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200

너를 보내고

홍기하씨가 오늘 출국을 한다. 장장 9시간 동안의 대담을 나눈 뒤 좀 전에 배웅하고 돌아옴 저번에도 한말이지만 지난 1여년 동안 그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 중 한가지는 혐스러운 것들에 대한 가치판단을 제쳐두면 즐길 부분이 있다는 교훈이었는데 그래서 윤도현도 덜 싫어하게 됨. 윤도현 특유의 뇌가리빼놓고유치한감정에충실함이랄까 단순함이랄까 나름의 진정성이 있다고? 그리고 키배뜨고 있는 거 옆에서 보더니 걍 섹스라고 대답하세요 라는 팁도 주고 가심 그런 의미에서 그의 성공적 정착을 기원하며 이 포스팅에 달리는 모든 답글에 섹스라는 답글을 달기로 하겠음

일기에요 2023.08.11

자려다가

갑자기 웃긴기억이 떠올라서 세탁기 앞에서 이 글을 쓴다(폰 좀 덜 쓰려고 세탁실에 전화기 두고있음) 지금 다니는 미용실을 한 일년 반?이년 가까이 다니고 있는 거 같은데 갈 때마다 원장님이 눈썹 밀어줄까? 라고 하면 아니오. 의 리추얼을 반복해왔다. 언제나 거절을 하는데도 물어보시는 거 보면 거슬리는게 있으신 모양 아무튼 그래왔는데 저번 주에 머리 자르러 갔다가 눈썹을 밀렸다. 다 자르고 뒷목 잔털을 바리깡으로 주주주 밀어주시더니 그대로 흐름을 타 눈썹을 바바바 깎았다. 말 그대로 눈 깜박할 사이 일어난 일이다. 놀랄 틈도 없었음 눈썹이 상당히 단정해지긴 했는데 뭔가 살짝 짧고 굵은 한녀st이라 다음에는 못 밀게 할 예정이다. 아무튼 저 상황을 떠올려 보니 웃김 사람이 소소한 충동을 제어하지 못할때 뭔가..

일기에요 2023.06.30

이런저런 생각들

말은 하면 할 수록 사기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언어라는 것의 성질자체가 그러한듯 재밌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아 말 안하고 싶다~ 이런 순간이 그래서 찾아오곤 하는데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솔직하게 쓰고 말하려고 노력한다. 관계에서도 장황한 말보다는 눈빛의 교환 등 비언어적 소통이 훨씬 더 강렬하게 작동한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밀실 등의 조건이 갖추어졌음에도 왱알거림을 멈추지 않는 상대는 키갈로 닥치게 만드는게 인지상정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얼마나 다행이야 --- 새벽에 잠이 안와서 인스타를 켰는데 실시간 좋아요가 폭력적 속도로 달리길래 누구지하고 들어가봤다. 성기를 지칭하는 저질워딩들로 도배되어있는 계정이었다. 문신왕창 치열엉망 약쟁이 흉내를 내는 어린 남자애가 주인인 씹합이 애새끼들 다..

일기에요 2023.05.19

우노,데바,올가

라는 주문같은 단어를 중얼거리면서 꿈에서 깼다. 꿈에 나온 외국인 소년이 한 말을 따라한 것인데 일어나서 밥먹고 이까지 닦았는데도 소리가 기억에 남길래 단어 뜻을 찾아봤다. Uno가 1라는 건 알고 있었고 Deva는 산스크리트어로 신(주로 남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Olga는 러시아 여자이름. 고대 노르드어로 신성한 이란 뜻을 가진 helga의 변주라고 자기 직전에 라비 샹카르의 18분짜리 시타르 공연 영상을 봐서 이런 히피같은 꿈을 꾼 거 같다. 그리고 평소 저 세 단어의 발음에서 무언가 성스럽다는 느낌을 무의식 중에 받았기 때문에 저런 대사가 꿈에 등장한 것 같은데 실제로 단어들이 그러한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언어의 범용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엄마 라는 뜻을 가진 단어가 문화권마다 다 비슷..

일기에요 2023.05.17

삼돌이를 팔았다

https://digthehole.com/4659 로봇청소기 삼돌 모친네 갔다가 로봇청소기를 얻어왔다. 2014년 삼성에서 생산된 스마트탱고라는 제품으로 세계1위를 탈환하겠다는 야심찬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에 등장하였으나 LG와의 경쟁에서 패해 지금은 단 digthehole.com 요새 집에 물건이 많아져서 용도가 중복되는 물건은 다 정리 중 그리고 좌식생활을 하다보니 삼돌이 운행을 방해하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 당근으로 팔았다. 미안하다!!!!!!!!!!! 작은 사무실에서 사용하겠다는 중년의 양복신사분이 데려가셨는데 당근인생 최초로 후기 메시지가 옴 너무 좋다고 감사하다고 먼지통 찍어서 보내주심. 사무실은 입식일테니 삼돌이가 역할을 100프로 소화할 수 있을듯 --- 일주일에 한번씩 물리치료를 받는다 레알..

일기에요 2023.04.14

고운 마음씨

일전에 H씨네 집에서 술을 먹는데(나는콜라) C씨가 자기 핸드폰에 있는 친구들의 학부 때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꽤 방대한 양의 아카이빙이길래 내가 쥐고 보고 싶어서 폰을 달라고 하고 스와이핑을 막 하다가 누드 있는 거 아니에요? ㅋㅋ 이라는 말을 했는데 왜냐하면 내가 학생시절 친구의 카메라를 뒤지다 친구 여친의 누드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카메라를 넘긴 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안돼에에에에 이런 슬로우 모션 느낌으로 나에게서 카메라를 강탈하려 덤볐지만 나는 사진을 이미 모두 보았다. 야하다기보다 어린애 둘이 장난하듯이 찍은 누드사진들이라 걍 웃겼고 친구를 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누드 있는거 아녜요 ㅋㅋ이라고 하면서 스와이핑을 하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조용히 앉아서 술먹고 있던..

일기에요 2023.03.07