었을 것이다.
대대로 곡창지대 였다는 사실도 이 특수성에 한 몫을 할 듯
그리고 약자의 포지션이다보니 대놓고 까기보다 돌려까기 스킬이 발달하지 않았을까 싶음.
맘만 먹으면 상대를 극한으로 빡치게 할수있다는 점에서 쌍도의 직설화법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

일베이야기 하다가 이야기가 쫌 셌는데 암튼 쌍도화법을 선호하는 듯한 일베의 전라도 혐오는 일견 이해가 가면서도
괴상한 구석이 있다.

왜냐하면 너무 심함.
외부로부터 주입된 생각을 로보트처럼 떠들고 있는듯한 느낌도 들고 누구 말마따나 여성이나 전라도인들을 비하하면서 우리는 강자의 편에 서있다는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택배 상하차나 노가다 하는 빡센 인생들의 글이 종종 올라오던데 혐오 심리와 이것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





6. 세월호


이것도 매너리즘에 빠진 밈인 듯
유민 아빠라는 사람이 오뎅먹고 있는 합성사진 같은 건 진짜 하나도 안 웃긴데 베스트옴



7. 좆같이 생긴 초록색 개구리의 정체가 미스테리


거의 모든글에 다 첨부되어 있고 베리에이션도 넘쳐남. 이것도 혹시 노무현 관련된 건가?

 



암튼 종합하자면 일베가 어째서 비난과 각광을 동시에 받는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훈계충이 넘쳐나는 사회 속 위악적이지만 표현의 금기를 넘어뻐리는 사이트도 있어야 균형이 맞지 않겠는가
물론 비난의 화살을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적으로 돌리는 모습은 후지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하루가 멀다하고 이슈가 되고 미약하나마 메갈이라는 대항마도 생긴 이 시점에서 앞으로의 일베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메갈은 정말 드럽게 재미가 없던데 최근에 누가 이드에 링크한 보지오패스 글은 쫌 웃겼다.
그리고 우리보지끼리라는 사이트는 없어져 버린것인가?
진지빠는 메갈보다는 우리보지끼리쪽이 네이밍센스도 좋고 대항마로 더 적절해 보였는데 없어졌다면 아쉽다.

 


예전에 어떤 집단을 장기간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경계성 지능 외톨이 사기꾼 소시오패스 예술가 등
밖에 내놓으면사고칠 유형의 젊은이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난 그 집단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부적응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으니까 서로 지지고 볶아가면서 컨텐츠도 생산해내고 일종의 사회화가 되어가더라고..

물론 뭉쳐다니니까 사고도 종종 쳤는데 고립되어 있다가 대형사고를 치는 것 보다는 낫지 싶었다.
일베의 역할 중 그러한 면도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The Wire 라는 미드에서 마약중독자들이 자꾸 사고 치고 다니니까 경찰서장이 헴스테르담이라는 구역을 만들어서
니네 여기서 마약하면 내가 안 건듬, 근데 이 밖으로 나오면 좇아버릴거임 하니까
시의 범죄율이 뚝 떨어지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거랑 비슷한거 같기도 하고

암튼 쓰다보니까 몬가 일베옹호글처럼 되어버렸는데 다시 한 번 쭉 읽어보니 옹호글이 맞는거 같다.

뭔 연예인들이 일베용어 한번 썼다고 일베충으로 몰아서 조리돌림 하는거 노무노무 짜증남..............

스스로가 병신임을 인지하고 있는 일베이용자보다 도덕을 부르짖으면서 뭔 말만 하면 죽창으로 찔러 죽이려고 드는 IS 같은 새끼들이 더 추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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